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야 한다 나는 살아야 한다
마르틴 그레이 지음, 김양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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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적에는 늘상 반공교육을 받아온데다가 간첩이니 땅굴이니 항상 긴장된 공기가 감돌고 있었다. 전쟁을 직접 겪어본 것은 아니지만 언제라도 일어날수 있는 것이라는 의식은 하고 있었다. 적어도 긴장감 정도는 유지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진짜 전쟁을 아냐고 묻는다면 체험하지 못한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그 참혹함을 알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지옥같지 않을까. 요즈음은 그런 작은 긴장감 마저도 찾아볼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평소에는 별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우리는 지금 정말로 평화로운 세상을 살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오히려 스스로를 비관하고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은 예전보다도 더욱 많아진것 같다.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이유라도 당사자의 마음은 정말로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고 생각해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것일테고, 또한 행복한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렇지 못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은 더 커져서 예전같으면 고통스럽지 않았을 일도 이 시대에서는 극히 괴로운 일이 될수도 있을것이니, 요즘 사람들이 정신이 나약해졌다 무르다 하고 단정적으로 이야기 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무리 힘들다 힘들다 해도 이책의 저자인 마르틴 그레이에게는 비할수 없을것 같다. 전쟁과 화제로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잃고, 잡히고 탈출하면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상황을 밥먹듯이 맞이하면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자기 머리에 총알을 박아넣는 아비규환속에서도 그래도 그는 불굴의 의지로 살아남았다.  

14살의 마르틴은 나치 독일의 점령하에 있는 폴란드 바르샤바에 살고 있는 유대인 소년이다. 전쟁의 폭염속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특히 패전국의 국민이라면 더욱 그러하겠지만 이 유대인들은 점령국인 독일인들은 물론이고 패전국인 폴란드 사람들에게서조차 박해받는 비참한 존재들이다. 독일인들의 눈, 폴란드 인들의 눈, 게다가 같은 동포인 유대인경찰들의 눈을 피해 살아야하는 인간 사냥감이다. 아무이유없이 길거리에서 붙잡혀 총살을 당하고 게토에 격리되는등 홀로코스트의 전조들이 감지되고 있을 무렵, 마르틴은 어머니와 동생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돈과 음식을 구해온다. 그런 상황에서도 심지어는 폴란드 건달들까지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고 감시병들을 매수하면서까지 자신과 가족들의 생명줄이 될 경제활동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결국 붙잡혀 가는 가족들을 따라 자진해서 수용소로 가는 트럭에 올라탈수밖에 없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하나씩 모두 잃고 수많은 동포들이 학살당하는 처참한 현장을 목격하게 된다.

반복되는 필사의 탈출, 그후 저항군으로 다시 소련군 신분으로 나치 독일과 투쟁해온 그는 전쟁이 끝난후 미국에 살고있던 외할머니를 만나게 된다. 기회의 땅인 이곳에서도 필사적으로 살아온 결과 엄청난 부를 거머쥐지만 또다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며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새로운 삶을 맹세하며 이주한 곳에서 다시 큰 재앙으로 모두를 잃고 혼자만 살아남는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자살도 생각하지만 지옥불과도 같은 고통을 짊어지고도 그래도 그는 살아남는다. 먼저간 가족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중에 죽을 마음으로 무엇을 못하겠느냐는 말이 있다. 살고 싶어도 살수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저자인 마르틴 그레이의 불굴의 의지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안고 있는 이땅의 모든 사람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줄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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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1
최완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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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 방영되었던 TV드라마 '올인'은 남자들의 잠자는 피를 깨워서 하얗게 불타오르게 만드는 멋진 작품이었다. 최고의 싸움꾼이자 도박꾼이지만 한여자만을 사랑하는 순정파 주인공과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청순가련형 여주인공. 거친 뒷골목에서 태어나고 자란 등장인물들이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좌절하지않고 악착같이 이겨내면서 '한방'에 모든것을 거는 이 화끈한 이야기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로망이였고 그 몰입도와 재미만큼이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완규 작가의 '히든'을 읽으면서 올인을 보는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히든의 저자가 바로 그 올인의 작가였다. 사실, 주몽, 허준등의 국민드라마를 집필한 작가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드라마 주몽의 존재감이 워낙 커서 주로 사극을 쓰는 작가로만 알고 있었다. 올인의 작가라는 사실은 혹시나 해서 약력을 찾아보고 나서야 알게 됐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더라.

 

'히든'은 일본 오사카 동쪽의 나가세 재일 조선인 부락을 배경으로 일본인들의 차별대우를 견뎌내며 살아가는 재일교포들의 모습과 그들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야쿠자, 도박등으로 대변되는 남자들의 거친 세계를 그리고 있다. 흥미진진하면서도 작가의 다른 히트 드라마만큼이나 몰입도 높은 이야기이다. 기존의 도박을 다룬 비슷한 이야기들이나 올인과 비교했을때 크게 색다르다 할만한 부분은 없지만 대신에 탄탄한 구성으로 호흡이 끊기는 일 없이 한번 빠져들면 끝까지 단숨에 읽어내려갈수 있다. 드라마를 보는것처럼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박진감 넘치는 작품이다. 올인을 추억하거나, 내년에 방영될 드라마 히든이 궁금하신 분들은 꼭 한번 읽어보시기 바란다. 덧붙이자면 재미있는 작품은 누구라도 다 재미있게 읽게 마련이지만, 그래도 히든은 남성독자가 2프로 정도 더 재미를 느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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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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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인터넷을 통해서 생겨나는 신조어들이 많이 있어서 사전에까지 등재되곤 한다. 넷상에서 사용되는건 그렇다쳐도,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하게 된 표현이라고 해서 그렇게 무분별하게 사전에 실려도 되는가 하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책을 읽고나서는 조금은 긍정적인 쪽으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인터넷이라는 특성상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지면 그것이 전파되는 속도가 빨라지고 단어의 생명력이 높아졌다 뿐이지, 따지고보면 지금쓰는 단어나 말들 중에도 어디서부터 유래되었는지도 모르면서 흔히 쓰이는 말들은 잔뜩 있다. 게중에는 은어나 속어가 정착된 경우도 있고, 처음과는 의미가 완전히 달라져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어느쪽이든 지금은 아무 반감없이 실생활에 녹아들어 잘만 쓰이고 있다.
 
영어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국어를 제외하면 가장 친숙한 언어가 바로 미국영어이기 때문에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다. 지금은 흔히 쓰이고 있는 미국영어의 많은 단어들이나 표현들이, 미국의 역사만큼이나 짧은 기간동안 생성되고 변형되고 사라지고 하는 과정들 중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놀라운 사실들도 포함되어 있다. 미국영어의 어원을 찾는다고 하면 그것만으로는 왠지 딱딱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지만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라는 부제처럼, 미국영어의 어원이라는 테마로 저자 빌 브라이슨이 이야기하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미국의 역사, 숨겨진 비화들은 유익하기도 하지만 생각이상으로 재미있다.
 
저자인 빌브라이슨은 처음 접해보지만, 유머러스한 글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는 모양이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전체적으로는 진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군데군데 재미있는 문장들이나 기발한 표현들이 섞여있어서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하지 않게 읽을수 있었다. 시대적 상황들과, 언어의 생성, 변천과정과의 연관성 그리고 빌브라이슨의 입담과 함께 생소한 미국 역사의 단면들을 들여다볼수 있는 유쾌하면서도 흥미로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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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마법을 쓴다
프리츠 라이버 지음, 송경아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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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스미스 주연의 맨인블랙이라는 영화를 보면 인간의 모습을 한 외계인들이 지구에 와서 지구인들 사이에 섞여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모습이 나오는데 사람들은 그들이 외계인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다. 일상생활에서 늘 마주치는 이웃이자 평범한 인간 구성원으로 자각하고 있을뿐이다. 때로는 우연한 기회에 외계인의 정체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럴때는 어김없이 비밀요원들이 나타나서 그 기억만을 지워놓는다. 그러면 그 사람의 뇌리에서 외계인이라는 존재는 지워지고 다시 평범한 일상의 기억만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는것이다.

<아내가 마법을 쓴다>에서는 대학교수의 아내들이 서로의 남편의 출세와 그 라이벌들을 견제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마법을 사용하여 서로 대결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이는 어디까지나 남편들이 모르는 곳에서 몰래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여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남편, 혹은 애인을 위해서 행운을 불어넣는 마법을 사용하고 때로는 상대를 해하는 흑마법을 부리기도 하며 더 강력한 마법을 구사하기 위해 연구하고 있지만, 남자들은 이런 사실을 꿈에도 생각치 못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남자들이 자각을 못하고 있을 뿐이지 실제로는 여자들의 마법을 등에 업고 남자들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주인공인 대학교수 노먼은 우연히 아내의 방에서 마법과 주술의 흔적들을 발견하고 아내인 텐시에게서 마법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지만 정신적인 문제로 생각하고 마법을 그만두게 한다. 그러자 갑자기 닥쳐오는 불행의 연속들....... 

보이는 것만을 진실로 믿는 우리들. 지금 이순간에도 내주위에서는 나만이 모르는 어떤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상상에서 출발한 이 기발한 이야기는 요즈음에도 영화나 소설같은 여러 매체에서 자주 사용하는 소재이지만 <아내가 마법을 쓴다>가 이미 반세기 이상 더 지난 1940년대의 작품이라는점을 생각하면 정말 놀라지 않을수가없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아직 해방도 맞기 이전인 시기에 이런 독창적이고 기발한 상상을 할수 있었다니 작가인 프리츠 라이버가 얼마나 앞서가는 생각의 소유자였을지 짐작이 간다. 그만큼 앞서가는 발상덕분에 세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영화화가 되고 또 이를 모티브로 삼은 또다른 작품들이 계속해서 등장하는 것일테지. 이제는 이미 고전이 된 작품이라 요즈음 등장하는 작품들같은 세련미는 덜할지 모르지만 오래된 골동품같은 엔티크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SF,판타지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꼭한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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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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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입학과 함께 '소시민'을 목표로 한 코바토와 오사나이.

소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는것이 중요하다. 해서 아는것도 모르는척, 때로는 상대방의 등뒤에 숨기도 하고 어쩔수없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해야 할 상황이 오면 서로의 이름을 팔아 방패로 삼을수 있도록 계약까지 마친 상태. 그러나 명탐정의 숙명인지 고바토는 잇따라 마주치는 사건들을 그냥 지나칠수가없다.

 

고바토보다 더 신비스러운 것은 오사나이.

몸은 작고, 가는 눈에 얇은 입술, 머리카락은 단발머리.

무언가로부터 숨듯이 몸놀림이 재빠르고, 말할 때에는 속삭이듯 조심조심 작은 소리로 이야기한다. 단맛을 대단히 좋아하고, 특히 케잌류를 아주 좋아하는, 어디에 가져다 놓아도 눈에 띄지 않는 수수한 여자 아이이다. 그렇지만,사실은 이런 모습이 모두 그녀의 연기라면?

 

만화적 상상력으로 창조된 캐릭터들과 조금 과장된듯한 설정들은 '소시민'이라는 재미있는 표현만큼이나 상당히 매력적이고, 이 작품에서 이런 캐릭터와 설정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연작단편집이기 때문에 각 단편에서 하나의 사건은 일단락되는데도 불구하고 독특한 캐릭터들을 둘러싼 해소되지 않은 숨겨진 사연덕분에 다음 에피소드가 못견디게 읽고 싶어진다. 이런 요소들이야말로  자칫하면 긴장감이 떨어질수도 있는 일상의 소소한 미스터리들을 독특하고 유쾌한 미스터리로 탈바꿈 시켜놓을수 있었던 일등공신이라고 할수 있겠다.

 

살인사건이 일어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있는 미스터리가 만들어질수 있다. 오히려 더욱 참신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수 도 있겠다. 이작품처럼 말이다. 일상 미스터리라는 것이 이 작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고 사실은 꽤 많은 작품들이 있지만 살인사건을 다룬 작품에 비하면 그 수에 있어서 새발의 피다. 살인사건이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미스터리의 소재로써 더할나위 없이 좋은 이유도 있겠지만 반면에 미스터리에는 살인사건이 등장해야 한다는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에서는 사람을 죽이는 대신에 사라진 가방찾기, 미술실 그림의 수수께끼, 맛있는 코코아를 타는 방법 등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일어날법한, 자칫하면 시시하게 느껴질수도 있는 일들을 주요 사건으로 다루고 있지만 작가의 역량덕분인지 이것이 의외로 아기자기하면서도 끌리는 맛이 있다. 살인사건에 질린 독자에게는 최고의 디저트가 되지 않을까. 라이트노벨과 미스터리의 장점들을 더한 아기자기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다만 이 작품에는 한가지 부작용이 있는듯 하다. 읽고 있으면 자꾸만 묘하게 단게 먹고 싶어진다. 다이어트 하는 사람이라면 피하는게 좋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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