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전 한 잔 밀리언셀러 클럽 4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데니스 루헤인의 데뷔작이자 보스턴 탐정듀오 켄지&제나로 시리즈의 첫번째작. 그전까지는 대학에서 어둡고 난해한 단편이나 시나리오만을 쓰고 있던 저자가 반은 놀이의 생각으로 쓴 것이 마침 누군가의 눈에 띄어 출판까지 되었다는 듯하다.

탐정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켄지와 제나로에게 두 명의 상원의원으로부터 의뢰가 들어온다. 중요한 서류를 훔쳐서 달아난 청소부 제나를 찾아달라는 것. 제나는 의외로 금세 발견된다. 본래는 이걸로 둘의 일은 끝났을 터지만, 뒤에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켄지와 제나로는 더욱 깊이 파고들어간다. 거기에 두 갱단이 얽혀들어 사건은 유력 갱조직 간의 격렬한 투쟁으로까지 번진다.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사전정보가 없는 사람이라면 노련한 베테랑 작가의 작품 정도로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베테랑이라도 이정도의 작품을 써내는 사람은 그리 흔치 않다.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소설로서의 재미도 상당하지만, 켄지와 제나로라는 매력적인 콤비가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큰 줄기 안에,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각각의 인물들의 내적 고뇌라던가, 인종차별이나 슬럼가의 항쟁, 아동학대같은 현대의 미국이 안고있는 모순점, 사회문제를 이질감 없이 녹여내고 있는 것이 또한 멋지다. 거기에서 오는 묵직한 분위기가 일품. 소방관이었던 아버지에게 학대받았던 켄지의 과거와, 대립하는 두 갱단의 보스인 소시아와 롤랜드의 증오로 가득한 부자 관계가 그 중심에 있다.

그렇지만 이 작품의 매력은 뭐니뭐니해도 켄지와 제나로의 복잡 미묘한 관계. 켄지와 제나로, 그리고 제나로의 남편인 필은 어릴때부터 같이 지내온 소꿉친구사이. 그런데 옛날에는 최고의 남자였다는 필이 지금은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최악의 남자가 되어 버렸다. 제나로는 남편의 폭력에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생각을 할 수가 없다. 자신을 향한 켄지의 마음을 잘 알면서도 필을 버릴수가 없다. 그런 제나로를 지켜보는 켄지는 괴롭다. 서로를 인정하는 둘의 신뢰감이라고 해야할지 그 미묘한 교착관계, 엇갈림이 잘 그려져있다. 이 세 명의 관계와 켄지와 제나로가 콤비를 이루게 된 경위가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부분.

이제와서 생각하면 주요등장인물 중에서 고뇌하지 않는 인물이 없잖아 하는 인상도 있지만, 현대사회를 살아가면서 상처 하나쯤 짊어지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하면 그건 그것대로 납득이다. 켄지의 트라우마가 앞으로의 이야기 전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를 생각하면, 계속해서 그것이 이 하드보일드 시리즈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 같다. 대단한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면서 주제의식까지 가지고 있는 이 속깊은 작품이 시리즈물이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켄지와 제나로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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