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초 -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결정적 행동의 비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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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의 모든 종류의 자기계발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성공한/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자기 최면이다. 그런데 그동안 당연하다고만 믿어왔던 이 자기 최면이 실은 아무런 효과가 없으며, 잘못하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고 하니, 이 이론을 의심해 마지않던 신봉자들이라면 정신적인 타격이 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완벽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면 기분은 좋아질지 모르지만, 그것은 정신적 도피에 지나지 않으며 난관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게 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한다. 실패를 무릅쓰고 계속 도전하는 대신, 처음 부딪힌 어려움에 지레 겁을 먹고 주저앉고 말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그 밖에도, 부정적인 생각을 억제함으로써 스스로 행복하다고 여기려고 노력하다보면 오히려 부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브레인 스토밍의 경우에도 이를 통해 얻은 결과는 혼자서 일하는 경우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질이나 양 면에서 더 떨어질 수 있다. 또한, 베개를 치면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분노와 스트레스를 줄이기는 커녕 분노의 화신이 될 공산이 크다.

소피라는 여성이 저자를 찾아와 정통적인 심리학에서 좀 더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방법을 개발한게 있느냐고 묻는다. 행복하게 사는법에 대해 학계에서 연구된 결과들을 저자가 한 15분 쯤 설명하고 있는데 소피가 말을 막는다.

"흥미롭지만 바쁘니 짧은 시간에 실천할수 있는 효과적인 조언을 주세요."
"얼마나"
"한 1분?"

소피의 태도에 흥미를 느낀 저자는 곧, 실험이나 경험을 통해 과학적 근거가 있으면서도 쉽게 실천에 옮길수 있는 비법을 찾기 시작한다.(아마도 이것은 설정이고 소피는 가상의 여인이 아닐까 싶지만) 목표와 야망을 몇개월이 아니라 몇분안에 성취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등,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그렇게 해서 저자가 모은 행동과학의 연구사례 수백가지이다. 면접관을 내 편으로 만드는 방법, 상대방에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방법, 잃어버린 지갑을 되찾는 가장 좋은 방법, 기분과 관련된 것에서 기억과 관련된 것까지, 설득에서 미적거림까지, 스트레스 극복에서 남녀관계까지, 읽다보면 마치 놀이책인 것처럼 당장이라도 따라해보고 싶은 실험들로 꽉꽉 가득하다.

대부분 인간 심리와 관련된 이 방법들은, 창조적이 되고 싶으면 드러누우라는 등 일견 황당한 듯 보이지만, 실은 모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들이다. 작은 행동 하나로 내 삶에 엄청난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원하는 것을 이루는 가장 믿음직하고 신속한 방법들이다. 놀라운 것은 이 방법들이 효과적인 변화를 일어나게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1분도 안된다는 것이다. 요컨데 중요한 것은 장황한 이론이 아니라 정확하게 어디를 어떻게 공략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다. 재미로 읽다보면 행복한 삶의 비법을 속성으로 체득하게 된다는 점에서, 소피가 원하던 바로 그 "바쁘니 짧은 시간에 실천할수 있는 효과적인 조언" 에 매우 근접한,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된 것 같다. 리처드 와이즈먼이라는 이름에서 독자가 기대하게 되는 딱 그런 책이라 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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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수금 미도리의 책장 11
쓰하라 야스미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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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할머니의 유품을 계기로 "고스케"라는 악기 장인을 알게 된 그래픽 디자이너 "사토루코"의 이야기. "쓰하라 야스미"의 작품치고는 의외로 순애 소설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런데도 실제로 읽고 나서는 꽤 놀랐다. 분명히 쓰하라 야스미의 문장이 맞지만, 그래도 "진짜 그 작가가 쓴 소설 맞아?"라는 느낌. <아시야가의 전설>에서는 그로테스크한 묘사까지 아름답게 느껴지게 만드는 탐미적이라 할 만한 문장이였던 것이, 평범한 현실로 무대를 바꾸면 이렇게까지 서정미 듬뿍 넘치는 문장이 된다. 어느쪽이든 대단히 아름다운 문체라는 데는 변함없다.

죽은 할머니의 유품 중에서 할머니와 동시대를 살았던 한 시인의 일기를 발견한 사토루코는, 그것을 시인의 손자인 고스케에게 전해준다. 악기 장인인 고스케는 일기의 답례로 사토루코에게 작은 붉은 수금을 준다. 그 후, 여러가지 우연이 겹쳐 사토루코는 고스케의 거처에 잠시 몸을 의탁하게 되는데, 애정이 있는 것은 확실한데 어쩐일인지 둘다 손을 내밀지 못한다. 서로를 밀어내는 고스케와 사토루코의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그 거리감의 이유가 두 남녀의 서투름에서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나면 안타까움은 더해진다.

담담하면서도 농후한 문체는 뭐라 표현하면 좋을지. 무뚝뚝하게 느껴지는 대사가 의도된 것인지, 작가의 원래 스타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중간중간 끊기는 대사가 신선하다. 그 끊기고 난 뒤의 여운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드러내는 느낌. 불필요한 말을 주절주절 늘어놓거나 심지어는 작은 사랑의 단어 한번 입에 올리는 일이 없다. 대신에 그 장소에 흐르는 기류를 가늠하고 또 가늠한다. 고스케와 사토루코의 한마디 한마디를 곱씹게 되고,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억제된 정열에 두근두근한다.

공명하는 이야기. 그런 인상을 받았다. 악기가 공명 하듯이, 고래가 서로 공명하듯이, 결코 많지 않은 에피소드 하나하나마다 그 울림이 다음에서 다음으로 전해져 간다. 수금 소리, 고래의 노랫소리를 듣고 싶어진다. 이 소리를 그려내는 것이 대단하다. 소리의 묘사가 아니라 소리가 들려오는 장소에 떠도는 공기와 소리를 듣는이의 감정을 활자로 옮기는 것만으로 악기의 음색이나 고래의 노랫소리를 느끼게 한다. 오감으로 음악을 듣는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비련의 결말이나 대단원의 해피엔드가 아닌, "그리고 인생은 계속된다...."의 패턴이지만, 그런 결말이 짧은 이야기 안에서 큰 여운을 남긴다. 안타까운 여운을 곱씹고 있는 듯한 씁쓰레함. 감각적인 여러 장면들이 사진처럼 마음에 남는다. 진부하지 않은 극상의 연애 소설. 붉은 수금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손톱으로 튕겨보고 싶어진다. 정말로 그 소리를 한번 들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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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트 석세스 - 성공적인 삶을 원한다면 내 안에 잠든 에너지를 깨워라!
에머슨 브랜틀리, 에프런 테일러 지음, 황소영 옮김 / 오늘의책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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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다. 성공하기 위해서 어떤 마음가짐을 하고 어떻게 실천해나가야 하는가에 대해 순차적으로 이야기 해 나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 읽고 나면 반쯤 성공을 손에 거머쥐게 되는 마법의 책은 아니고, 애초에 출발할 엄두를 못내는 사람들, 목적지를 잃고 길 한 모퉁이에 웅크리고 있는 중생들을 위해 세워진 세심한 이정표다.

인상적이었던 책들을 포함해서 많은 자기계발서를 읽어 보았지만, 성공한 사람들이 전부 자기류의 독창적인 비법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성공한 사람들의 몇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으로 그 패턴을 정형화한 책까지 나와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결국 자기계발서에서 다루고 있는 큰 틀은 비등비등하다. 허나 성공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두고 그 비등비등한 책들이 여전히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것은, 각 저자들이 저마다 다른 비법을 가지고 있어서가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방법과 진정성의 차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즉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방법의 차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크리에이티브 석세스>는 다른 서적과 비교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12살에 사업을 시작해서 십대에 이미 백만장자 반열에 오른 젊은 흑인 CEO라는 사실 때문이다. 비디오게임을 광적으로 좋아하던 한 어린 흑인 소년이, 우리나라 같으면 실컷 놀다가 군대나 가자 할만한 나이에 거대한 기업군의 CEO이자 두아이의 아버지로서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미국에서의 흑인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최근까지도 흑인이 뭐 한자리를 꿰찼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곤 한다. 흑인 최초의 어쩌구 하는 타이틀은 이미 귀에 박히게 들어온 문구중에 하나다.

그런 식으로 보면 인종적인 핸디캡에서 벗어나 있는 우리나라 사람은 적어도 출발부터 저자보다 하나를 더 가지고 있는 셈이다. 빌 게이츠나 워렌버핏의 이야기가 와닿지 않는 사람이라도 자신보다 열악한 조건에서 성공한 저자의 말은 조금 더 와 닿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는 그와 같은 핸디캡은 우리 스스로가 마음속에서 만들어 내는 것임을 분명히 한다. 모든 결과의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으며 핸디캡이 원인이 아니라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책 전체에 걸쳐 베푸는 삶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본서 막바지에 이에 대해 언급하고 있듯이 베푸는 삶이란 막대한 부를 이룬 이들이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되는 진정한 종착역이다. 베푸는 즐거움. 성공을 거머쥔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눈뜨게 되는 궁극의 성공비법을 저자는 아직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체득하고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우리가 이미 우리 스스로 실패를 선택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들으면 나는 그런 선택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저자의 강의에서 이 말을 듣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는 누군가와 같은 졸렬한 자존심은 버리고 저자의 말에 귀를 한번 기울여 보자.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단지 둘 뿐이다. 성공을 선택하느냐, 실패를 선택하느냐. 나는 아무 선택도 하지 않았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그것 자체로 이미 실패를 선택한 것이다. 성공이라는 큰 꿈을 정하고, 끊임없이 그것을 갈구하고,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부정적인 주위의 말에 귀 기울이지 말며, 열정을 가지고 자신에 대한 굳건한 믿음으로 그 꿈을 향해 달리면 된다. 사업으로서 그것을 일구어 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러한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결국 모든 것은 마음가짐과 실천의 문제다. 스스로가 자신을 과소평가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극복해내지 못했기 때문에 금쪽같은 시간을 덜 가치있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학력? 나이? 하고자 한다면 그런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직 할 수 있다는 자신에 대한 믿음과 하고자 하는 열정만 있으면 된다. 

단순한 성공법칙의 나열이 아니라 독자에게 무언가를 전해주겠다는 저자의 열정과 진정성이 느껴지는 서적이다. 진정성 있는 조언은 저자와 독자와의 신뢰관계를 돈독하게 해준다. 자기계발서에서 중요한 것은 저자를 멘토로 받아들이게 되느냐 그렇지 못하느냐가 아닐까. 여타 자기계발서에 무덤덤해진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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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 - 알렉산더 엘더의 신 심리투자기법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
알렉산더 엘더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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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앞에 불가능한 것은 없다고 하지만 정말이지 노력만으로는 부족한 곳이 바로 주식시장이다. 적어도 트레이더에게 있어서 만큼은 갈고 닦은 그 어떤 지식이나 기교보다도 심리적인 면이 우위에 있다고 본다. 아무리 두뇌가 비상하고 수에 대한 천부적인 감각을 타고 났어도 심리를 다스리지 못하면 시장의 먹잇감이 될 뿐이다. "말이 출발한 뒤에도 배팅할수 있고 도착하기 직전에도 배팅할수 있는 경마"라는 저자의 비유는 이런 주식시장의 속성과 시장에 참여하는 거래자들의 요동하는 심리에 대해 무엇보다 명료하게 설명해 준다.

저자는 기술적 분석의 권위자이면서, 전문 트레이더로서는 이례적으로 정신 분석의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는 "알렉산더 엘더" 박사. 세계적인 트레이더로도 명성을 떨치고 있다.

모든 거래 패턴에 있어서 저자는 심리적인 요소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실, 주식시장의 모든 차트들은 명쾌한 공식에 의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니라 거래자들의 심리의 족적인 것이다. 그런면에서, 저자는 투자자와 거래자를 명확하게 구별한다. 단기 투자자가 손절매를 하지 못하고 계획치않게 장기 투자자로 돌아서는 현상을 거래자가 투자자가 되었다고 표현한다. 뉘앙스만으로는 바람직한 현상인 듯 보이지만, 이것은 결국 자기 심리를 다스리는데 실패한 실패자를 말하는 것이다.

제1부는, "물가의 아기를 위한 금융거래". 제목이 말해주는 대로 초보자 전용의 간결한 가이드이지만, 베테랑 트레이더라 하더라도 반드시 명심해야 할 중요한 사항을 포함한다. 투자, 거래, 도박에 대한 저자가 생각하는 의미와 주식, 선물, 옵션등 기본적인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개인트레이더가 되기 위해 알아야할 수수료, 필요한 장비, 매수/매도 시점등 기본적인 이론에 대해 설명한다.

제2부는, 엘더 박사의 트레이딩 기법의 핵심에 접근한다. 그것은 트레이드의 3M - 마인드(심리) , 메소드(방법) , 머니(자금)-이다. 우선, 승리의 열쇠가 되는 마인드 면의 규율. 그리고 자신이 개발한 지표를 포함한 여러 보조지표등을 활용해 저자류의 기술적 분석에 대해 해설한다. 주식, 선물, 옵션등의 모든 시장에서 고도의 확신에 근거해 트레이드 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한 기술적 분석에 이어서, 시장에서 싸워 이기기 위해서는 빠뜨릴 수 없는 자금 관리 법칙에 대해 해설한다.

제3부의 "나의 트레이딩 룸으로 오라"에서는, 시간과 노력의 조직적인 활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것은, 다른 트레이딩 가이드에는 없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시장의 선택과 의사결정의 과정에 대해 습득한다. 뛰어난 기록은, 경험으로부터 배워, 한층 더 역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진지한 트레이더에게는 필수인 4 종류의 기록에 대해서 명쾌하게 해설한다. 그리고 최종장에서 자신의 트레이딩 룸으로 독자를 초대해 최근 실제로 자신이 거래한 6차례의 실전매매 기록을 공개한다.

트레이더의 심리적인 면, 그리고 자금관리를 강조면서도 조언에 그치지 않고 기술적인 분석과 연계한 총체적인 가이드가 되고 있다. 마인드를 강조하는 투자서들이 자기계발서 류의 조언에 머무르고 있는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전문 차트 해설서보다도 난해하게 다가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내용은 충실하다. 자신은 아무것도 숨기지 않는다는 저자의 말처럼 개인 트레이더에게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사항들과 노하우가 빼곡히 담겨있으므로 초보자 이상의 트레이더라면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책을 살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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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미초 이야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가스미초 이야기
아사다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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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라도 청춘이라는 것은 있다. 세월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그런 청춘 시대의 달콤하고 안타까운 추억 하나하나는 흑백 사진이 되어 자신의 마음 속 사진첩에 보관되어 가는 것은 아닐까. <가스미초 이야기>는, 저자의 그런 청춘 시대의 한장면 한장면이 소중하게 담겨있는 자전적 단편집이다.

"가스미초"라는 지명은 이미 도쿄의 지도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주인공의 말에 의하면, 지금도 예전에 그 이름으로 불리웠던 거리에 서서 내려다 보면 안개마을이란 뜻의 그 이름처럼 밤이 깊어질 정도로 신선한 안개가 솟구친다는 듯 하다. 자신이 태어나 자란 지명은 사라져도, 청춘을 구가한 장소나 추억까지 사라질 리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지명이 사라져 버린 만큼 애착이나 자긍심 같은 것이 한층 더 생겨날지도 모른다. <가스미초 이야기>에는, 가스미초에의 일종의 동경과 통곡이 하나로 합쳐져 그려져 간다. 즉, 그것이 바로 청춘이라는 것일 것이다.

"아사다 지로"의 손에 닿으면 그런 여러가지 추억들은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 때 그 때를 리얼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현장으로 바뀐다. 생활의 숨결이 소생한다. 그리고 그것은 따뜻하게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어 온다. 가스미초를 무대로, 사랑하고 놀고 돌아다니고 우정과 가족애를 알고, 향토애를 뿌리 내려가는 등장 인물들. 그들의 이야기에는 정말로 다정함이 흘러넘치고 있다.

60년대에 유행한 패션과 헤어스타일을 하고 60년대의 음악과 조명이 작렬하는 무대에서 미친 듯 춤추는 젊은이들. 지금은 흑백사진 속에나 담겨있을, 복고라 불리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추억이라 불리는 바로 그 장면들이 충실히 재현되어 간다.

사진관의 아들인 주인공은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삶의 방식을 통해, 인간적인 성장을 이루어 간다. 완고한 장인기질의 할아버지와 그 제자이자 데릴 사위로 묵묵히 그 뒤를 잇는 아버지. 그저 한량일 뿐이던 아이도 그런 장인기질을 가진 남자들의 등 뒤를 보고 자라면, 그렇게 씩씩하게 자라 가게 되는 것일까. 할아버지와 주인공의 이야기에서 매우 마음에 드는 구절이 있다.

"이 세상이 빨간색과 파란색 노란색으로 되어 있다고 믿지 않을게요. 이 세상의 모든 풍경과 인물은 빛과 그림자의 흑백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까요. 움직이는 것은 천분의 1초씩 멈춰있는 것의 연속이에요. 그래서 인간은 한 순간도 낭비해서는 안돼요. 천분의 1초의 자기 자신을 반복하면서 살아가는 거니까요. 할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신 그 어려운 말도 저는 이제 똑똑히 이해하고 있어요." (졸업 사진, 259, 260쪽)

확실히 그와 같다고 생각한다. 한순간의 연속이 인생이다. <가스미초 이야기>는 청춘시절의 흑백사진 속 한순간 한순간을 정성드레 이어붙여, 한편의 청춘 영화로 승화시킨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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