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오기와라 히로시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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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으로부터의한마디'.
어쩐지 경건해지게 하는 제목에다가 '오기와라히로시'라고 하면 알츠하이머병을 다루었던 '내일의기억'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있기도 해서 처음에는 시한부인생을 살아가는 불치병환자의 감동스토리 같은게 틀림없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은 회사원들의 이야기였습니다. 의미심장한 제목은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다마가와식품의 사훈에서 따온 것이구요. '고객님의 목소리는 신으로부터의 한마디'.

 

이야기의 시작과함께 등장하는 회의장면. 회사의 중역들이 모두 소집되서 신제품 'TF01LL' 네이밍에 대해서 논합니다. 여기에서 RM의 목표수치라던지 슈퍼조인트공법, 다층구조제조법등등 까다로운 전문용어 냄새나는 단어들을 줄줄이 늘어놓는바람에 이번에는 조금 까다로운 기업소설이려나보다 하고 페이지를 넘겨나가는 동안 갑자기 'TF01LL' 의 이름을 '다마짱라면'으로 해야한다는 말이 튀어나와 당황스럽게 하더니 '다마짱 숯불구이식 차사오 돼지뼈 쫄깃쫄깃면'에 이르렀을때는 무심코 뭐냐 이거~! 하고 허리에 힘이 쭉 빠져나가더군요. 잠시후에 이 회의는 상사와 부하직원간에 주먹다짐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변합니다. 이런분위기였던건가. 두번이나 속아버렸어요.

 

상사와 싸움을 벌이고 대기업 광고 회사를 그만둔뒤 다마가와식품에 재취직한 27살의 주인공 사쿠라 료헤이. 료헤이는 이 회의에서의 싸움으로 일명 '구조조정 대기요원 강제수용소' 또는 '바퀴벌레 하우스'라 불리는 고객상담실로 좌천당합니다. 이곳에서 악전고투하는 샐러리맨 료헤이의 좌충우돌 일상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이야기라고나 할까요. 만화나 드라마를 보는것처럼 코믹한 장면이 많고 전체적으로 유쾌하지만 그렇다고 웃음을 유발하는데 목적을 둔 '웃기기만 한'소설은 아닙니다. 따듯함이 있고 때로는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다혈질이고 충동적인 료헤이가 일과 사랑, 그리고 한사람의 인간으로써 발전하고 성숙되어 가는 성장소설같은 면과 함께 권선징악의 쾌감도 존재합니다. 조금 과장된 부분이 없진 않지만 직장인이라면 공감할수 있는 부분이 많은것 같아요. 덕분에 씁쓸함과 그 씁쓸함을 날려버리는 상쾌함을 동시에 맛볼수 있었습니다.
찰거머리같은 상사와 짜증나는 업무에 시달리는 샐러리맨에게는 한호흡 쉬고 충전하는 계기가 될수 있는 소설이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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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모중석 스릴러 클럽 6
딘 쿤츠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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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딘쿤츠의 작품에 빠져 원서를 닥치는데로 읽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한작품을 읽고나면 그 숨돌릴틈없는 빠른 전개와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듯한 쾌감을 잊을수가 없어서 바로 다른 작품을 구해다읽곤 하는 식이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원서를 자유자재로 읽을만한 영어실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고 쿤츠의 작품이 너무 읽고 싶어서 무리를 했었던 것이기 때문에 어느순간부터 원서 읽기에 지쳐버렸던것 같아요. 그 뒤로 꽤 오랫동안 그의 작품을 접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남편이라는 작품을 발견하고 미려한 표지디자인에 눈길이 가게 되어 살펴보던중 딘쿤츠의 작품이라는것을 알고 냉큼 집어들었습니다. 오랫동안 격조한 친구를 만난것처럼 설레이더군요. 제대로 음미해보자 하는 일종의 각오같은게 생겨서 평소에는 방바닥에 뒹굴뒹굴 하면서 읽던 책을 책상앞에 정좌하고 나서야 신중하게 첫페이지를 넘겼습니다.

 

 

역시 쿤츠. 한편의 헐리우드 스릴러영화를 보는것같은 빠른 전개는 여전하더군요. 딘쿤츠라는 작가에 대해서 신앙심 비슷한걸 가지고 있어서 편파적일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경험했던 그 기억들을 새록새록 떠올려줄 만큼 굉장했습니다.
다만 저는 그 전까지 딘쿤츠하면 스티븐킹같은 상당히 호러작가로서의 이미지가 강했는데 남편은 공포소설로서의 요소는 전혀없는 서스펜스 소설이였다는 점 정도가 예상을 빗나간 부분이네요. 설정상의 특이함이나 그흔한 반전하나없지만 희대의 스토리텔러인 쿤츠의 작품인만큼 숨돌릴틈없이 술술 읽혀지고 거기에 그의 특징인 맛깔난 문장이 여기저기 산재해있어서 그 재미에 깊이를 더해줍니다.

 

 

앞서 말했듯이 미려한 표지디자인이나 장정등 그리고 쿤츠의 신작이라는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만족스럽긴하지만 아쉬운 점이 하나있다면 쿤츠 특유의 비유법을 사용한 맛있는 표현들을 조금은 그 본래의 느낌을 살리지못하고 번역된 것같은 어색한 문장들이 종종 눈에 띕니다.
원문과 비교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어쩌면 이것도 딘쿤츠에 대한 저의 신앙심에서 나온 억지일지도 모르겠네요. 어찌되었든 번역문제를 빼더라도 너무나 매력이 많은 작품이기 때문에 서스펜스/ 스릴러 독자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정말 오랫만에 맛보는 신나는 한판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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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지음, 김주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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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남미쪽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을 몇번 읽어본 감상을 말하자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주체가 되는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대신에 그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건이라는것이 이야기안에서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소재로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는것 같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추리소설로서는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진다. 하나의 소설로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해도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으로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그동안 익숙해있던 영미권이나 이웃나라 일본의 미스테리 작품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의 치밀함이나 긴박감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독자에게는 솔직히 만족을 주지 못하는듯하다. 그렇다고 별볼일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였더라고 단정지으려는건 아니고 단지 애초에 기대하던것과는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지 이 쪽 작가들의 작품에는 또 그것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살인사건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낙천적이고 심각하게 생각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쪽 지방 사람들의 정서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락적요소는 부족하나 특유의 매력을 가진 소설'. 이것이 그동안 남미쪽 추리소설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인상이였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은 조금 특이하다. 아르헨티나 작가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의 본고장이자 본격미스테리의 성지라고 할수 있는 영국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작가를 밝히지 않으면 영락없이 영국이나 미국의 어느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하기 쉽상이다.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고 모든 등장인물이 영국사람이여서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상당히 영미권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는것 같다. 작품전체를 통털어 유일한 비영국인(아르헨티나)인 주인공이 일인칭 화자로써 단한번도 작품상에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점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영국적인 색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옥스포드 살인방정식'의 진짜 매력은 이런 본고장식 스타일의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철저하게 영국의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군데군데 느껴지는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이 섞여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있다.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 대신에 따스한 햇살 아래를 거닐며 추리를 해나가는듯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한없이 심각하거나 또는 한없이 여유로운 대신에 영국과 남미의 정서가 만나 만들어낸, 지금까지 보아오던 작품들과는 오묘하게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연쇄살인을 둘러싼 지적테마는 수학과 논리학이고 이로인해 즐길수 있는 지적유희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작품 전체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지만 '살인방정식' 이라는 제목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수학이나 논리학방면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해도 이작품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혹시 방정식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고 이런 학문적인 요소가 또한 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재료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상당히 읽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렇게 번역본으로 만날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영국과 남미의 퓨전요리같은 색다른 맛을 느낄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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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도 밀리언셀러 클럽 69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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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틱리버'의 작가 '데니스루헤인'의 첫 단편집.

 

기복없이 언제나 한결같아서 독자가 별다른 정보없이 작가의 이름만으로 작품을 선택해도 절대로 실망시키지 않는 고마운 작가가 있는데 나에게 있어서는 데니스 루헤인이 이런 고마운 작가이자 '믿을맨'이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텀이 길고 과작인 탓에 좀 더 많은 작품을 접하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에 200프로 만족을 주는 흠잡을데 없는 완성도로 그 기다림을 보상해주곤 한다. 특히 이번 작품 코로나도는 장편뿐 아니라 단편에서도 빛을 발하는 그의 다재다능한 면을 확인할수 있었던 좋은 기회임과 동시에 나를 루헤인교의 신봉자로 만드는 굳히기 한판이였다.

 

그동안 데니스 루헤인의 작품에서 느껴지던 다소 어둡고 무거운 분위기가 코로나도에서는 한층 더 짙고 묵직해졌다. 장편에서의 치밀한 구성과 반전을 위해 할애해야했던 노력이 줄어든 대신 특유의 분위기와 인물을 창조해내는데 더욱 품을 들인 느낌이다. 여기에 문학적인 소양마저 더욱 빛을 발해 한작품 한작품이 진한 커피처럼 밀도높고 깊은 맛이 있다. 짧지만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 묵직한 다섯편의 단편과 표제작인 극본 코로나도가 실린, 루헤인의 팬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될 보석함같은 단편집.

 

코로나도의 어두운 분위기는 읽는내내 시종일관 흐릿한 밤안개속을 정처없이 걷고 있는 듯한 기분에 휩싸이게 한다. 우울하면서도 씁쓸한 이 분위기는 분명 죄의식이 결여되고 미래가 보이지 않는 막장인생들을 주로 소재로 다루고 있는데서 기인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훨씬 더 노골적인 폭력과 거친 욕설, 애로틱한 묘사에 많은 장면을 할애했더라도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이런 먹먹함을 느낀적이 없았던 것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끌어내는 것은 어디까지나 데니스루헤인이 가진 능력이고 그의 작품 스타일이라고 해야할것 같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목적지도 없고 언제 어떤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르는 황무지를 배회하는 듯한 긴장감이 항상 주위에 감돈다. 이런 암울한 인간군상들의 심리, 사고방식이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게 또 과장되게 만들어진 캐릭터에게서는 느끼기 힘든 묘한 현실감이 있어서 마음을 무겁게 만든다. 코로나도 전체를 관통하는 이런 방식은 올해 최고의 단편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개인적으로 이 단편집에서 가장 맘에 들었던 '그웬을 만나기 전' 에서 절정을 이루는데 바비와 그의 아버지가 서로의 목숨이 걸린 살얼음판같은 상황에서 살인과 다이아몬드의 행방에 관해 천연덕스럽게 나누는 대화는 그야말로 막나가는 무법자들의 진수를 보여준다. 

 

 읽는이의 감정을 묘하게 건드리는 표현을 사용해서 잔인한 장면을 완전 처참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장면묘사도 인상적이였다.

'로리 역시 한국인 야채가게에 등을 기댄채 춤을 춰야만 했다. 그의 몸이 펄떡거렸고 두손도 황새다리처럼 펄럭였다.'

-네번째 단편 '독버섯' 중


데니스 루헤인의 팬이나 동류의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그동안의 기대를 충족시킬수 있는 멋진작품임에 분명하지만 너무나 현실감있게 묘사된 어두운 단면으로 인해서 이책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양단이 있고 이 단편집이 모든 성향에 독자를 다 포용할수는 없겠지만, 어찌되었든 나는 방황하는 자들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는 묘사로 그려낸 이 멋진 단편들이 너무 맘에 들기 때문에 아직 루헤인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꼭 한번 이 매력적인 단편집을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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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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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녀가 숲에서 헤메는 이야기일뿐인데 이렇게까지 재미있다니.....

 

 

 '세상이란 놈은 이빨이 있어서 그놈이 원할때면 언제라도 너를 물어뜯을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톰 고든을 동경하는 소녀 트리샤 맥팔랜드는 9살에 그것을 배웠다. 부모님은 얼마전에 이혼하고 지금은 엄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항상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엄마와 오빠가 솔직히 말해서 지긋지긋하다. 어느 6월의 아침, 가족소풍을 나온 트리샤는 엄마와 오빠가 또다시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소변을 보기 위해 코스를 벗어났다가 일행를 놓쳐버린다. 지름길을 찾다가 오히려 광대한 숲속에 홀로 남겨진 신세가 된 트리샤. 쉴세없이 물어뜯는 모기떼, 부족해져가는 식량, 차디찬 밤공기, 설사, 발열등 재난이 겹치지만 트리샤는 동경하는 톰고든과의 상상속에 대화를 버팀목으로 삼아 의지하며 지혜와 기력을 짜내 숲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9일간에 걸친 한 소녀의 결사의 모험을 리얼리티하게 묘사하는 한편 가족의 본연의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사람들은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승자와 패자가 있고 굴곡이 있다.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목적을 이루어내는가 하면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짜릿한 역전의 쾌감도 존재한다. 우리네 삶에서 맛볼수 있는 모든 감정이 스포츠에는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야구나 축구같은 단체 경기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더욱 닮아있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특출난 기량을 발휘해서 승리를 따낼수도 있지만 동료가 더욱 빛이 나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부진할때는 다른이와 역할을 교환함으로 인해 팀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어날수 있는 모든 일과 사건들을 야구경기에 비유했을때 초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스티븐킹이 선택한 가장 멋진 드라마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한점차 리드인 상황에 단 공한개에 승리를 지키느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느냐 승부가 달려있는 피말리는 순간인 듯하다. 당연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지막 공을 쥐고 있는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된다. 가장 냉철하고 강심장인 선수에게 맡겨지는 이 냉혹한 역할. 킹은[톰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서 어린 트리샤에게 이 중책을 맡긴다. 응당 최고의 배짱을 지닌 강인한 주인공이 맡아야할 임무를 인형이나 가지고 놀 나이의 어린 소녀에게 부여한 킹이 잔인하게 여겨질만도 하지만 당차고 똑똑한 트리샤는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낼뿐만 아니라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최고의 드라마로 종지부를 찍을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이쯤에서 그런 명배우를 창조해낸 킹에게 새삼 감탄하게 되는것이다.

 

 

 야구를 알아야만 재밌게 읽을수 있을것이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야구와 빗대어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는것이지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야구선수를 동경하는 트리샤의 서바이벌 생환기일 뿐이고 스티븐킹의 작품답게 탄탄하고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트리샤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런 소설이다. 단,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독자라면 2프로 정도 더 큰 즐거움을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레드삭스의 팬인 나는 트리샤가 숲속에서 워크맨으로 야구중계를 듣는 동안 같이 몰입하고 같이 감동받은 기억이 있으니까. 길지 않은 분량의 글로 그렇게 맛깔나게 야구장의 모습을 전달할수 있다면 킹이 본격적인 야구소설을 써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귀여운 트리샤가 다시 출연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마지막으로 이 인상적인 제목의 작품을 읽으면서 한국 장르소설의 발전을 바라지 않을수 가 없었다. 하루빨리 한국에도 스티븐킹 이상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써내는 스타 작가들이 등장해서 [이승엽을 사랑한 소녀],[박지성......]같은 친숙한 제목의 장르소설을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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