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저택의 범죄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어쨌든 돈이면 무엇이든지 좋다. 어떤 형태라도 좋다. 돈은 아무리 있어서도 곤란하지 않다. 하고 싶은 것은 산만큼 있고, 가 보고 싶은 곳은 무궁무진하다. 돈만 있으면... 아마 그런 식으로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그러나, 실제로는 부에는 그에 따른 책임과 귀찮은 짐이 부가적으로 따라붙게 되어 있다. 일일이 열거하자면 한도끝도 없지만 그것들을 모두 수용할수 있는 그릇이 되어있지 못하거나, 그 짐들을 모두 끌어안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사람에게라면 필요이상의 부는 반드시 독이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마디로 감당할 능력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일례로, 자주 접하게 되는 뉴스가 있지 않은가. 멀쩡하던 사람이 고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바람에 패가망신에 이르게 되었다나 뭐라나 하는... 실제 조사에서도 고액의 복권당첨자는 거의 예외없이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한다.(해외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돈이 사람의 정신을 지배한다는 인상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속 대부호들은 광기에 사로잡혀 있거나 실로 이상한 짓을 도모하는 기인, 괴짜인 경우가 많이있다. 이 책에 나오는 저택의 주인 하마모토 고자부로도 역시 그런 기벽을 가진 인물로 등장한다.

일본 홋카이도의 최북단에 기묘한 저택이 하나 있다. 하마디젤이라는 회사의 회장인 고자부로가 세운 저택으로,<유빙관>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이 저택은 2개로 건물로 나뉘어져 있다. 한쪽은 보통의 저택이지만, 다른 쪽은 피사의 사탑을 본뜬 탑의 형태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2개의 건물의 기묘한 점은, 그것이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북측에서 남측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그 안을 걷고 있으면 당황하게 된다. 물론 설계과정에서부터 그러한 식으로 만들어진 저택이다. 저택의 주인인 하마모토 고자부로는 이곳에 손님들을 초대해서 사람들이 이 저택에서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 취미라고 한다. 그밖에도 괴상한 가면을 모으는등 조금은 특이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노인이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고자부로가 몇몇 손님을 이 저택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 손님은 하마디젤의 하청 회사의 관계자들이나 학생 등... 첫날밤부터 불가해한 일이 일어난다. 3층의 배정받은 방에서 쉬고 있던 한 여성이 창 밖에서 이상한 남자의 얼굴이 들여다보고 있었다며 소란을 피운뒤, 웬걸 다른 방에서는 손님중 한명이 살해당한 채로 발견된다. 기묘하게도 완전한 밀실에서 행해진 살인이었다. 경찰이 도착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밤에도 또다시 사건이 발생하고, 이번에도 예의 밀실 살인이다. 틀림없이 저택 안에 범인이 있을 것이지만, 모두가 알리바이가 있고, 또 특별히 동기가 있을 듯한 사람도 없다. 경찰로서는 더이상 손을 써볼 여지가 없다. 그래서 불려온 것이 명탐정 미타라이 기요시..... 라는 뭐 그런 이야기.

본작은 80년대 초반에 발표된, 비교적 오래된 작품이지만, 시마다 소지의 작품 중에서도 꽤 평이 좋았으므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트릭은 꽤 장대하고 기발하다. 요즈음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든 트릭이라 오히려 감개무량하기까지 하다. 그렇지만 트릭 이외의 부분은 평범하다고나 할까. 미타라이 기요시를 빼고나면 캐릭터도 평범한 편이고, 대화도 뭔가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 뭐 이런것은 본격 미스터리에서는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상황으로, 하나하나 그런 점을 지적 하고 있다가는 본격 미스터리는 읽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요컨데, 미스터리로서는 꽤 완성되어 있지만, 소설로서는 어떤가, 하는 느낌이다. 트릭때문에 이 책을 읽게 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어쨌든 읽어볼만한 가치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한가지 아이디어만으로 이렇게까지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꽤 평가할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뭐니뭐니해도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본격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 도전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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