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증후군 - 상 증후군 시리즈 3
누쿠이 도쿠로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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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종 증후군」,「유괴 증후군」에 이은 증후군 3부작 시리즈의 완결편. 아직 실종이나 유괴도 못 읽어봤는데(읽고 싶고나~) 완결편인 살인부터 읽게 됐다. 시리즈물이라고는 하지만 각각의 작품이 별개의 내용이라 전작을 읽지 않아도 아무런 지장은 없는 듯 하다. 순서에 구애받지 말고 실종, 유괴, 살인중에서 선호하는 범죄를 취사선택해서 읽으면 되겠다.

앞선 두 작품은 모르겠지만, 이「살인 증후군」의 경우에는 미스터리로서의 오락적인 면 이외에도 작품 안에서 제기하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해 독자의 깊은 고찰을 유도하는 심오한 면도 가지고 있다. 오히려 이쪽의 비중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이번 작품의 주제는 소년 범죄, 또는 심신상실 상태에서의 범죄에 의한 피해자의 고통과 복수. 대단히 무겁다면 무겁고 어려운 주제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동일한 주제를 다룬 작품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무겁고 깊이있는 주제를 등장 인물의 대사의 형태로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방식에 있어서는「살인증후군」쪽이 타 소설에 비해 좀 더 노련하게 느껴진다. 

주제에 대해 특정 인물의 입장에 서서 명확한 주장을 펼치는 대신에, 다양한 입장에서의 생각, 다양한 시점에서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일방적인 사회악의 규탄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사람의 마음이나, 사람과 사람과의 부딪침을 그리는 것이 주축이 된다. 저자가 이 소설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마도,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나쁘다고 단정짓는 것이 아니라「각자가 저마다 자신의 생각만을 고집하지 말고, 다른 이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그 마음을 좀 더 깊이 헤아리려 노력한다면 세상은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겠는가」일거라고 나는 받아들였다. 세심하게 공들여 묘사한 등장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심리에서 그런 저자의 메시지가 느껴진다. 지극히 뜨거운 작품이다.

대량이라 할 정도로 많은 인물을 등장시키면서도 교통정체 없이 진행하는 수완, 두권 분량의 이야기를 술술 읽어 나가게 하는 문장력은 역시 대단하다.「복수는 정의인가」라는 명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하고 있는 작품이, 이렇게까지 쉽고 즐겁게 읽힐 수 있는 것은, 난해한 주제를 독자입맛에 맞게 자유자재로 요리할수 있을 만큼 저자 본인이 이미 논리적으로 이 주제에 대한 명확한 견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문가라면 쉽게 말할수 있어야 한다는 요지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의 말이 생각난다.)

본격추리작가로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만큼 대부분의 독자는 어디에 트릭이 있을지 주의깊게 살피면서 읽게 되겠지만, 이 소설의 경우에 트릭은 저자가 구워 낸 이야기를 장식하는 데코레이션 같은 것일 뿐 결코 그것 자체가 메인은 아니다. 그래도 역시 간파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과연 이번에는 어디쯤에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을까. 잘 빠져보시길 바란다. 마음에 남는 역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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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를 리뷰해주세요.
바로 이 몸에서, 이 생에서 - 티베트에서 보낸 평범한 삶, 그 낯설고도 특별한 일 년
쑨수윈 지음, 이순주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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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처 다부제의 전통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 망자의 시신을 곱게 다져 독수리 밥으로 던져주는 조장의 풍습을 고수하고 있는 사람들. 바로 오늘날의 티베트인들이다. 유목민으로 살아온 그들만의 독특한 전통이라고는 해도, 혹은 타문화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참견하는 것이 주제넘은 짓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비행기를 타고 날아다니고 천리만리 떨어진 사람과 화상통화를 하는 현대인들의 모습과 비교하면 티베트인들의 이런 전통적인 삶의 방식은 조금은 가혹한 것처럼 보인다.

그들 나름대로 이런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고, 변함없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자식들이 도시로 나가 성공하기를 바라고 성공한 뒤에는 전통풍습을 버리고 도시의 풍습을 따르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것을 보면, 결국 이런 전통이 유지될수 있는 것도 오늘날 그들이 현대의 물질적인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다. 영혼의 풍요로움이 경제적인 빈곤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터, 이책에서 보여지고 있듯이 그들도 분명히 물질적인 것으로 인해 곤혹스러워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중국의 하나의 자치구로서의 입장이 장벽이 되고 있는 것일까. 종교가 하나의 산업으로서 그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를 안겨줄수는 없는 것일까. 영적수양에 가치를 두는 이들에게는 일견 아이러니한 발상으로 여겨질지는 몰라도 한참 일해야 할 젊은이들이 종교에 귀의해 전체 티베트인들의 경제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면, 대신에 그외의 사람들에게 그것이 기회로 작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그들의 숭고한 사상과 설법을 전파할 수 있는 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수 있고 국민들도 다같이 잘 살수 있다면 꿩먹고 알먹기 아닌가.

윤회사상이나 달라이라마, 티베트 불교의 높은 영적수양 수준에 매료된 서양의 젊은이들이나 유명인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세계전체로 놓고 보았을때 영적지식의 산실로서의 티베트의 역할을 생각하면, 티베트인들에게는 그에 합당한 댓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 많은 티베트인들은 아직도 여전히 원시의 푸른 하늘 아래에서 일처 다부제의 풍습과 조장의 풍습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중국의 자치구로 남아있는 한 티베트인들에게 밝은 미래는 요원한 것일까. 내세에서 불가능하다면, 영적인 성숙을 이룬 이들이 적어도 다음생에는 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곳에서 환생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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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을 리뷰해주세요.
2인조 가족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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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욕심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너도 변할거다. 내 말 똑바로 들어. 인생에서 한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조금밖에 안돼. 그보다 더 가져야겠다는 망상을 품는순간, 그 사람은 끝나는 거야. 내가 고철을 수집하는 동네의 사람들은 멋진 집에서 살아. 그런데 너 그 사람들이 뭘 보고 화를 내는 줄 아니? 그 궁전 같은 집 앞 도로에 진창이 있다고 화를 내. 내 말 제대로 들었니? 진창이 있다고 화를 낸다고!」(30쪽)

고철을 수집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신문 배달을 하는 야나는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사춘기 소녀. 남자아이와의 근사한 데이트를 꿈꾸지만 현실은 몇푼 안되는 고아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신세일 뿐이다. 복권이라도 당첨되서 마음껏 즐겨보고 싶지만, 그런 속내를 내비치는 야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할아버지의 날선 질책뿐. 

한참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폐지와 폐품으로 둘러쌓인 가난한 삶은 욕구불만에 시달리기 최적의 상황이다. 왠지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는 이야기가 되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설정이지만, 이 소설속 2인조의 모습은 오히려 그 정반대다. 궤변론자인 괴짜 할아버지와 야나의 팽팽한 밀고 당기기는 혹시 이것이 유럽식 만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종 유쾌하다. 그런 유머러스함 사이사이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둘의 대화는 때로는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만화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아도 하나같이 이런 유쾌함에 장단 맞추기 적격인 마음 좋은 사람들. 다리에 장애를 안고 있기는 하나 진중하고 사려깊은 근사한 소년 이르카, 썰렁한 유머를 연발하는 바넥영감, 브라다취 노인... 이들은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질 처지에 놓인 야나와 할아버지를 구해내는 일등공신들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할아버지가 싫어지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 대해 야나는 마음 상하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이 녹록치 않은 세상 속에서의 나라는 존재의 의미. 둘이 힘을 합치면 세상은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황당한 납치사건 이후, 의기소침해져 있는 야나의 질문에 대한 할아버지의 대답은 의미심장하다.

「우린 이 대지의 소금이야.」(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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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긴다이치 고스케 시리즈
요코미조 세이시 지음, 정명원 옮김 / 시공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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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전 직후의 초토화된 일본 도쿄. 몰락한 귀족가문의 저택에서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여느때처럼 명탐정 긴다이치 고스케가 등장해 해결한다는 스토리. 지금까지 읽어본 요코미조 세이시의 작품 중에서 가장 어둡고 무서운 이야기였다.

공습으로 주위의 건물들이 모두 파괴된 가운데 유일하게 화를 면한 츠바키 자작의 저택. 이곳에 자작의 아내인 아키코 쪽 가문의 친인척들이 들어와 기거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멸시와 껄끄러운 인간관계로 심신이 피폐해진데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천은당 사건(제국은행 사건이라는 실제 유명 사건을 모델로 한)의 범인으로 의심을 받았던 탓인지 자작은 갑자기 행방을 감추어버렸다. 그리고는 훗날 유서와 함께 자살한 상태로 발견되었다. 그러나, 이상한 징조로 인해 남편의 자살을 믿지 못하는 아키코. 긴다이치 코스케가 조사를 위해 츠바키가의 저택을 찾은날 밤, 사건의 전조와도 같은 기괴한일이 벌어진다. 그리고 자신의 유작인「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라는 플루트곡과 함께 출몰하기 시작하는 자작의 환영.

요코미조 세이시의 소설은 트릭도 트릭이지만 으스스한 특유의 분위기 때문에 자꾸만 읽게 된다. 이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몰락해가는 귀족가문을 무대로, 혈육간의 증오, 문란한 남녀관계등이 뒤얽히는 가운데 사람이 죽어나가는 변함없는 요코미조 세이시식의 오싹오싹한 이야기가 전개된다. 여기에 전쟁으로 인한 혼란이나, 전후의 궁핍한 생활, 제국은행 사건등의 시대적 상황이 음산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킨다.「악마의 문장」의 현실성이나, 천은당사건과 이야기를 연결하는 방식에는 조금 위화감도 느껴지지만, 마지막에 단단한 매듭이 풀리듯이 수수께끼가 풀려나가는 쾌감에 비하면 그정도는 애교 정도로 봐줄만 하다.(그렇지만 이번작에서의 긴다이치 코스케의 활약은 미미한 편이다. 대활약은 아니고 소활약정도.)

저택에 울려퍼지는 요사스러운 플루트 소리, 항상 선수를 쳐 오는 정체불명의 악마. 섬뜩하고 아슬아슬한 전개. 비유도 뭣도 아니고 글자 그대로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부는데, 과연 그 악마는 누구인가? 그 정체가 바로 이 작품 속 최대의 수수께끼다. 그 수수께끼가 풀렸을 때는 전율을 느낀다. 악마의 정체 때문이 아니라, 그 인물이왜 악마가 되었는가?」, 그 이유 때문에. 그리고 악마가 마지막으로 피리를 불 때 일어나는 것! 긴다이치 고스케와 함께 악마의 발자국을 더듬어 보시길.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는 예전에 SMAP의 이나가키 고로가 주연한 드라마로 먼저 접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드라마는 원작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이 이야기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꼭 원작을 먼저 읽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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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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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만년의 장편 소설입니다. 그의 작품치고는 드물게「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대답을 구하고 있는 듯한 인생관의 총결산같은 소설입니다.

소설은, 몸 자신이 화자가 되어서 그가 사교계에서 알게된 엘리엇이라는 시카고 출신의 사업가와, 그 일가, 조카인 이사벨이라는 아름다운 아가씨에게서 비롯되는 다양한 사건들을 시니컬한 시점에서 이야기 해 나갑니다. 그 중에서도 젊은 시절 이사벨의 연인이었던 래리라는 청년과 몸의 대화는, 서두에서 인용하고 있는 우파니샤드의 문장이 상징하는 것처럼, 이야기 전체에 걸쳐 서양과 인도 철학에서의 생에 대한 비교, 철학적인 것이어서, 몸이 노년에 얼마나 철학적인 사색을 하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는 작품이 되고 있습니다.

그 인도 철학을 이야기하는 래리라는 인물은 매우 매력적인 캐릭터로, 이사벨과의 약혼이 깨어진 후, 세계를 돌아 다니면서 히피같은 생활을 하다가 마지막에는 인도의 산속에서 요가 수업을 하고 파리로 돌아온다는 설정입니다. 그 인물상으로 말할것 같으면 매우 쿨하고, 그 지적 편력도 심리학에서 신비학까지 다양합니다. 몸의 지식의 방대함을 엿볼수 있는 것입니다만, 이 래리라는 이상한 청년과 몸의 대화는 특히 영적 지식쪽으로 향하는 경향이 현저합니다. 뭐 그렇다고 그런 어려운 이야기만으로 꽉꽉 채워져있는 내용이 아니라, 이야기의 많은 부분은 상류 사교계에서 일어나는 시시한 사건들이나 애정담이어서 즐길만한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정말이지,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는 자신의 품위 없음을 감추기 위해서 거들먹거리거나 타인에게 상처 입히는 것에 지각이 없는 인간이 너무 많습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도 그러한 자들의 메마른 삶, 자기중심적인 서양의 인간 관계를 보여주면서 그와 비교되는 동양의 정신을 높이 사고 있습니다. 때로는 그의 특유의 감각으로, 그런 모습을 깍아 내리거나 비아냥 거리는 것을 즐기는 듯한 여유도 엿볼수 있습니다만, 그만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만큼, 행간에 숨겨져 있는 인간관계의 섬뜩함 같은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이 부분이 몸의 진면목이군요.

이러한 지난 시대의 소설을 읽고 있자면, 오늘날에는 그야말로 야단스러운 일이 참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뭐라 잘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결혼후에도 집요하게 과거의 연인의 행방를 쫓는 이사벨이 억누르고 있는 정념에 비하면, 요즈음에는 모두 너무 노련하고 약삭빨라져서 불륜따위는 경박한 것도 뭣도 아닌 흔하디 흔한 일상의 한부분이 되어 버린 듯 합니다. 그런 허무함으로 가득찬 뒷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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