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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곰 심리학 -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심리 기술
우에키 리에 지음, 서수지 옮김 / 럭스미디어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우리나라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지만, 미국에서는 백곰실험이라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백곰의 하루를 기록한 영상물을 3 그룹으로 나눈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나서 각각의 그룹에 다음과 같은 과제를 부여합니다.
첫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 기억해라.
두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 생각하든 말든 맘대로 해라.
세번째 그룹에는, 백곰에 대해서만은 절대로, 절대로! 생각하지 마라.
1년 후에 이 피실험자들이 영상의 내용을 얼마나 자세하게 기억하고 있는지 조사해 보니까, 가장 잘 기억하고 있는 것은 의외로 세번째 그룹에 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즉 백곰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오히려 더 자꾸 백곰을 생각하게 되고, 결국 영상의 내용을 제일 자세하게 기억해 버렸다는 얄궂은 결과가 나와버렸습니다.
인간 심리에는 이러한 백곰 실험과 같은 패러독스가 얼마든지 존재합니다. 이책은 그런 의외의 현상에 대한 분석과, 대응책을 가르쳐 주는 실용 심리술에 관한 책입니다. 학술 논문 수준의 이론을 적절히 섞으면서도, 친밀한 일상에 초점을 맞춘 일반용 서적이므로, 심리학이라기 보다는 부제 그대로 『인생이 재미있어지는 심리기술』이라 할 만합니다.
읽어보면 정말로 재미있어 보이는 기술들입니다. 우선 손에 들고 팔랑팔랑 넘겨보면 글자도 빽빽하지 않고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쓴 듯합니다. 최근에 소개되는 영미권 저자들의 심리학 관련 서적들과 비교하면 친근하고 좀 더 쉽고 친절하게 쓰여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읽어 보면 아기자기한 첫인상과는 달리 꽤 밀도있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알고 있던 상식과는 정반대의 실험결과들이 매우 흥미롭습니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는, 세명 이상이 모이면 창의적인 생각을 발휘하는데는 오히려 긍정적이지 못하다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경험의 소유자나 이해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모이면 혼자서 생각하는 것보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어내기 쉽다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막상 실험을 해본 결과, 인간은 집단 속에서는 적극적으로 창의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회의나 모임에서도 사람이 많은데도 이상하리만치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만, 이것은 오히려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어내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 미국민들을 대상으로 결혼, 승진, 큰 돈을 손에 쥐게 되었을 때처럼 원래대로라면 행복하다고 여길 것 같은 상황들의 스트레스 수준을 조사했더니 이혼이나 정리해고, 빚과 같은 그야말로 스트레스 최강일 것 같은 조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스트레스 베스트 10에 당당히 진입해 버렸습니다. 저자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강하면 강할수록, 공포심도 동시에 느끼는 것이 인간의 심리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행복함으로써 이 행복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하고 오히려 불안하게 되어 버린다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흥미로운 주제들에 대해 저자는 상식에서 비켜난 허를 찌르는 대답들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가장 관심가는 것은 마지막 장의 ‘인기인이 되는 비결’에 관한 내용입니다. 전혀 의외의 사람들이 인기를 몰고 다니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것도 알고나면 의외로 단순한 원리네요. 과연 그럴듯한 심리입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겠지만 속는셈치고 일단 실천해볼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충분히 가치 있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