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녀가 숲에서 헤메는 이야기일뿐인데 이렇게까지 재미있다니..... '세상이란 놈은 이빨이 있어서 그놈이 원할때면 언제라도 너를 물어뜯을수 있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투수 톰 고든을 동경하는 소녀 트리샤 맥팔랜드는 9살에 그것을 배웠다. 부모님은 얼마전에 이혼하고 지금은 엄마, 오빠와 함께 살고 있는데 항상 의견충돌이 일어나는 엄마와 오빠가 솔직히 말해서 지긋지긋하다. 어느 6월의 아침, 가족소풍을 나온 트리샤는 엄마와 오빠가 또다시 티격태격하고 있는 사이 소변을 보기 위해 코스를 벗어났다가 일행를 놓쳐버린다. 지름길을 찾다가 오히려 광대한 숲속에 홀로 남겨진 신세가 된 트리샤. 쉴세없이 물어뜯는 모기떼, 부족해져가는 식량, 차디찬 밤공기, 설사, 발열등 재난이 겹치지만 트리샤는 동경하는 톰고든과의 상상속에 대화를 버팀목으로 삼아 의지하며 지혜와 기력을 짜내 숲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한다. 9일간에 걸친 한 소녀의 결사의 모험을 리얼리티하게 묘사하는 한편 가족의 본연의 자세를 다시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사람들은 흔히 스포츠를 인생에 비유하곤 한다. 승자와 패자가 있고 굴곡이 있다. 밀고 밀리기를 반복하면서 목적을 이루어내는가 하면 때로는 좌절을 맛보기도 한다. 물론 짜릿한 역전의 쾌감도 존재한다. 우리네 삶에서 맛볼수 있는 모든 감정이 스포츠에는 존재한다. 그 중에서도 야구나 축구같은 단체 경기에 사람들이 더욱 열광하는 이유는 수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더욱 닮아있기 때문일것이다. 내가 특출난 기량을 발휘해서 승리를 따낼수도 있지만 동료가 더욱 빛이 나게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기도 하고 부진할때는 다른이와 역할을 교환함으로 인해 팀이 더 큰 힘을 발휘하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이 살아가면서 일어날수 있는 모든 일과 사건들을 야구경기에 비유했을때 초 베스트 셀러 작가이자 최고의 스토리텔러인 스티븐킹이 선택한 가장 멋진 드라마는 9회말 투아웃 풀카운트 한점차 리드인 상황에 단 공한개에 승리를 지키느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느냐 승부가 달려있는 피말리는 순간인 듯하다. 당연히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마지막 공을 쥐고 있는 팀의 마무리 투수가 된다. 가장 냉철하고 강심장인 선수에게 맡겨지는 이 냉혹한 역할. 킹은[톰고든을 사랑한 소녀]에서 어린 트리샤에게 이 중책을 맡긴다. 응당 최고의 배짱을 지닌 강인한 주인공이 맡아야할 임무를 인형이나 가지고 놀 나이의 어린 소녀에게 부여한 킹이 잔인하게 여겨질만도 하지만 당차고 똑똑한 트리샤는 누구보다도 그 역할을 잘 소화해낼뿐만 아니라 가장 드라마틱한 순간을 최고의 드라마로 종지부를 찍을수 있는 최고의 마무리 투수였다는 것을 증명해낸다. 그리고 이쯤에서 그런 명배우를 창조해낸 킹에게 새삼 감탄하게 되는것이다. 야구를 알아야만 재밌게 읽을수 있을것이냐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야구와 빗대어 이야기를 하자면 그렇다는것이지 [톰고든을 사랑한 소녀]는 야구선수를 동경하는 트리샤의 서바이벌 생환기일 뿐이고 스티븐킹의 작품답게 탄탄하고 매우 흥미롭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인공 트리샤의 매력이 철철 넘치는 그런 소설이다. 단, 야구를 좋아하고 특히 그중에서도 메이저리그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인 독자라면 2프로 정도 더 큰 즐거움을 얻을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레드삭스의 팬인 나는 트리샤가 숲속에서 워크맨으로 야구중계를 듣는 동안 같이 몰입하고 같이 감동받은 기억이 있으니까. 길지 않은 분량의 글로 그렇게 맛깔나게 야구장의 모습을 전달할수 있다면 킹이 본격적인 야구소설을 써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귀여운 트리샤가 다시 출연한다면 금상첨화이고. 마지막으로 이 인상적인 제목의 작품을 읽으면서 한국 장르소설의 발전을 바라지 않을수 가 없었다. 하루빨리 한국에도 스티븐킹 이상으로 재미있는 소설을 써내는 스타 작가들이 등장해서 [이승엽을 사랑한 소녀],[박지성......]같은 친숙한 제목의 장르소설을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