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빙벽 밀리언셀러 클럽 35
트레바니언 지음, 이수경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37세의 젊은 미술사교수 헴록은, 실은 정보기관 CII의 의뢰를 받아 일을 처리해주는 암살자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마의 암벽인, 스위스의 아이거빙벽 등반에 참가하는 누군가를 암살하라는 지령이 떨어진다. 그러나 처리해야 할 타겟이 그들 중 누구인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황. 등반가로서도 국제적으로 이름이 알려져있는 헴록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 막대한 보수를 조건으로 그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번 등반의 지상요원이자 그의 옛친구이기도 한, 벤의 지도하에 차근차근 훈련과정을 거쳐, 헴록은 독일인 칼, 스위스인 안데를, 그리고 장폴과 팀을 이루어 등반을 개시한다. 이들 중 과연 누가 암살해야 할 타겟인지도 모른채 헴록은 무시무시한 마의 암벽에 몸을 맡긴다.

 
대학교수이면서, 암벽등반가, 게다가 청부 살인업자이기까지 한 팔방미인형 주인공은, 어떻게 보면 3류모험소설에나 등장할것 같은 인물 설정이라는 느낌도 들지만, 소설안에서는 제임스본드같은 냉전시대의 스파이상으로 멋들어지게 묘사되고 있다. 본래 설산이라던가 엄동설한의 땅이라고 하는 극지를 무대로 한 소설이라는데 이끌려 집어든 책이지만, 읽는동안 의외로 주인공인 헴록이라는 인물에게 더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 무적에 가까운 강인한 캐릭터라는 사실보다, 터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지성적이고, 유머러스하기까지 해서 모든 여성들의 사랑을 받는 매력적인 젊은 교수가, 경우에 따라서는 극한의 비정함을 보인다던가, 죄의식을 전혀 느끼지 않는 특이한 성격, 게다가 어린시절의 영향으로 어떤경우라도 배신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않는다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는 그런 개성이 마음에 와닿았다. 다만, 그것을 끝까지 유지하기가 힘들었는지, 뒷부분에서는 그 개성이 조금 희석되어 버린것 같은 인상이 남아서 아쉽다.


페이지수로 스토리 전개를 구분해보면, 우선 전체가 468 페이지, 처음 아이거빙벽 이야기가 등장하는 것이 약, 3분의 1쯤 경과한 153페이지, 무대가 스위스(클라이네 샤이데크)로 옮겨지는 것이 반 이상 지난 270 페이지, 마침내 북벽등반에 착수하는 것은 결말이 가까와져 오는 391 페이지가 되고 나서이다. 기대가 컸던 만큼 의외로 등반신이 적어서, 결말부분이 순식간에 지나가버린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일단 등반이 시작되면 상당히 전개가 빨라지는 만큼, 긴박한 설정(주인공과 파티를 짠 3명의 멤버중 섞여있는 적과 함께 죽음의 등반을 한다는)과 함께 긴장감은 최고에 달한다.


비싼 요금을 지불하고 호텔에 설치된 망원경까지 사용해 가면서, 등반대가 등반하는 광경을 현장에서 바라보며 즐기는(사실은 추락 사고를 기다리는) 유한 계급의 명사들을, 소설 안에서는 '아이거 새떼들'이라 부르며 비아냥거리고 있는데, 실제로도 그런 관광객들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정말로 그런 식으로 불리웠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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