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다스리는 사람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함규정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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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표현에 인색하고 감정을 다루는데 서투른 한국사람들에게 이런책은 상당히 유용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말고 감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컨트롤 하자는 이야기인데, 다 알고 있는 듯 하면서도 의외로 내 감정에 대해 잘못된 상식으로 알고 있는 부분들이 제법 많다.

주위를 살펴보면 감정표현이 풍부하고 타인과 충돌이 있을 것 같은 아슬아슬한 분위기에서도 오히려 시원시원하고 노련하게 그 분위기를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그저 성격이 좋아보이는데 그치지 않고 대부분 주변사람들에게서 신뢰를 받고 인간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인기인인 경우가 많다. 능력이 뛰어나다고 성공하는 사회가 아니고 인맥이 각광받는 지금같은 시대에서 이런 처세술은 더욱 유용할 수 밖에 없다. 이력서상의 스펙도 중요하지만, 사실은 측정할 수 없는 이 감정의 컨트롤 실력이 나를 진정한 승자로 이끌어 주는 비법일런지도 모른다. 특히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조건에서 올바른 감정의 컨트롤 실력은 필수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화를 참지않고 바로바로 발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론이 정설처럼 믿어져왔다. 실제로 여러 방송매체에서도 그런 내용을 다루는 것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화는 화를 부른다. 화를 냄으로써 연쇄적으로 더욱 분노하게 되고 우리몸은 건강을 헤치게 된다. 그렇다면 화를 참으라는 말인가? 반드시 화를 내야만 하는 상황에서만 화를 낸다. 즉, 내 육체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더라도 화를 내는것이 이득이라면 화를 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방법은 잘못된 감정 컨트롤 방법, 즉 안좋은 상황을 불러 일으킬 수도 있는 방법이었던 셈이다.

자신의 감정을 왜곡하지 않고 올바르게 컨트롤하고 표현함으로써 대인관계도 깊어진다. 요즈음에는 행복론에 관한 서적들이 많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 같은데,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 최종적으로는 내 감정이 행복해야 행복해질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을 얻고 싶다면 감정부터 움직여라. 칭찬에 인색하지 마라 등,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좀처럼 내것으로 만들지 못하는 성공을 위한 처세술. 혼자서는 성공할 수 없는 이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운전면허 만큼이나 필수인 기술이 아닐까.

다른 것도 아닌 나 자신의 매뉴얼이다. 지금까지 내가 나 자신을 나를 얼마나 잘못 다뤄 왔는지, 잘못된 지식으로 어떻게 손상시켜 왔는지를 알고 나니 조금은 나에게 미안한 감정마저 든다. 정말로 나 자신을 좀더 사랑하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내가 나를 소중하게 다루는 만큼 남들도 나를 소중하게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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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이야기 - 천재와 바보의 경계에 선 괴짜들의 노벨상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2
마크 에이브러햄스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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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이라는 게 있습니다. 노벨상과는 조금(어쩌면 많이) 관점을 달리해서 얼마나 놀랍도록 바보같은가를 기준으로, 매년 10명 정도의 '다시는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그 영예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고, 수상자들의 업적을 보면 하나같이 (여러 의미에서)경천동지할만한 것들 뿐입니다. 대합조개에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험을 한 미국인 교수에서부터, 고양이 귀의 진드기를 자신의 귀에 넣고 관찰한 수의사, 달팽이의 미각테스트, 낙서인줄 알고 고대동굴 벽화를 말끔하게 지워버린 프랑스 보이스카웃, 코파기가 젊은이들의 공통된 활동이라는 발견한 인도의 정신의학자, 개구리의 공중부양, 차 한잔을 만드는 표준공식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 고르고 골라도 일일이 다 열거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물론 수상자들에게 영예를 안겨준 그 연구 내용도 재미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수상식에 도입된 '미스 스위티 푸' 시스템입니다. 청문회 같은데서 보면 발언시간이 넘으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만, 수상식, 연설회장에까지 그렇게 야박하게 굴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행하는 측에는 이 엿가락처럼 주구장창 늘어나는 수상자의 발언시간이 상당히 골칫거리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입니다.

이그 노벨상 수상식도 예외가 아니라서, 해마다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하야 1999년에 도입되었던 것이 바로 이 '미스 스위티 푸' 시스템입니다. '미스 스위티 푸'는 매우 귀여운 8살의 여자아이로, 주어진 시간 이상으로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 강연자에게 다가가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그만하세요 지루해여. 그만하세요 지루하단 말이에요. 그만해요 지루하다고요."라고 강연자가 포기할때까지 무한반복 합니다. 이 첨단 시스템은 발군의 효과를 발휘해서, 전체 수상식 시간을 왠걸 40%나 단축시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초,중,고등 학교 아침조회 시간에 도입하면 제격일 것 같은 시스템입니다. 교장 선생님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귓볼에다 대고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

이그노벨상은 과학 분야 이외에도 실제 노벨상처럼 경제, 문학분야 등 다양한 부문으로 나뉘어 수상됩니다. 그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하나만 소개합니다.

1996년도 이그 노벨 물리학상에 빛나는 '로버트 매슈스'의 <버터바른 토스트와 머피의 법칙>. 그는 토스트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이상하게도 버터가 발라진 면이 아래쪽을 향하게 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역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터를 바른 면이 조금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슈스에 의하면 버터는 빵 안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토스트가 회전하는 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철저한 공식과 계산으로 토스트가 떨어질때는 버터면이 바닥을 향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슈스씨, 실제로 실험으로 확인까지 했습니다. 초,중학생 들의 도움을 받아 9,821회 토스트를 떨어뜨렸는데, 버터면이 아래를 향한 것이 6,011회, 약 62%로, 많은 과학자가 예측한 50%를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62%라는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결국 무작위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매슈스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쯤 되면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것은 운명이라는 견해가 더 그럴싸 해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상자가 있었습니다.1999년 이그노벨 환경상을 수상한 권혁호 씨. 당시 코오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향기나는 양복을 만들어 이그노벨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해 심사위원들에게 향기나는 옷 한벌씩을 돌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합동결혼시킨 커플이 백만쌍에 이르는 한국의 종교지도자. 이사람은 아마도 문선명씨겠지요? 노벨상보다는 이그노벨 상 쪽이 더 우리 적성에 맞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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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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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슈퍼스타K가 대세입니다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은 말하자면 일본 미스터리 계의 슈퍼스타 K라고 할까요. 아니아니, 거기까지는 안가려나요. 아무튼, 이책 <안녕, 드뷔시>는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같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출신입니다. 따끈따끈한 2010년 수상작입니다.

감미로운 제목에 매료되서 무작정 손에 넣었습니다. 일단은 미스터리 상을 수상한 작품이긴 하지만, 미스터리에 관심없는 사람도 클래식 피아노를 다룬 음악 드라마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노다메 칸타빌레>를 연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스터리로서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작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반면에 피아노 연주 장면의 묘사가 상당히 세세해서 음악을 활자로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하루카'는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 일어난 불의의 화재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도저히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상태가 되지만, 화상치료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의 격려나, 재활 중인 그녀의 피아노 지도를 자진해서 맡아준 피아니스트 미사키 선생님 덕분에 서서히 연주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하루카의 주위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런 전체적인 구도 안에, 근성을 발휘해 피아노 레슨을 받는 소녀 그리고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등 조금은 순정만화 같은 요소에다, 무엇보다도 이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치밀한 연주장면 등등 이것저것 많이도 들어가 있습니다. 연주되는 곡목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곡들(이라고 해도 나는 생소하지만) '쇼팽'의 <에튀드>라던가 '드뷔시'의 <달빛>등이 활자로 연주된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한 주인공의 연주, 그리고 미사키 선생님의 최고레벨의 연주 장면은 부록으로 동봉된 CD를 들으면서 읽으면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콩쿠르를 목표로 사력을 다하는 부분이 진행되는 동안,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어서 그랬는지, 덕분에 마지막에 불쑥 등장한 사건의 진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트릭은 아니라서, 처음에 나오는 복선 부분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아노 소녀' 하루카가 초반에 전신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을 하는 장면은 너무 가엽습니다. 16살 소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하늘이시여 이다지도 가혹한 운명이라니....요' 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다만, 도마뱀처럼 재생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콩쿠르까지 너무 빨리 회복된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피아노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피아노 연주장면이 지루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와 클래식 선율, 그리고 사고후 장애를 극복해 내고 우뚝서는 소녀의 이야기까지 느낌이 판이하게 다른 몇가지 드라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지만, 삽입곡들이 수록된 부록 CD도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해당되는 음악이 나오면 소설 속 장면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아니스트를 목표로 하는 소녀, 살인, 그리고.... 드뷔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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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5
아리카와 히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비채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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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번의 불경기가 반복되는 동안 백수, 프리터라는 단어가 익숙해져서 이제는 어느 특정한 직종을 가리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점점 편한것만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도 이런 답답한 현실에 한몫하고 있는 것이겠죠. 이렇게 방황하는 시간은 당사자들의 미래도 미래이지만 당장의 가정불화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이책의 주인공인 세이지의 경우가 바로 그렇습니다. <백수 알바 내 집 장만기>는 이런 백수청년 세이지가 어떤 사건을 계기로 해서 각고의 노력끝에 취업과 가족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는 이야기입니다. 젊은이들, 특히 주인공과 처지가 비슷한 이땅의 백수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어 줄 수 있는 소설입니다. 

다니던 회사에 불만을 품고 뛰쳐나와 그 후 백수로 빈둥빈둥 대고 있는 청년 '세이지'. 백수라도 집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는 원리를 깨닫고, 세이지는 어느덧 구직 활동도 그만둔 채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세이지의 책임의식은 정말이지 대책 없습니다. 아르바이트를 하던 편의점에서 마저도 점장에게 근무태도를 주의받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쳐나와 버립니다. 일을 그만두는 방식이나, 목표의식도 없고 노력하기도 싫고 그러면서도 상처받기 쉽고 묘하게 자존심만 강한 비뚤어진 청춘의 심리를 극히 현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런 때, 세이지의 엄마에게 심각한 우울증이 발병합니다. 엄마는 이웃의 곱지않은 시선, 제멋대로인 남편, 그리고 비틀대는 아들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느끼고 마음의 병이 들어 버렸습니다. 어머니의 병을 계기로 세이지는 겨우 자신의 어리석음을 통감합니다. 마음을 다잡고 새로이 구직활동을 시작하지만, 매사에 설렁설렁 해 온 인간에게 세상은 결코 관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이지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인정하고, 보다 진취적으로 도전해 나갑니다. 적극적인 구직활동과 타인의 애정어린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이면서 세이지는 점차 성장해 나갑니다.

어떻게 보면 '오기와라 히로시'로 연상되는 전형적인 일본식 성장스토리라고도 할 수 있지만, 이책에는 좀 더 주의깊게 바라보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부모자식간의 불화와 그것을 현명하게 헤쳐나가는 대목입니다. 자존심만 세고, 이기적이고 권위적인 아버지로 인해 고통받는 엄마, 철없는 남동생 덕분에 어려서부터 책임감을 떠안고 자라온 누나, 이런 가족구성은 현대 한국 사회에서도 그리 낯설지 않은 조합입니다. 겉으로 큰 사건 사고는 없지만 무책임한 성향의 아버지와 자식들간의 일촉즉발의 갈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초반의 전개는 결코 세이지의 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이지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공사현장의 동료이자 인생선배인 아저씨가 해주는 조언은 상당히 와닿네요. 대충 이런 이야기입니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누구나 변화하는 세상에 따라가기 힘들고, 자신이 모르는 곳에서 무언가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런데 우리같이 배움이 모자란 사람들은 포기도 빨라 도망쳐 버리면 그만이다. 모르니까 그저 자식이고 아내고 의사고 시키는대로 하면 그만이다. 그러나 좋은 대학을 나와 그 나이에 정년퇴직도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정도로 직장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세이지의 아버지 같은)엘리트들은 그 프라이드가 도망치는 것을 용납못한다. 자신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도 인정할수 없고 모른다고 포기하고 젊은이들의 말을 고분고분 듣는것도 스스로 용납이 안된다.

부자지간을 가로막는 궁극적인 벽이랄까. 모든 가정의 문제가 동일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한다는 의미에서는 이 이야기를 듣고 언뜻 번뜩임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또 하나, 이 소설은 사회초년병들에게는 이력서 쓰는 법과, 면접시험에서의 유효한 패턴을, 아버지 세대에게는 장성한 자식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가르쳐줍니다. 결코 작지 않은 힌트입니다.

꽤 무거운 이야기처럼 말했지만, 그렇게까지 심각한 내용은 아닙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즐겁고, 적당히 안타까우면서도 몇차례 콧구멍이 벌렁벌렁 하는 정도의 잔잔한 감동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아리카와 히로'와는 조금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진부한(?) 연애담도 포함해서 막상 읽어보면 저자다운 맛은 여전합니다. 라이트노벨의 틀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보기 좋네요. 그런면에서는 비슷한 진화과정을 겪어온 '사쿠라바 가즈키'가 그랬던 것처럼 '아리카와 히로'가 나오키상의 주인공이 되는 날이 곧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깨닫고 행하면 바꿀 수 있다.'
'진심으로 원하면 얻을 수 있다.'
고전적이고 진부한 캐치프레이즈 같지만, 진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요. 희망을 이야기하는 소설이었습니다.
세이지에게, 그리고 이땅의 청년 백수(및 백조)들에게 행운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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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진열장 1 펜더개스트 시리즈 1
더글러스 프레스턴.링컨 차일드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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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프레스턴 & 링컨 차일드' 콤비의 <펜더개스트 시리즈> 7번째작. 지금껏 전혀 모르고 살아왔건만, 사실은 작가도 작품도 상당히 유명한 모양이다. 읽어보니 확실히 재미있다. 다만 왜 첫작부터 안나오고 7번째 작부터 소개되는지? 혹시 출판사는 이 작품의 반응을 보고 여차하면 발을 뺄 요량이었던 걸까. 그런 뜨뜨미지근한 자세는 불안하다. 이런 좋은 작품이라면 처음에 빛을 못 봐도 시리즈가 한편 한편 나오는 동안 그 진가를 인정받게 될 것 같은데.... 어떨런지. 첫작부터 순서대로 꾸준히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 건설 현장에서, 백년전 것으로 보이는 수십구의 인골이 발견된다. 뼈의 상태로 보아 이들은 모두 토막이 난 채로 버려진 듯 하고, 그 특수한 상흔이나 남겨진 옷가지등을 조사한 결과 뼈의 주인들은 연쇄살인의 피해자들로 추측된다. 자연사 박물관의 고고학자 '노라'는 FBI 수사관 '펜더개스트'에게 말려들어 함께 조사를 시작한다. 때를 같이 해서, 이 과거의 사건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백년 전과 현대의 2개의 사건이 교착한다. 역사적인 부분이나 박물관과 관련한 세심한 설명이 이어지고. 어느 순간 과거의 사건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현대에서의 사건도 한층 더 스피디 하게 전개된다.

고고학자인 노라, 신문기자 '스미스 백', 뉴욕 시경의 형사 '오쇼네시' 등 등장인물들의 개성이 풍부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수사관 펜더개스트의 캐릭터는 압권. 흰색에 가까운 금발에 창백한 파란눈, 요염한 흰피부와 고전적인 분위기가 나는 대리석같은 얼굴, 새까만 정장차림에 귀족적인 기품이 감도는 신사이며, 운전기사가 딸린 롤스 로이스를 타고 이동한다. 상대의 의사와 상관없이 주위 사람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페이스로 말려들게 하는 특유의 대화술에다, 동서 고금의 온갖 지식을 동원한 특이한 추리법을 사용하는 이상한 매력이 대폭발하는 인물이다.

만화같은 특수한 도구가 등장했을 때는 흠칫, 미스터리 소설에서 일탈한 전개로 이어질 것 같아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지만, 비현실과 현실이 알맞게 혼재되어 있어서 그것이 일반적인 스릴러와는 다른, 좋은 맛을 낸다. 활자만으로 이루어진 책에서 그래픽노블의 정취마저 느껴지니 이상하다. 백년 전과 현대가 교차하는 뉴욕의 낡고 오래된 냄새와 현대적인 도시의 냄새가 동시에 콧구멍 주위를 감도는 듯한, 좋은 의미로 수상하고 추잡한 세계를 즐길 수 있었다.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 대담한 결말을 포함해서, 조용히 재야에 묻혀있는다는 건 정말이지 당치 않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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