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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소 개그왕 6 - 행복의 표시
모리타 마사노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모리타 마사노리는 예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사랑하는 만화가다. 나이먹어 가는 티를 내는 것인지 이제는 만화책을 읽는 횟수도 년단위로 헤아려야 할만큼 줄어들었지만, <모리타 마사노리>의 작품만은 내주기만 한다면 하루에 열권이든 백권이든 얼마든지 읽어줄 용의가 있다. 투박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려진 등장인물들의 풍부한 표정도 좋고, 남자들의 감정선을 자극하는 모리타 마사노리 특유의 들썩들썩하는 스토리도 좋다. 옛정 때문이라고만 하기에는 이렇게까지 재미있게 읽히는 작가도 또 없다.
모리타 마사노리의 또다른 작품인『루키즈』가 얼마전 일본에서 드라마화 된 바 있다. 원작자인 마사노리도 그 결과물에 대해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대단히 훌륭했다고 극찬하는 한편, 만화책으로는 불가능한 연출을 가능하게 하는 영상이라는 수단에 대해서는 질투심마저 토로하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배우들의 감정연기나 음향효과등, 만화에는 없는 영상만의 장점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어느 작가라도 마찬가지겠지만, 모리타 마사노리의 만화에는 모리타 마사노리만의 흉내낼수 없는 개성이 있다. 영상이 아무리 다양한 연출을 구사한다고 해도 이런 저자 고유의 느낌까지 모방할 수 있을리가 없다.
남자들을 불타오르게 하는 우정이라던가 한발한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감동스토리는 고교생들의 이야기에서 개그맨 지망생들의 이야기로 바뀌었어도 여전하다. 『폭소개그왕』은, 주인공 ‘케이스케’가 동급생인 ‘츠지모토’ 와 함께 프로 연예인을 목표로 정진해 가는 성장 스토리가 메인이지만 최근에는 이쪽은 다소 정체 기미.
그 대신에 츠지모토의 선배 개그맨인 ‘카네모토’와 ‘후지카와’ 콤비인 ‘디지털 금붕어’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는데, 이것이 또 매우 재미있다. 주인공이 2선으로 물러나 있을 때 더 재미있다는 것은 조금 문제일지도 모르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이미 자신의 이름을 성공적으로 알리고 있는 카네모토에 비해, 카네모토를 돋보이게 하는 자신의 역할에 초조함을 느끼는 후지카와.
게다가 카네모토가 자신을 배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은 뒤로 후지카와의 분노는 정점에 달한다. 이후 카네모토가 혼자서 해외 촬영을 간 사이에 후지카와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호응을 얻은 뒤 자신감을 얻지만, 결과적으로는 서로 자신이 돋보이려고 하다보니 콤비의 만담도 어그러지고 만다. 둘의 관계도 악화일로를 걷는다.
이 작품의 매력은 어떤 어려운 상황에 처해서도 그것을 개그로 승화시켜 남을 웃겨야만 하는 개그맨 지망생 콤비의 고뇌와, 그들의 필사적이고 진지한 마음가짐을 정면에서 마주하고 그린 인간 드라마라는 점이지만, 이 드라마를 이만큼까지 끌어 올린 것은 역시 디지금 콤비의 공임에 틀림없다. 상대의 재능을 인정하고 존경하고 있기 때문에, 그래서 더 지고 싶지 않고 때로는 서로 증오심마저 갖게 되는 콤비의 그런 복잡한 감정을 보기좋게 그려내고 있다.
그런데 이번 에피소드의 마지막 결말은 정말이지 충격적.
울지는 않았지만 정말 울 것 같은 기분이 되어 버렸다. 꼭 그렇게 끝내야 직성이 풀리겠냐 싶어 저자에게는 원망하는 마음도 들지만, 이것도 단발성 관심끌기가 아닌 이후의 보다 큰 전개를 위한 포석이리라 믿는다. 그나저나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긴 충격적이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 갈지 매우 신경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