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살인 방정식
기예르모 마르티네스 지음, 김주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11월
평점 :
절판


 많지는 않지만 그동안 남미쪽 작가들의 미스터리 작품을 몇번 읽어본 감상을 말하자면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에서 주체가 되는 '사건'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대신에 그 주변의 이야기들에 더 정성을 들인다는 느낌이 강했다. 사건이라는것이 이야기안에서 하나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소재로서 사용되기는 하지만 이야기의 주체가 되지는 못하는것 같다. 본격적인 추리소설이라기보다는 살인사건이 등장하는 소설이라는 느낌이랄까.... 솔직히 추리소설로서는 긴장감이나 몰입도가 떨어진다. 하나의 소설로써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라해도 엔터테인먼트적인 면으로는 별 매력을 느끼지 못하겠더라. 그동안 익숙해있던 영미권이나 이웃나라 일본의 미스테리 작품들에서 느낄수 있었던, 사건을 풀어나가는데 있어서의 치밀함이나 긴박감을 기대하고 책을 집어든 독자에게는 솔직히 만족을 주지 못하는듯하다. 그렇다고 별볼일 없는 미스터리 소설이였더라고 단정지으려는건 아니고 단지 애초에 기대하던것과는 차이가 있더라는 것이지 이 쪽 작가들의 작품에는 또 그것들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다. 살인사건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무겁지 않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읽고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낙천적이고 심각하게 생각하는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이쪽 지방 사람들의 정서인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락적요소는 부족하나 특유의 매력을 가진 소설'. 이것이 그동안 남미쪽 추리소설에 대해서 내가 가지고 있던 인상이였다.

 

 

그런면에서 보자면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은 조금 특이하다. 아르헨티나 작가의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추리소설의 본고장이자 본격미스테리의 성지라고 할수 있는 영국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작가를 밝히지 않으면 영락없이 영국이나 미국의 어느 작가의 작품으로 착각하기 쉽상이다. 작품의 배경이 영국이고 모든 등장인물이 영국사람이여서라는 이유만은 아니다. 사건이 일어나고 수수께끼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상당히 영미권 추리소설의 전통적인 방식을 따르고 있는것 같다. 작품전체를 통털어 유일한 비영국인(아르헨티나)인 주인공이 일인칭 화자로써 단한번도 작품상에서 이름이 등장하지 않는점을 보면 작가가 의도적으로 이런 영국적인 색체를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을 많이 기울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옥스포드 살인방정식'의 진짜 매력은 이런 본고장식 스타일의 있는것은 아니다. 이 작품의 매력은 철저하게 영국의 분위기를 추구하면서도 군데군데 느껴지는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이 섞여있는 독특한 분위기에 있다. 우중충한 영국의 날씨 대신에 따스한 햇살 아래를 거닐며 추리를 해나가는듯한 기분에 빠지게 한다. 한없이 심각하거나 또는 한없이 여유로운 대신에 영국과 남미의 정서가 만나 만들어낸, 지금까지 보아오던 작품들과는 오묘하게 다른 독특한 분위기가 '옥스퍼드 살인방정식'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이다.

 

 

연쇄살인을 둘러싼 지적테마는 수학과 논리학이고 이로인해 즐길수 있는 지적유희는 비교적 만족스럽다. 작품 전체를 통해서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들지만 '살인방정식' 이라는 제목에 압도당할 필요는 없다. 수학이나 논리학방면에는 영 소질이 없다고 해도 이작품을 즐기는데는 아무런 무리가 없다. 혹시 방정식을 이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오해고 이런 학문적인 요소가 또한 이 작품의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중요한 재료중 하나라고 보면 되겠다. 상당히 읽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렇게 번역본으로 만날수 있게 되어서 정말 기쁘고 영국과 남미의 퓨전요리같은 색다른 맛을 느낄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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