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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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O 목격담의 99퍼센트 이상은 천체나 위성, 혹은 항공기나 자연현상을 잘못 본것으로 모두 설명이 된다고 한다. 미확인 비행물체라는 의미의 UFO가, 문자 그대로 "미확인" 인 경우는 그 수많은 사례중 고작해야 1퍼센트 이하인 것이다. 귀신과 관계된 경험담이나(서양의 경우에는 보통 유령이 되겠지만), 도저히 과학으로 설명이 될 것 같지 않던 여러가지 심령현상들도 그 정체를 알고 나면 상당히 시시한 착시현상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도 아주 잘 알려져 있는 쉬운 마술이라도, 그 수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라면 신기하게 받아들여 질수 있는 것처럼, 이제는 그 원인이 규명되어서 더이상 불가사의라 할수 없는 한때의 헤프닝들도, 아직 그 비밀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여전히 신비하고 놀라운 이야기로 존재하게 된다.

본작은, <탐정 갈릴레오>로부터 이어지는 시리즈 두번째 작품이다. 본 시리즈의 컨셉은, 초자연현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불가해한 현상들로 인해서 미궁에 빠져버린 사건들을, 물리학자인 유가와가 과학적으로 멋지게 해명해 보인다... 하는 것이다. 주인공 유가와는 물리학을 전공하는 조교수로, 매 에피소드마다 친구인 구사나기 형사로부터 수수께끼 풀기를 부탁받는다. 전작에서는, 인체 발화 현상이나 유체 이탈을 둘러싼 사건들을 그려 보였다. 본작에서도 그 기본적인 설정은 변함없다.
 
<꿈에서 본 소녀>에서는 17년 전부터 한 소녀와 관계되는 꿈을 꾸고 있던 남자의 이야기를, <영을 보다>에서는 살인이 발생하던 그 시간에 살해당한 여자가 다른 장소에 나타난 현상을 그린다. <떠드는 영혼>에서는 일반적으로 폴터 가이스트로 잘 알려진 현상을, <그녀의 알리바이>에서는 도깨비불, <예지몽>에서는 말그대로 예지몽을 각각의 현실의 사건과 관련해서 그려 간다.

기본은 미스터리이지만, 각 단편들의 소재는 방향성을 바꾸어서 바라보면 호러소설, 또는 환상소설로서 받아들여질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꿈에서 본 소녀>에서는, 이미 17년 전부터 당시에는 태어나지도 않았던 한 소녀와 연결되는 꿈을 꾸고, 실제로도 그것을 졸업 앨범같은 곳에 기록으로 남겨온 남자가 일으킨 사건이며, 불가사의하면서도 조금은 로맨틱한 요소까지도 담고 있다. 그런 사건도 유가와의 손에 걸리면 360도 완전히 뒤바뀌어서 왠걸 사람냄새 물씬나는 현실적인 사건으로 변모한다.

결국 본서에서 유가와의 역할은, 어떤의미로는 신기한 마술의 수법이나 속임수를 관객에게 밝혀버리는 역할이다. 그렇지만 불가사의한 현상에 가려져 감추어져 있던 사건의 뒤에는, 그저 현란한 마술속의 눈속임동작을 넘어선 다양한 인간군상들의 어둡고 음습한 이기심과 욕망이 잠자고 있다. 오컬트한 현상의 정체를 간파해 간신히 사건을 현실로 돌려놓지만, 막상 현실에는 그 초자연적 현상이 주는 두려움이 무색할 정도로 섬뜩한 인간들의 모습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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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 패턴 - 경직된 사고를 부수는 ‘실전 차트 패턴’의 모든 것
토마스 N. 불코우스키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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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고의 차티스트라는 저자가 소설형식을 가미해서 쓴 차트패턴 강의서. 세계최고라는 수식어에도 솔깃했지만 그보다도 외국저자에 의해 쓰여진 차트책이라는 점이 더 흥미를 끌었다. 최근에 나온 주식관련 서적치고 차트패턴에 대해 다루지 않는 책이 있을까 싶은데, 이 책을 봐도 저책을 봐도 백프로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좋을정도로 같은 내용의 재탕인게 문제다. 반복학습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크게 나쁠것도 없지만 사는책마다, 읽는 책마다 똑같은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고 하면 정말 시간낭비, 돈낭비, 종이낭비를 생각하지 않을수가 없다. 요즘같은 세상에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으면서 국내에서는 아직 생소한 그런 차트패턴이 있을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외국저자의 책이니까 그래도 한번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는건 천편일률적인 주식서적들과 비교해서 혹시라도 뭐 하나라도 다른게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소설 형식이라고는 해도 정말로 소설과 같은 진행이 있는 것은 아니고 예시를 들기 위한 가상의 인물과의 대화 정도. 쓸데없는 진행으로 강의에 할당되는 지면을 갉아먹는 경우는 우선 없다. 내용은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차트패턴이라는게 이미 지나간 주가의 행적을 분석하는 것이라 어떤 패턴이 등장하면 주가가 반드시 어떤 방향으로 향한다가 아니고 어떠한 경향을 보이는 확률이 높더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확률을 배제하고 생각하면 어떻게보면 결국에는 어디로 튈지 모른다 하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패턴 자체가 해답이 아니고 요는 익숙한 패턴이 나왔을때 대처하는 요령이나 전략이 핵심일텐데 그부분에 있어서의 설명이 집요할 정도로 분석적이고 구체적이고 자세하다. 아니 이건! 하고 놀랄 만한 정말 새로운 패턴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은 아니지만(그런게 있을 턱도없지만) 하나의 차트를 몇장에 걸쳐서 철저하게 데이터에 근거한 해부를 하고 있는 것이 마음에 든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하나의 패턴을 설명하면서 수많은 패턴중 해당패턴의 평균주가 상승폭 순위, 손익분기 도달 실패율 순위, 추세 마감후 주가 변화 순위가 나오고 그 상승폭, 실패율등을 확률로 보여주는 것을 시작으로 패턴의 특징과 확인과정, 거래에 유용한 조언, 가격목표점 결정, 사례에서 배우기 등등 순으로 구성된다. 이 사례에서 배우기 부분이 바로 소설형식으로 예시를 드는 부분. 널리 알려진 패턴이라던가, 주가변동성 높은 이벤트 패턴, 큰 수익의 기회가 되는 예외형 패턴 같은 식으로 주제별로 챕터를 나눈후에 각 챕터에서 그 주제에 해당하는 차트들을 분석하는 식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차트 패턴에 관한 분석인 셈이다.

특징이라고 할까. 차트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이동평균선과 연계해서는 거의 언급이 없다. 거의가 아니라 저자의 분석방법에 있어서 이동평균선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고 철저하게 차트의 특정한 형태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에만 집중하고 있다. 상당히 유용할 것 같은 인상이 드는 책이다. 실전매매에서 어느정도까지 도움을 받을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똑같은 내용을 짜집기에서 우려먹는 책이 넘쳐나서 제대로 된 책 고르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 이 정도로 밀도높은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을 만났다는것 만으로도 매우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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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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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어쨌든 돈이면 무엇이든지 좋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 돈은 아무리 있어서도 곤란하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은 산만큼 있고, 가 보고 싶은 곳은 무궁무진하다. 돈만 있으면... 아마 그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나, 실제로는 부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귀찮은 짐이 부가적으로 따라붙게 되어 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그것들을 모두 수용할수 있는 그릇이 되어있지 못하거나, 그 짐들을 모두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면 필요이상의 부는 반드시 독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마디로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가 있지 않은가. 멀쩡하던 사람이 고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패가망신에 이르게 되었다나 뭐라나 하는... 실제 조사에서도 고액의 복권당첨자는 거의 예외없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해외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돈이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인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속 대부호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거나 실로 이상한 짓을 도모하는 기인, 괴짜인 경우가 많이있다. 이 책에 나오는 저택의 주인 하마모토 고자부로도 역시 그런 기벽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최북단에 기묘한 저택이 하나 있다. 하마디젤이라는 회사의 회장인 고자부로가 세운 저택으로,<유빙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저택은 2개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은 보통의 저택이지만, 다른 쪽은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2개의 건물의 기묘한 점은, 그것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북측에서 남측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그 안을 걷고 있으면 당황하게 된다. 물론 설계과정에서부터 그러한 식으로 만들어진 저택이다. 저택의 주인인 하마모토 고자부로는 이곳에 손님들을 초대해서 사람들이 이 저택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그밖에도 괴상한 가면을 모으는등 조금은 특이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노인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고자부로가 몇몇 손님을 이 저택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 손님은 하마디젤의 하청 회사의 관계자들이나 학생 등... 첫날밤부터 불가해한 일이 일어난다. 3층의 배정받은 방에서 쉬고 있던 한 여성이 창 밖에서 이상한 남자의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소란을 피운뒤, 웬걸 다른 방에서는 손님중 한명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기묘하게도 완전한 밀실에서 행해진 살인이었다. 경찰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밤에도 또다시 사건이 발생하고, 이번에도 예의 밀실 살인이다. 틀림없이 저택 안에 범인이 있을 것이지만, 모두가 알리바이가 있고, 또 특별히 동기가 있을 듯한 사람도 없다. 경찰로서는 더이상 손을 써볼 여지가 없다. 그래서 불려온 것이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라는 뭐 그런 이야기.

본작은 80년대 초반에 발표된, 비교적 오래된 작품이지만, 시마다 소지의 작품 중에서도 꽤 평이 좋았으므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트릭은 꽤 장대하고 기발하다. 요즈음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트릭이라 오히려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트릭 이외의 부분은 평범하다고나 할까. 미타라이 기요시를 빼고나면 캐릭터도 평범한 편이고, 대화도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 이런것은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상황으로, 하나하나 그런 점을 지적 하고 있다가는 본격 미스터리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요컨데, 미스터리로서는 꽤 완성되어 있지만, 소설로서는 어떤가, 하는 느낌이다. 트릭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쨌든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한가지 아이디어만으로 이렇게까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꽤 평가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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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드라의 그물 Nobless Club 12
문형진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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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소설의 매력이라고 하면 설정의 제약이 없는 무한한 상상력의 구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미 오래전부터 칼과 마법, 용과 기사라는 식으로 정형화되어 버려서 이제는 오히려 식상한 면도 없지 않다. 그래서 그런지 판타지 작가들의 이런 색다른 시도는 더욱 반갑게 다가온다.

인드라의 그물은 그 제목처럼 불교, 혹은 힌두교를 모티브로하고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인드라란, 작중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면, 제석천 인드라, 불교에 흡수된 힌두신중 하나의 이름이다. 그리고 수미산에 있는 인드라의 궁전위에는 거대한 그물이 걸려있는데, 그 그물코 하나하나에 구슬이 하나씩 매달려 있어서 구슬들은 거기 매달린 다른 모든 구슬들의 모습을 서로 비춘다고 한다. 한 구슬의 빛이 바뀌면 다른 모든 구슬의 모습도 바뀌고 그래서 인드라의 그물은 불가에서 세상 모든 것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이야기의 비유로 흔히 쓰인다고 한다. 그 의미를 알고나니 이 작품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분위기를 제법 잘 전달해주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단말기에 떠오른 강림현상에 이끌려 교와 여의는 황급히 정각당 뒤편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두 여인은 우차이슈라바스의 날카로운 뿔에 목이 궤뚫려있는 아기를 발견한다. 조심조심 뿔에서 아기를 빼내고 보니 다행히 아직 목숨은 붙어 있어서 교는 다급하게 치유인법으로 아기의 상처를 치료하고, 여의는 아기를 품에 안고 우차이슈라바스의 시체까지 등에 업고서 돌아온다. 그런데 그 사이에 아기는 성장해서 도착했을 때는 완전히 벌거벗은 남자의 몸이 되어 있다. "교 님... 저 이제 시집 못가요..."  두 여인은 이 남자에게 백마라는 뜻의 칼키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이때부터 칼키는 정각당에 머무르게 된다. 인드라의그물은 주인공인 칼키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상의 이야기이다.

불교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고 해서 분위기가 엄숙해진다거나 세계관이나, 불교용어를 설명하는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지루해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현재의 인터넷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 인드라망이고 단말기에서 인드라망에 접속할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모뎀이라는 새라는 설정은 참신하다. 마법대신에 인법이 등장하고 아수라와 같은 몇몇 인간이외의 타 종족의 존재등등 불교의 세계관과 대체되었을 뿐이지 기본은 판타지 소설인만큼 가벼운마음으로 읽을수 있었다. 불교하면 빼놓을수 없는 것이 바로, 중생이 번뇌와 업에 의하여 삼계육도의 생사세계를 그치지 아니하고 돌고돈다는 윤회의 법칙. 인드라의 그물에서도 이 윤회라는 것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그 심오한 윤회의 고리를 너무 재미위주로만 가볍게 그려낸것은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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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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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이자 보스턴 탐정듀오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첫번째작. 그전까지는 대학에서 어둡고 난해한 단편이나 시나리오만을 쓰고 있던 저자가 반은 놀이의 생각으로 쓴 것이 마침 누군가의 눈에 띄어 출판까지 되었다는 듯하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켄지와 제나로에게 두 명의 상원의원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중요한 서류를 훔쳐서 달아난 청소부 제나를 찾아달라는 것. 제나는 의외로 금세 발견된다. 본래는 이걸로 둘의 일은 끝났을 터지만, 뒤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켄지와 제나로는 더욱 깊이 파고들어간다. 거기에 두 갱단이 얽혀들어 사건은 유력 갱조직 간의 격렬한 투쟁으로까지 번진다.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이라면 노련한 베테랑 작가의 작품 정도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베테랑이라도 이정도의 작품을 써내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로서의 재미도 상당하지만, 켄지와 제나로라는 매력적인 콤비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큰 줄기 안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각각의 인물들의 내적 고뇌라던가, 인종차별이나 슬럼가의 항쟁, 아동학대같은 현대의 미국이 안고있는 모순점, 사회문제를 이질감 없이 녹여내고 있는 것이 또한 멋지다. 거기에서 오는 묵직한 분위기가 일품.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켄지의 과거와, 대립하는 두 갱단의 보스인 소시아와 롤랜드의 증오로 가득한 부자 관계가 그 중심에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켄지와 제나로의 복잡 미묘한 관계. 켄지와 제나로, 그리고 제나로의 남편인 필은 어릴때부터 같이 지내온 소꿉친구사이. 그런데 옛날에는 최고의 남자였다는 필이 지금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최악의 남자가 되어 버렸다. 제나로는 남편의 폭력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을 향한 켄지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필을 버릴수가 없다. 그런 제나로를 지켜보는 켄지는 괴롭다. 서로를 인정하는 둘의 신뢰감이라고 해야할지 그 미묘한 교착관계, 엇갈림이 잘 그려져있다. 이 세 명의 관계와 켄지와 제나로가 콤비를 이루게 된 경위가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

이제와서 생각하면 주요등장인물 중에서 고뇌하지 않는 인물이 없잖아 하는 인상도 있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상처 하나쯤 짊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납득이다. 켄지의 트라우마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생각하면, 계속해서 그것이 이 하드보일드 시리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 같다. 대단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면서 주제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이 속깊은 작품이 시리즈물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켄지와 제나로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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