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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노벨상 이야기 - 천재와 바보의 경계에 선 괴짜들의 노벨상 ㅣ 살림청소년 융합형 수학 과학 총서 32
마크 에이브러햄스 지음, 이은진 옮김 / 살림 / 2010년 10월
평점 :
'이그노벨상'이라는 게 있습니다. 노벨상과는 조금(어쩌면 많이) 관점을 달리해서 얼마나 놀랍도록 바보같은가를 기준으로, 매년 10명 정도의 '다시는 할수도 없고 해서도 안되는'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그 영예를 수여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심사위원을 맡고 있고, 수상자들의 업적을 보면 하나같이 (여러 의미에서)경천동지할만한 것들 뿐입니다. 대합조개에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하는 실험을 한 미국인 교수에서부터, 고양이 귀의 진드기를 자신의 귀에 넣고 관찰한 수의사, 달팽이의 미각테스트, 낙서인줄 알고 고대동굴 벽화를 말끔하게 지워버린 프랑스 보이스카웃, 코파기가 젊은이들의 공통된 활동이라는 발견한 인도의 정신의학자, 개구리의 공중부양, 차 한잔을 만드는 표준공식등,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것만 고르고 골라도 일일이 다 열거하기 벅찰 정도입니다.
물론 수상자들에게 영예를 안겨준 그 연구 내용도 재미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특히 재미있었던 것은 수상식에 도입된 '미스 스위티 푸' 시스템입니다. 청문회 같은데서 보면 발언시간이 넘으면 마이크가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만, 수상식, 연설회장에까지 그렇게 야박하게 굴수도 없는 노릇이고 진행하는 측에는 이 엿가락처럼 주구장창 늘어나는 수상자의 발언시간이 상당히 골칫거리로 받아들여지는 모양입니다.
이그 노벨상 수상식도 예외가 아니라서, 해마다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리하야 1999년에 도입되었던 것이 바로 이 '미스 스위티 푸' 시스템입니다. '미스 스위티 푸'는 매우 귀여운 8살의 여자아이로, 주어진 시간 이상으로 수상소감을 이야기하는 강연자에게 다가가 얼굴을 올려다보면서 "그만하세요 지루해여. 그만하세요 지루하단 말이에요. 그만해요 지루하다고요."라고 강연자가 포기할때까지 무한반복 합니다. 이 첨단 시스템은 발군의 효과를 발휘해서, 전체 수상식 시간을 왠걸 40%나 단축시켰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전국의 초,중,고등 학교 아침조회 시간에 도입하면 제격일 것 같은 시스템입니다. 교장 선생님 옆에 찰싹 달라 붙어서 귓볼에다 대고 "지겨워 지겨워 지겨워 ...."
이그노벨상은 과학 분야 이외에도 실제 노벨상처럼 경제, 문학분야 등 다양한 부문으로 나뉘어 수상됩니다. 그 중에서 재미있었던 것을 하나만 소개합니다.
1996년도 이그 노벨 물리학상에 빛나는 '로버트 매슈스'의 <버터바른 토스트와 머피의 법칙>. 그는 토스트를 바닥에 떨어뜨리면 이상하게도 버터가 발라진 면이 아래쪽을 향하게 된다는 머피의 법칙을 역학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버터를 바른 면이 조금 더 무거워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매슈스에 의하면 버터는 빵 안으로 스며들기 때문에 토스트가 회전하는 힘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는 철저한 공식과 계산으로 토스트가 떨어질때는 버터면이 바닥을 향한다는 사실을 증명해 논문으로 발표합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매슈스씨, 실제로 실험으로 확인까지 했습니다. 초,중학생 들의 도움을 받아 9,821회 토스트를 떨어뜨렸는데, 버터면이 아래를 향한 것이 6,011회, 약 62%로, 많은 과학자가 예측한 50%를 크게 웃도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62%라는 수치는 무엇을 의미하느냐? 결국 무작위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 결과입니다. 매슈스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이쯤 되면 버터를 바른 면이 바닥을 향해 떨어지는 것은 운명이라는 견해가 더 그럴싸 해 보입니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도 수상자가 있었습니다.1999년 이그노벨 환경상을 수상한 권혁호 씨. 당시 코오롱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향기나는 양복을 만들어 이그노벨상까지 수상했습니다. 시상식에 참석해 심사위원들에게 향기나는 옷 한벌씩을 돌렸다고 하네요. 그리고 합동결혼시킨 커플이 백만쌍에 이르는 한국의 종교지도자. 이사람은 아마도 문선명씨겠지요? 노벨상보다는 이그노벨 상 쪽이 더 우리 적성에 맞는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