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나비효과 - 사소한 말 한마디 작은 행동이 만든
로빈 코발 & 린다 카플란 탈러 지음, 정준희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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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장안의 화제였던 개똥녀 사건은 잘 알다시피 한 여대생이 지하철안에서 자신의 애완견이 본 변을 치우지 않고 그냥 하차해 버린데서부터 시작됐다. 주위에서 휴지까지 내어주면서 치우라고 종용했지만,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까지 냈다고 한다.

이 정도까지 이슈가 된 상식 이하의 사건을 사소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때까지만 해도 당사자는 이런 무례한 에티켓으로 인해 자신이 어떤 처지가 될지 전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때마침 이것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린 제보자 역시 이정도까지 사건이 일파만파 풍선껌처럼 부풀어 오를줄은 아마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결국 넷상에서 이 UCC가 화제를 모으고 뉴스에서까지 다뤄지고 난 뒤에, 신상공개등의 테러를 당한 이 여대생은 다니던 학교를 휴학하고 더이상 비방이 이어질 경우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글을 남겼다 한다.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말이 생각난다. 지금 내가 겪고있는 모든 일들에는 그 원인이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원인을 만든 것은 바로 나 자신이다. 처음에는 짐작도 못할 정도로 아주 사소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 말라는 제목의 책이 있다. 이책에서 말하는 바는 결코 기존의 그것과 상반되는 헷갈리는 얘기가 아니다. 같은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다르다. 사소한 것에 목숨걸지마라는 것의 의미가 부정적인 것, 즉 사소한 데에 집착해서 현재를 망치지 말자는 것이라면, 이책에서 말하는 사소한 것은 모든일의 발단은 사소한 것에서 비롯되니 작은 것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의미. 어느 것이든 모두 감명깊게 읽었다.

작은 호의를 베풀었던 인연으로 만난 사람이 훗날 목숨을 구해주는 은인이 되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을 바꾼 것이 계기가 되어 인생이 통째로 변하기도 한다. 길거리 걸인에게 우발적으로 베푼 선행으로 그것을 보고 감동받은 남자친구에게 프로포즈 당하기도 하고(?)...  작은 판단착오, 소홀함이 얼마나 큰 희생을 가져 올수 있는지는 그동안 크고작은 대형참사들로 인해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정말 사소한 것으로 인해 큰 판이 뒤바뀌는 경우에 대해 이책에서는 다양한 예시를 들고 있다.

결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우리는 다양한 사람들과 뒤섞여 살아가고 있다. 내가 한 사소한 행동하나하나가 지금 이순간 어딘가를 굴러다니면서 점점 눈덩이처럼 덩치를 부풀리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 눈덩이가 어느날 나에게 긍정적인 것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고, 아니면 나를 파멸로까지 몰아넣을 수 있는 산사태로 발현될지도 모른다.

인생을 바꾸는 결정적 순간은 사법시험이라던가 면접이라던가 대입고사라던가, 큰 공사를 따낸다던가 하는데만 있지 않다. 고맙다는 한마디 커피 한잔이 바로 그 시작이 될 수 잇다. 사소하고 작은 것들의 중요성.
인생을 바꾸는 계기라는 것이 사실은 거창한 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손쉽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힘을 불어넣는다.

그러고보면 세상은 아름답다. 비록 출발은 불공평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보이지 않는 기회들로 인해서 누구에게라도 공평한 것은 아닐까.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출발이 늦다고 불평하지 말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에 소중히 해보자. 잠자는 토끼 정도라면 당장이라도 얼마든지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은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다면, 작은일들에 땀흘리지 않는다면, 그리고 작은 일조차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어느 누구도 전진할수 없다. 바로 그 작은 일속에 뜻밖의 보상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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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사는 남자
우타노 쇼고 지음, 김성기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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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문예지에, 익명으로 <백골귀>라는 제목의 연재소설 한편이 실립니다. 이 연재물의 1회분을 읽은 후, 절필한 인기 추리소설작가 '호소미 다쓰토키'는 이례적으로 심경의 변화를 보입니다. 여장한 미청년이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그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채 자살로 정리되어 가는 스토리.
'에도가와 란포'의 작풍으로 쓰여진 이 소설의 실제 저자는 누구인가? 무엇을 계기로 이 소설을 썼는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호소미는 <백골귀>의 저자라는 신인작가 니시자키와 만납니다. 그 후에 이 <백골귀>를 자신의 이름으로 세상에 내보내겠다는 결심을 굳힙니다.

<시체를 사는 남자> 라는 의미를 짐작하기 힘든 기묘한 제목을 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작품속에 또다른 작품이 등장하는 액자소설의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벗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도 그렇지만, '우타노 쇼고'의 작품은 전체적으로 구성이 훌륭합니다. 소설 속의 세계(백골귀)와 현실의 세계(작품 자체)가 평행하게 진행되다 마지막에 이 2개의 스토리가 밀접하게 관련됩니다. 그리고 수수께끼의 해답을 내어놓는 듯 하지만, 실은 이 이야기에는 이중 삼중으로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그 해답 이상의 비밀이 여기에 숨겨져 있습니다. 모든 진상이 완전히 밝혀진 뒤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소설 속 저자의 서문격인 프롤로그를 읽어보면, 처음과는 정말이지 다른 의미로 다가옵니다.

왜 호소미는 <백골귀>를 자신의 작품이라 하려 했는가? 니시자키는 스스로 그 답을 찾아냅니다. 보통은 여기에서 이야기가 끝이겠지만, 우타노 쇼고는 다릅니다. 그 답은 정답이긴 하지만 반쪽짜리입니다. 정말로 중요한 부분은 빠져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안 가르쳐 줍니다. 여기서는 말 못합니다.

어쨌든 소설 속에 등장하는 소설인 <백골귀>의 스토리 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그러니까 이 작품은 일피이타, 1 + 1 이라 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져도 꽤 재미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추리소설은 설령 아무리 재미있었다고 해도 끝까지 읽고나면 다시 읽겠다는 생각이 좀처럼 들지 않습니다. 핵심인 트릭이나 수수께끼의 해답을 모두 알아버린 이상 당연하겠지요. 대신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복선을 하나하나 확인하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확인하지 않으면 그 복선의 진가를 모르고 지나치게 되는 부분도 있어서 이런 세세한 즐거움을 보너스 정도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네요. 추리소설, 특히 본격추리는 문학 이전에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라고 생각합니다. 수동적인 일방향 독서가 아니라 즐기는 방식에 따라서 다양한 즐거움을 찾아낼 수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러가지 장치와 이런저런 색다른 시도들로 채워져 있는 <시체를 사는남자>는 그런 엔터테인먼트의 전형입니다. 가지고 노는 소설이라 해도 좋을 듯 합니다. 퀄리티 높은 추리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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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노믹스 - 미래 경제는 구글 방식이 지배한다
제프 자비스 지음, 이진원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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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관련 서적은 이전에도 몇권 읽은 적이 있어서 조금 과식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기분도 들었지만, 막상 읽어보면 이 책은 그것들과 비교하면 색깔이 완전히 다릅니다. 구글 그 자체가 아니라 구글의 사고방식을 가졌을 때 세상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가에 대한 고찰이 책 전체에 걸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과연 구글이라면 어떻게 할까?"하고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구글은 잘 알다시피 인터넷 검색 플랫폼의 하나입니다. 전세계인들이 매일같이 구글 검색창에 키워드를 써넣고 무언가 정보를 얻고 있습니다. 정보의 네트워크가 보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모으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블로그나 트위터같은 툴을 이용해 개인이 전세계로 정보를 보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개인이 제공하는 정보는 그것만으로는 신빙성이 떨어지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여러 개인이 서로 연결됨으로써 그 정보의 신뢰도는 점점 올라가게 됩니다.

보다 리얼하고, 생생한 정보가 온 세상에서 공유된다. 그것이 바로 구글의 사고방식으로 바라보는 세상입니다. 물론, 모든 것이 구글방식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여기에 유효한 힌트가 있지 않을까? 정체된 현황을 타개할만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하는 발상이 바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맨 처음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는, 저자가 델 컴퓨터의 노트북PC를 구입한 후 그 품질에 대한 불만을 블로그에 올렸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일종의 불만의 배출구로서 블로그를 이용한 것이지만, 그랬더니 같은 처지에 있던 몇백 명의 사람들로부터 동조하는 댓글이 달렸다고 합니다. 곤경에 빠진 델 사는 그 후 경각심을 가지고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는 자사의 블로그를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이 블로그를 통해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먼저 다가가는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그 결과, 현재 델은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기업으로 탈바꿈 했다고 합니다.

저자는 구글방식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유저에게 통제권을 건네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위키피디아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사이트의 컨텐츠는 잘 알려진대로 누가 써도 OK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잘못된 정보를 올렸다면 다른 누군가가 수정해 줍니다. 그와 같은 방식으로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에 필적할 정도의 낮은 오류율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일반 기업이라면 자신들의 컨텐츠를 유저에게 변경하도록 한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넷의 세계에서는 그래서 성공한 케이스가 많이 있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SNS 사이트로 페이스북을 들 수 있습니다. 원래는 하버드 대학의 학생을 위한 SNS 사이트였지만, 일반인에게 공개되어 공전의 히트를 했습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페이스북의 개발자는 사이트 운영에 바빠 낙제 위기에 몰렸다고 합니다. 여기서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도움을 구했습니다. 그러자 많은 학생이 그의 시험 공부에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이것은 새로운 교육의 형태를 시사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우리는 블로그 등을 통해 인터넷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다양한 인연들을 맺어가고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생각하면 소셜 네트워크는 대단한 발명이라고 생각하지않을 수가 없습니다.

책의 후반으로 가면 구글이 만약 다른 업종의 일을 하면 어떻게 되는가 하는 재미있는 발상으로 이어집니다. 그 중에 제일 재미있었던 것이 바로 교육입니다. 이제는 넷에서 여러가지 대학의 강의를 받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과목에 따라 여러 대학의 수업을 선택해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이 구글 식의 발상입니다. 경영학은 하버드, 물리학은 옥스퍼드같은 느낌으로 세계 최고의 교육을 골라서 받을 수 있다면 꿈만 같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여러 사람들과 교류 하면서 배우면 학위보다도 더 중요한 것을 얻을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생각해 보면 배움이란 대학에 있을 때 뿐만 아니라 일생을 두고 계속되는 것입니다. 특히 급변하는 현대에서는 오늘 배운 지식은 내일이면 곧 진부한 것이 되어 버립니다. 물론 의사나 변호사등 능력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는 직업은 있지만, 이런 시스템이라면 굳이 입학 테스트를 할 필요도 없고, 대학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아닐 것입니다. 그 외에도 은행이나 자동차 메이커, 금융 등 구글이라면 어떻게 할까 여러가지 예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지금 구글을 포함해서 인터넷에서 전개되는 웹이나 소셜 네트워크는 기존의 권위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투브등의 동영상 사이트는 영상 업계의 방식을 바꾸려 하고 있고, 트위터등의 마이크로 블로그는 광고의 새로운 개념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물론 저작권 등 여러가지 문제도 있지만, 적어도 구글적인 사고방식에 의해 무언가가 바뀌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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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12-02 0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
아카가와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살림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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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에, 베스트셀러 제조기라 불리던 '아카가와 지로'의 매력에 빠져서 저자의 책을 닥치는대로 모은 적이 있었다. 근데 한 두권이 아니라 한번에 다섯권, 열권씩 묶음으로 사들이는데도 감당이 안되서 곧 관두었다. 절판된 책이라도 손에 넣으면 텀블링이라도 하고 싶어질만큼 공들여 모았었는데, 발표한 작품이 몇백편이나 되는 외국작가의 책을 체계적으로 모으기가 쉽지 않더라. 이미 손에 넣은책인데도, 있는지 없는지 헷갈려서 또 구하기도 하고 목록까지 작성해가면서 관리했지만 결국 두손 두발 다 들었다. 정작 모으는데에다 에너지를 다 쏟고, 읽은 건 한 서른권 남짓?

아무리 읽어도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화수분같은 작가.
내가 아카가와 지로라는 작가에게 가지고 있는 인상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일본 미스터리소설 붐이 일어나면 가장 먼저 소개되는 작가가 바로 아카가와 지로일 거라 생각했었는데, 의외로 잠잠하더니 이제서야 본격적으로 소개되려는 모양새다.

이 책은 저자의 대표작 중 하나인 <악처에게 바치는 레퀴엠>이라는 제목의 소설이다.
공동으로 소설을 집필하는 4명의 남자가, 각각 아내와의 관계에 이런저런 문제를 떠안고 있는 와중에, '아내를 죽이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소설을 써보기로 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네 남자가 써내려가는 각각의 이야기가 현실과 오버랩 되어 간다는 내용.
큰 줄거리는 하나지만 출신성분이 제각각인 네 남자가 써내는 각각의 스토리는 저마다 개성이 있어서 마치 옴니버스 소설처럼 모듬요리를 즐기고 있는 기분이 난다.

1984년에는 베스트셀러 1위에서 4위까지를 모두 자신의 작품으로 채운 적도 있는 베스트 셀러 작가지만, 
아카가와 지로의 소설은 어느 쪽이냐 하면 오히려 가벼운 편에 속한다. 그래서 술술 잘도 읽힌다. 작가가 되기 전에는 드라마 작가 수업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때문인지 발단 전개 절정 결말 반전까지 잘 짜여진 플롯으로 마치 티비 드라마의 대본을 보는 기분으로 읽어내려가게 한다. 또 하나의 특징은 남성작가이면서도 드라마의 주 시청자인 여성, 특히 막 결혼한 젊은 주부들의 심리에 어필할만한 이야기가 많다는 점이다.(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마 그런 것들이 저자를 베스트 셀러 작가의 반열에 오르게 한 원동력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나잇살이 많이 붙어 중후한 모습이지만, 젊었을 때는 호리호리하고 잘생긴 미남 작가이기도 했다.

리 코미디 공포 온갖 장르 가리지 않는 아카가와 지로지만, 정말 그중에서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어느 이야기에도 유머가 빠지지 않는다는 점.
작품에 따라서 유머의 농도가 어느정도냐 하는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인물들이 엉뚱하고 천연덕 스러운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아카가와 지로의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중에 <맑음, 때때로 살인>이라는 제목의 작품이 있다. 이 제목에서 느껴지는 뉘앙스가 바로 아카가와 지로 소설의 이미지 그대로라고 생각한다. 살인을 그저 오늘의 날씨와 동격 정도로 취급하는,
심각한 것을 대수롭지 않게... 라기보다는 심각하긴 한데 뭔가 조금 핀트가 어긋난듯한...
예를 들자면,

나 오늘 일찍 집에 들어가 봐야 돼.
어머 왜?
아침에 남편을 죽이고 그냥 나왔는데, 내일 손님이 온다고 해서 다른데로 옮겨둬야 할 것 같아.
저런 많이 힘들겠구나?

이런 대화의 느낌?

귀엽기도 하고 경쾌하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에서는 그렇지만 기막히게 감동적이기도 하고, 다재다능한 센스를 지닌 작가다. 이제는 전성기가 지나 예전같은 모습은 기대하기 힘들겠지만...
여하튼 무엇부터 손댈까 고민하지 않고 깔끔하게 대표작 중 하나인 이책
을 선택할 수 있는 지금이 바로 아카가와 지로를 접해보려는 사람에게는 적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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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 체크리스트 - 완벽한 사람은 마지막 2분이 다르다
아툴 가완디 지음, 박산호 옮김, 김재진 감수 / 21세기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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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기준으로 약280 페이지에 걸쳐 '체크리스트'의 유용함에 대해 설파한다. 미국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외과의(미 뉴요커 지에 기고를 하고 있기도 하다)이므로, 주로 병원에서의 사례를 중심으로 체크리스트의 효과를 입증해 나간다. 예를 들면, 미 존스 홉킨스 병원은 5항목의 체크리스트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병원내 감염이 대폭 감소했다고 한다.

분명 체크리스트가 안전을 확보하는데 유효한 툴이기는 하지만, 이것을 증명하는데 이정도 분량의 글을 써낸다는 것은... 다양한 사례를 수집하고 이렇게까지 디테일하게 파고 들어간 저자의 노력에는 경의를 표한다.

거의 모든 업계의 노하우가 어마어마하게 늘어나면서 세상의 구조는 점점 복잡해지고, 그 복잡성은 이제 개개인이 처리할 수 있는 지식의 양을 초과하는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무를 안전하게 수행하려면, 우리가 가진 지식의 양과 복잡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구성원들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축적된 지식과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고, 어쩔 수 없는 인간의 결점을 보충 할 수 있는 그런 전략이 필요하다. 체크리스트가 유용한 것은, 이런 과정에서 팀원들간의 의사소통을 활성화 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책을 극찬했다는 '말콤 글래드웰'의 저서들처럼, 사례들이 매우 풍부하다. 의사로서의 체험 뿐 아니라, 건설업계나 비행기의 기장, 투자가등의 사례도 인용한다. 체크리스트라고 하면 보통 사소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항공기의 운항에서부터 건설 프로젝트에 이르기까지 체크리스트를 소홀했기 때문에 자멸한 사례는 허다하다. 이책에서는 그런 체크리스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붕괴할뻔한 씨티그룹 빌딩의 이야기나, 2009년 1월에 일어난 허드슨강의 기적, 당대 최고의 투자가 '워런 버핏'의 체크리스트 활용법 등, 흥미로운 사례들을 채택하고 있다.

외과의인 저자가 외과 수술에 체크리스트 도입을 시도했더니, 합병증의 발생율을 포함해 치료 결과가 큰폭으로 개선됐다고 한다. 주제에 비하면 다소 과도하다 싶을 정도의 분량이지만, 흥미로운 에피소드들이 많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고, 체크리스트의 유용성에 대해 설득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덧붙여서 체크리스트 작성의 요점은 효율적이며 간단명료하게!
쓸데없는 정보로 가득한 나쁜 체크리스트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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