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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조 가족 카르페디엠 17
샤일라 오흐 지음, 신홍민 옮김 / 양철북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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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욕심이 끝이 없을 것 같은데, 그럼 너도 변할거다. 내 말 똑바로 들어. 인생에서 한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아주 조금밖에 안돼. 그보다 더 가져야겠다는 망상을 품는순간, 그 사람은 끝나는 거야. 내가 고철을 수집하는 동네의 사람들은 멋진 집에서 살아. 그런데 너 그 사람들이 뭘 보고 화를 내는 줄 아니? 그 궁전 같은 집 앞 도로에 진창이 있다고 화를 내. 내 말 제대로 들었니? 진창이 있다고 화를 낸다고!」(30쪽)

고철을 수집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며 신문 배달을 하는 야나는 하고 싶은 것도, 갖고 싶은 것도 많은 사춘기 소녀. 남자아이와의 근사한 데이트를 꿈꾸지만 현실은 몇푼 안되는 고아보조금으로 근근히 살아가고 있는 신세일 뿐이다. 복권이라도 당첨되서 마음껏 즐겨보고 싶지만, 그런 속내를 내비치는 야나에게 돌아오는 것은 할아버지의 날선 질책뿐. 

한참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소녀에게 폐지와 폐품으로 둘러쌓인 가난한 삶은 욕구불만에 시달리기 최적의 상황이다. 왠지 우울함의 극치를 달리는 이야기가 되어도 별로 이상할 것 같지 않은 설정이지만, 이 소설속 2인조의 모습은 오히려 그 정반대다. 궤변론자인 괴짜 할아버지와 야나의 팽팽한 밀고 당기기는 혹시 이것이 유럽식 만담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시종 유쾌하다. 그런 유머러스함 사이사이에 서로를 아끼는 마음이 진하게 묻어나오는 둘의 대화는 때로는 사랑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만화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등장인물들의 면면을 보아도 하나같이 이런 유쾌함에 장단 맞추기 적격인 마음 좋은 사람들. 다리에 장애를 안고 있기는 하나 진중하고 사려깊은 근사한 소년 이르카, 썰렁한 유머를 연발하는 바넥영감, 브라다취 노인... 이들은 각자 양로원과 고아원으로 뿔뿔이 흩어질 처지에 놓인 야나와 할아버지를 구해내는 일등공신들이기도 하다.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꿰뚫어 보는 할아버지가 싫어지기도 하고,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데 대해 야나는 마음 상하기도 하지만 결국 둘은 세상에 하나뿐인 소중한 가족임을 보여준다.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이 녹록치 않은 세상 속에서의 나라는 존재의 의미. 둘이 힘을 합치면 세상은 결코 넘지 못할 벽이 아니다. 황당한 납치사건 이후, 의기소침해져 있는 야나의 질문에 대한 할아버지의 대답은 의미심장하다.

「우린 이 대지의 소금이야.」(1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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