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인형 모중석 스릴러 클럽 23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신년 인사도 미뤄가면서 정신없이 푸닥푸닥 하다보니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6월도 막바지로 치닫고 있습니다. 변변찮게 뭐 하나 계획한 대로 이뤄진 것도 없고 그나마 <제프리 디버>의 『잠자는 인형』같은 책을 읽을 수 있었다는 게 위안이라면 위안입니다.

잠자는 인형』은『링컨라임』시리즈의 스핀오프 격이라고 할까요, 캘리포니아 연방수사국 CBI요원이자 동작학의 스페셜리스트, 심문의 달인인 ‘캐트린 댄스’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시리즈의 첫번째 작품입니다. 새로운 시리즈인데도 초반부터 위화감없이 스무스하게 달리게 해 줍니다. 링컨 라임 시리즈인 『콜드 문』에서 잠깐 등장한 적이 있는 캐트린 댄스라는 인물에 대해 어느 정도 예비 지식이 있었다고는 해도,(잠자는 인형에는 반대로 링컨라임과 아멜리아 색스가 카메오 출연합니다) 첫작품부터 이렇게 적응기도 필요 없이 궤도 위에 안착시켜 주면, 독자로서는 그다음부터 그냥 끝까지 달리기만 하면 됩니다. 후반에는 폭풍 질주입니다.

일반적으로 스릴러의 경우, 책을 읽기 전에 반전이 어쩌고 하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나면 재미가 반감되기 마련이지만, 디버의 경우에는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것까지 미리 계산하고 쓴 것 처럼, 알고 있어도 충분히 재미있습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읽고 있는 책의 남은 분량으로 ‘아직 끝나려면 멀었다, 아직 더 큰거 한방이 더 남아있다’ 는 것을 알아차리게 되는게 더 문제입니다. 물리적인 이 문제, 이건 어쩔수가 없지요. 그렇다면, 결말 이후에도 한 백페이지쯤 백지를 채워넣는 건 어떨까요.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결말, 그리고 나머지는 모조리 백지라는 당혹스러운 상황.
소설의 내용보다 이쪽이 더 충격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렇게 되면 출판사가 테러 협박을 받게 되려나요.

상대방의 동작이나 표정에서 심리를 읽어내는 캐트린 댄스의 치밀한 심문 기술의 묘사가 매력적인 작품입니다. CSI 등의 드라마를 보면, 용의자가 시선을 왼쪽 아래로 떨구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의 속설이 수사에 응용되는 장면들이 자주 등장합니다만, 실제로는 아무래도 꼭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포인트는, 각각의 용의자 특유의 동작이나 버릇을 파악한 뒤, 그 기본 패턴에서 벗어나면 수상한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흉악한 컬트 리더인 ‘펠’에게는 일반 범죄자들과는 다른 행동 패턴이 있어서 특별한 상황이 되면 격하게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킵니다. 그 반응의 근원을 밝혀내는 것이 펠이라는 인물을 알기 위한 열쇠가 됩니다. 그런가하면 무서우리만치 심리술에 능한 펠 역시, 사소한 말이나 단서 하나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거나 합니다. 댄스와 펠, 둘의 이 두뇌전이 상당히 볼 만합니다.

댄스와 펠의 대립구도와는 별개로, 펠의 ‘패밀리’였던 여자들의 이야기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자신의 인생에 큰 구멍을 낸 남자를 향한 증오, 두려움, 그리움... 같은 처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현실과 마주하는 방법, 극복하는 방법, 그리고 미래를 바라보는 마음가짐 등이 저마다 다른 점이 흥미롭습니다. 사람은 언제까지나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습니다. 싫든 좋든 무언가에 자극을 받고 앞으로 나아가게 되기 마련입니다. 그 나아가는 방법은 사람마다 모두 제각각이겠습니다만, 보다 멀리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의 드라마에는 역시 상쾌한 뒷맛이 있습니다.

‘잠자는 인형’인 소녀의 역할이 제목에서 상상하게 되는 만큼 크게 인상적이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렇지만, 잠자는 인형은 일종의 상징이고, 잠들어 있던 그녀들이 눈을 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그건 그것대로 또 잘 어울리는 제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캐트린 댄스 시리즈의 다음 작은 『노변의 십자가』 (Roadside Crosses)입니다. 덧붙여서 내맘대로 캐스팅은, ‘캐트린 댄스’역에는 코요테 어글리, 미이라 3 등의 ‘마리아 벨로’, ‘다니엘 펠’ 역에는 크레이지 하트, 아이언 맨의 ‘제프 브리지스’입니다. 『킬 빌』의 ‘우마 서먼’이 이 작품의 판권을 구입했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 우마 서먼은 못생겨서 사절입니다. 도로 물리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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