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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드뷔시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권영주 옮김 / 북에이드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 슈퍼스타K가 대세입니다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은 말하자면 일본 미스터리 계의 슈퍼스타 K라고 할까요. 아니아니, 거기까지는 안가려나요. 아무튼, 이책 <안녕, 드뷔시>는 '가이도 다케루'의 <바티스타 수술팀의 영광>과 같은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 출신입니다. 따끈따끈한 2010년 수상작입니다.
감미로운 제목에 매료되서 무작정 손에 넣었습니다. 일단은 미스터리 상을 수상한 작품이긴 하지만, 미스터리에 관심없는 사람도 클래식 피아노를 다룬 음악 드라마로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명한 <노다메 칸타빌레>를 연상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미스터리로서는, 이 바닥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작가들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면도 없지는 않지만, 반면에 피아노 연주 장면의 묘사가 상당히 세세해서 음악을 활자로 듣는 듯한 기분으로 읽어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 '하루카'는 고등학교 입학 직전에 일어난 불의의 화재사고로 전신화상을 입고, 도저히 피아노를 칠 수 없는 상태가 되지만, 화상치료를 담당한 의사 선생님의 격려나, 재활 중인 그녀의 피아노 지도를 자진해서 맡아준 피아니스트 미사키 선생님 덕분에 서서히 연주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하루카의 주위에서 이상한 사건이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그런 전체적인 구도 안에, 근성을 발휘해 피아노 레슨을 받는 소녀 그리고 학교에서의 따돌림 등등 조금은 순정만화 같은 요소에다, 무엇보다도 이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는 치밀한 연주장면 등등 이것저것 많이도 들어가 있습니다. 연주되는 곡목은 피아노를 연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곡들(이라고 해도 나는 생소하지만) '쇼팽'의 <에튀드>라던가 '드뷔시'의 <달빛>등이 활자로 연주된다는 느낌입니다. 특히 혼신의 힘을 다한 주인공의 연주, 그리고 미사키 선생님의 최고레벨의 연주 장면은 부록으로 동봉된 CD를 들으면서 읽으면 감동이 배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이 콩쿠르를 목표로 사력을 다하는 부분이 진행되는 동안, 미스터리 소설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어 버리고 있어서 그랬는지, 덕분에 마지막에 불쑥 등장한 사건의 진상은 전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트릭은 아니라서, 처음에 나오는 복선 부분에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결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아노 소녀' 하루카가 초반에 전신화상을 입고 피부 이식을 하는 장면은 너무 가엽습니다. 16살 소녀라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하늘이시여 이다지도 가혹한 운명이라니....요' 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버리지 않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느껴집니다. 다만, 도마뱀처럼 재생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콩쿠르까지 너무 빨리 회복된 감도 없지는 않습니다.
피아노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면, 반대로 피아노 연주장면이 지루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스터리와 클래식 선율, 그리고 사고후 장애를 극복해 내고 우뚝서는 소녀의 이야기까지 느낌이 판이하게 다른 몇가지 드라마를 동시에 즐길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잊고 있었지만, 삽입곡들이 수록된 부록 CD도 한번 들어봐야겠네요. 해당되는 음악이 나오면 소설 속 장면들이 떠오를지도 모르겠습니다. 피아니스트를 목표로 하는 소녀, 살인, 그리고.... 드뷔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