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악하악 - 이외수의 생존법
이외수 지음, 정태련 그림 / 해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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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악하악이라는 제목이 무슨 의미인지 너무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인터넷에서 흔히 쓰는 말인가 보더라. 찾아보니 국어사전에까지 채팅어라고해서 그 설명까지 나와있는데 솔직히 아직도 그 뉘앙스를 백프로 이해하지는 못한다. 나름대로 인터넷에 매달려있는 시간이 많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이렇게 널리 쓰이는 표현을 모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니까 어쩐지 허탈해지네. 하기야 나는 극히 제한된 부분에서만 활용하고 있을 뿐 인터넷을 통한 의사소통에는 아직도 그다지 익숙하지가 못하다.

 

이외수님이 인터넷용어를 익숙하게 다룬다는게 솔직히 의외였다. 조낸, 아놔, 후덜덜....인터넷 용어와 은어가 자연스럽게 섞여있고 심지어는 군대에서 자주듣던 말입니다체까지 등장하는, 누군가의 개인블로그에서 막 튀어나온것 같은 이 글들은 실제로 이외수님이 인터넷에 올리시던 글이라고 한다. 책을 읽다보니까 스스로 인터넷 폐인이라고 칭하는 부분이 있는걸 보면,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을 할애하시는것 같다. 그렇지만 편견이란게 무섭긴 무서운거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좀처럼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는다.

 

인터넷 용어들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표현이나 용납하는건 아닌 듯하다. 결코 글이 가벼워지거나 천박해지는 일은 없다. 오히려 더욱 이외수님의 글 같아졌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인터넷 용어를 사용한다는게 의외여서 한번 더 눈길이 갔을 뿐이지, 실제로는 적절한 용어들이 적절한 곳에 제대로 쓰여진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 따뜻하고, 뒤돌아보게 만드는 힘도 여전하다.

 

올바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들을 지적하고 성토하면서도, 날이 서있지 않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점이 존경스럽다. 구구절절 옳은 이야기라 하더라도, 과격하고 불쾌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글은 정말 즐이다. 화를 돋구고 무조건 반박하고 싶은, 자기중심적인 말과 글들이 난무하는 요즈음이지만, 이외수님의 문장 하나하나는 나로 하여금 할아버님의 애정어린 가르침을 받고 있는 어린손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 하곤 한다.

 

불만도 많고 많은 부분에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지만, 감정이 쉽게 개입되는, 모자란 내 말주변이나 글 실력으로는 누구를 설득하기는 커녕 반발을 사기 쉽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애써 내 의견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적도 없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그러나 그럴수가 없다면 마음이 움직이는 좋은 글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즐거움을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내가, 열목어가 헤엄쳐 다니는 일급수같은 이 책을 주위 사람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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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4 - 상아의 제국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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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과 마법이 지배하는 판타지소설 속의 세계에는 약방의 감초처럼 용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본래 서양의 설화속에서는 용사의 앞길을 막아서는 괴물로 묘사되던 이 사악한 생명체는 수많은 환상소설, 판타지소설들을 거치는 동안 진화의 진화를 거듭해 지금과 같은 신비하고 전지전능한 존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걸로도 모자라 이제는 현자, 마법사로서의 역할로까지 그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용이 판타지소설속에서 가지고 있는 그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존재감과 위용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런 용이 나폴레옹의 정복전쟁이 한창이던 17세기의 유럽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장면을 목격했을때, 그래서 그 놀라움은 이루 말할수 없었다. 두근거리는 설레임, 긴장감, 그 웅장함이란.... 한마리가 아닌 수많은 용들이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파일럿과 승무원들을 태우고 편대비행하는 경이로운 광경은 판타지세계를 처음 접한 이래로 지금까지 줄곧 막연하게 기다려오던 바로 그 장면이였다.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 속으로 튀어나온 용들은 다소 다운그레이드가 되어 절대적이고 초월한 존재로서의 이미지가 많이 희석되기는 했지만, 대신에 리얼리티(?)라는 옷을 걸치고 가축을 먹이로 삼고 인간과 감정의 교류를 나누는 보다 가깝고 친숙한 존재로 재탄생 했다. 그것이 테메레르와의 감격적인 첫만남이였다. 

 

 

테메레르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총 6권으로 예정된 시리즈중 4번째작인 이번작품에서는 미지의 대륙 아프리카로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전편에서 야생용들과 힘을 합쳐 나폴레옹이 이끄는 프랑스 군대로부터 프러시아의 패잔병들을 구해내는데 성공했던 테메레르와 로렌스. 이번에는 갑자기 발병한 원인모를 전염병으로 영국 공군 소속의 용들이 하나둘씩 죽어나가고 영국 공군은 정상적인 작전은 커녕 정찰임무조차 해내기 힘들정도로 마비되기에 이른다. 이에 테메레르와 로랜스는 전염병을 치료하기 위한 해독제를 구하기 위해 아프리카로 향하게 된다. 중국, 그리고 다시 터키를 거쳐 유럽대륙을 가로지르는 대장정을 마치고 돌아온지 얼마 지나지 않은 테메레르 일행앞에 또다른 모험이 펼쳐진다.

 

 

테메레르 시리즈에서의 용은 단순히 불을 뿜는 괴물이 아니라, 전세계 각 지역마다 특색있는 인간의 문화를 공유하고 같이 호흡하며 공존해 나가는 지적 생명체로 그려진다. 유럽열강의 용들이 공군에 소속되어 군사임무를 수행하는 군인으로서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면, 중국을 중심으로 한 동양의 용들은 백성들의 존경을 받는 우아한 황족으로서, 그리고 중앙아시아의 야생용들이 사막의 도적과 같은 약탈자 무리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 작에서는, 17세기 당시의 미개척된 아프리카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반영하여 원주민들의 토속신앙과 결합된 용들이 등장하는데, 환생에 대한 믿음으로 맺어져, 인간과 같은 일족으로서 하나의 부락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 용들의 모습은 정말이지 애당초 가지고 있던 기대를 훨씬 뛰어넘는 것이였다.

 

 

줄곧 그래왔듯이 이번 작에서도 새로운 캐릭터와 무대, 임무가 제공되며, 인간과 인간, 용과용, 그리고 이념과 이념 사이의 대립이라는 구도에도 변함이 없다. 권수가 늘어날때마다 누적되어 독자에게 전달된 세계관과 설정의 양만큼 좀 더 깊이있고 심오해진 스토리가 그부분을 대신하는 점도 여전하다. 다만 지금까지는 에피소드의 발단과 결말이 한권안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되고 다음권에서는 다시 새로운 에피소드를 즐길수 있었던 식이였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아프리카에서의 임무완료 후 새로운 사건이 불거져 나온 상태에서 묘한 여운을 남기며 다음권으로 그 결말을 떠넘기고 있다. 그런데 그 사건이라는 것이, 가슴이 묵직해지는 무거운 주제이기도 하거니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도저히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테메레르와 로렌스 콤비 최대의 위기상황인 탓에, 보통 안타까움을 자아내는게 아니다. 다음 이야기가 너무 궁금해서 초조해지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영화감독 피터잭슨의 추천사 마따나 역사와 판타지를 모두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이보다 좋은 선택도 없을듯 하다. 그렇지만 테메레르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판타지소설을 읽지않는 독자까지도 끌어안는 포용력. 배경이 현실세계여서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용이라는 존재가 마치 원래부터 그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용과 실제역사와의 위화감이 좀처럼 느껴지지 않는 치밀하고 완성도 높은 설정은 때때로 판타지가 아닌 역사소설을 읽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게 한다.

 

 

앞으로 테메레르의 여정이 단 두권이면 마무리 된다는 사실이 서운하지만, 그 서운함을 매꿔주는 것은 이미 다음 이야기의 대한 궁금증만큼이나 커져버린 저자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다. 나오미 노빅이라는 작가를 알게 되서 새삼 뭐라 드릴 말씀 없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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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거 빙벽 밀리언셀러 클럽 35
트레바니언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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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7세의 젊은 미술사교수 헴록은, 실은 정보기관 CII의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해주는 암살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마의 암벽인, 스위스의 아이거빙벽 등반에 참가하는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처리해야 할 타겟이 그들 중 누구인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 등반가로서도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는 헴록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막대한 보수를 조건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번 등반의 지상요원이자 그의 옛친구이기도 한, 벤의 지도하에 차근차근 훈련과정을 거쳐, 헴록은 독일인 칼, 스위스인 안데를, 그리고 장폴과 팀을 이루어 등반을 개시한다. 이들 중 과연 누가 암살해야 할 타겟인지도 모른채 헴록은 무시무시한 마의 암벽에 몸을 맡긴다.

 
대학교수이면서, 암벽등반가, 게다가 청부 살인업자이기까지 한 팔방미인형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3류모험소설에나 등장할것 같은 인물 설정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소설안에서는 제임스본드같은 냉전시대의 스파이상으로 멋들어지게 묘사되고 있다. 본래 설산이라던가 엄동설한의 땅이라고 하는 극지를 무대로 한 소설이라는데 이끌려 집어든 책이지만, 읽는동안 의외로 주인공인 헴록이라는 인물에게 더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무적에 가까운 강인한 캐릭터라는 사실보다, 터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성적이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해서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젊은 교수가, 경우에 따라서는 극한의 비정함을 보인다던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특이한 성격, 게다가 어린시절의 영향으로 어떤경우라도 배신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그런 개성이 마음에 와닿았다. 다만,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힘들었는지, 뒷부분에서는 그 개성이 조금 희석되어 버린것 같은 인상이 남아서 아쉽다.


페이지수로 스토리 전개를 구분해보면, 우선 전체가 468 페이지, 처음 아이거빙벽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약, 3분의 1쯤 경과한 153페이지, 무대가 스위스(클라이네 샤이데크)로 옮겨지는 것이 반 이상 지난 270 페이지, 마침내 북벽등반에 착수하는 것은 결말이 가까와져 오는 391 페이지가 되고 나서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의외로 등반신이 적어서, 결말부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일단 등반이 시작되면 상당히 전개가 빨라지는 만큼, 긴박한 설정(주인공과 파티를 짠 3명의 멤버중 섞여있는 적과 함께 죽음의 등반을 한다는)과 함께 긴장감은 최고에 달한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호텔에 설치된 망원경까지 사용해 가면서, 등반대가 등반하는 광경을 현장에서 바라보며 즐기는(사실은 추락 사고를 기다리는) 유한 계급의 명사들을, 소설 안에서는 '아이거 새떼들'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리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관광객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정말로 그런 식으로 불리웠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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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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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역사 추리물. 일본식 표현으로는 시대 미스테리.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중 첫번째 작품인 본작,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지금의 도쿄 스미다구에 해당하는 혼조 후카가와에서 전승되어 내려오는 일곱개의 기이한 이야기를 모티브로 한 연작 단편집이다. 탐정격으로 등장하는 에코인의 모시치 대장이 각각 일곱개의 별개의 이야기 속에서 까다로운 사건들을 해결해 나간다.

 
혼조의 기이한 일곱 이야기란, 요즈음과 비교하자면 일종의 도시전설이라고 할 수있다. 시대물이 됐던 현대물이 됐던간에, 이런 테마의 작품은 쓰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대체로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수수께끼는 수수께끼인채로 남아있을 때야말로 비로소 기이한 이야기가 된다. 그 궁금증과 경이로움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붙잡고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소설인 이상, 어떤 경우라도 독자의 관심은 수수께끼의 해답을 향하게 된다. 수수께끼를 남겨놓은 채로 독자의 만족과 납득을 구하기는 극히 어려운 일.    

 
이 작품집에 수록된 7편에 있어서, 혼조의 기이한 일곱 이야기의 해답에는 큰 의미가 없다. 기존의 이야기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확실하게 각 단편의 결말을 만들어내고 있다.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수수께끼는 본래 작가가 쓰고자 한 이야기의 분위기를 내기 위한 요소라고나 할까. 도시전설 그 자체로서가 아니라 여기서는 본래의 이야기를 포장하고 있는 바람잡이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기이함이라기 보다는 슬프고 애달픈 느낌의 작품집이였다. 사람과 사람간의 엇갈림이 있고, 미움과 질투가 있다.  비록 안타까움을 남긴 채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대체로 결말은 따뜻하다. 그 따뜻함 때문일까. 일곱개의 이야기를 읽어내는 동안 혼조 후카가와라는 낮선 지명이 상당히 친숙한 느낌으로 남게 되었다. 모시치 대장의 인간적인 매력에 매료되어 버린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보니 무척이나 아쉽다. 일본의 독자들도 나와 같은 기분이였던 것일까. 이 가슴 따뜻한 명탐정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의 후속편 격인 하쓰이야기에서는 주역으로 활약한다고 한다. 이 하쓰이야기가 하루빨리 우리나라에도 소개되어서 모시치와 재화할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덧붙이자면, 이 작품집에 실린 몇몇 이야기와 미야베 미유키의 다른 시대소설들은, 일본에서는 티비 드라마나 라디오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방영이 되기도 했다. 미야베 미유키의 팬이라면 꼭 한번 보고 싶다는 간절한 마음이 있겠지만, 우리나라에서 정식으로 볼수 있는 날이 올 것 같지는 않다. 혹시라도 우리 역사를 배경으로 각색한 작품이 등장한다면 그런대로 만족하며 즐겁게 볼수있을텐데. 일본의 시대물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에도라는 시대적 배경은, 어쩐지 사무라이와 칼부림이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겠지만,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그런 이미지를 한번에 날려버릴 따뜻하고 애절한 느낌의 단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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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 밀리언셀러 클럽 79
엘레나 아르세네바 외 지음, 윤우섭 외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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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종종 있었지만, 추리소설만큼은 처음이라 기대반, 걱정반으로 책을 펴들었다. 기대라고 하면 역시, 조금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미지의 세계에 첫발을 들여놓는 그런 설레임이고, 반면에 걱정이랄까, 우려라고 해야할까, 조금 미덥지 않은 기분은,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영미권이나 일본 작가들의, 이른바 본고장 작품이 아닌, 러시아의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생소함에서 비롯된 것이였다.

 

일단 이 단편집의 느낌은 색다르다. 눈 내리는 러시아의 이국적인 풍경을 무대로 펼쳐지는 소소한 사건들은 의외로 신선하고,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특별한 추리적 장치라던가 새로운 기법같은 것은 보이지 않는데도 러시아라는 낯선 배경이 주는 분위기 만으로 충분히 새로운 스타일의 소설을 읽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활자를 읽는 것만으로도 으슬으슬 추워지게 만드는 혹한의 나라와 그 곳의 사람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는 특이하고 생소한 경험을 하게 해주지만, 이야기 구성이라던가 전개 방식은 영미권 작품들과 생각했던 것만큼 큰 차이가 없는 것같다.

 

지금은 전 세계 어디에서라도 헐리우드 영화를 즐기고 동경하며, 해리포터가 번역되지 않는 곳이 없는, 그야말로 세계화 시대이다. 심지어는 북한에서도 미국 시트콤 프렌즈를 몰래 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동경하는 사이에 감수성도 하나로 수렴되어 가는 것 같다. 러시아 작가들이라고는 해도 어차피 추리소설이라고 하는 틀 안에서 추구하는 것에 큰 차이는 없는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영화라면 제작비에 따른 문제로 그 질적인 차이가 날수 밖에 없겠지만, 소설이라면 그런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니니 그 갭이 크게 느끼지지 않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고작 단편집 한권, 그것도 모두 여류 작가들의 비교적 무겁지 않는 작품들이라는 한정된 경험으로, 러시아 추리소설을 제대로 맛보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느낌은, 본고장 작품들에 견주어도 별로 손색이 없는,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이국적인 분위기를 맛볼수 있는 매력적인 작품집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더 많은 러시아의 추리소설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오게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러시아라는 나라의 장르 소설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은 지금으로서는, 추리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러시아 추리작가 10인 단편선은 상당히 메리트있는 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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