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드 어웨이 뫼비우스 서재
할런 코벤 지음, 임정희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프로선수의 대리인으로서 계약, 사무와 관련된 일과 함께 선수의 연봉및 광고수입등의 수익의 자산운용, 다양한 상담까지도 도맡아하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세계. 선수의 수입의 일정비율을 명시된 계약에 따라 배분받게 된다. 최근에 해외에 진출하는 국내 스포츠스타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고액의 수익을 올리는 유명 에이전트들의 이름을 심심치 않게 접할수 있게 되었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서, 즐기면서 쉽게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업쯤으로 스포츠에이전트의 세계를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이거 절대로 보통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거의 수퍼맨급의 만능형 인간이라야 간신히 소화낼수 있는 직종이라고 할 수 있다. 무슨 근거로 그런 말을 하냐구요? 이 책, 페이드 어웨이에서는 그래요.

신장 193센티의 잘생긴 백인 청년 마이런 볼리타는, 대학시절 최고의 농구선수로 명성을 날리다가 시합중 심각한 무릎부상을 입는 바람에 선수의 꿈을 접을수 밖에 없었던 쓰라린 과거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스포츠메니지먼트 회사를 개업하고 스포츠 에이전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면모를 보자면, 우선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촌철살인의 유머감각, 섹시한 엉덩이등 어떤 여자라도 사랑에 빠질수밖에 없는 큐트한 남자. 게다가 태권도 유단자이기도 하고, 변호사 자격증 소지, FBI에서의 경력등 만능맨으로서의 요소를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그런가하면, 그의 동료이자 최고의 파트너인 윈은 여기서 한 술 더 뜬다. 그의 태권도 실력은 전미 최고수준이며 브라질유술까지 익혔을 정도로 각종 무술에 능통하다. 언제나 냉철하며, 터프하기도 해서 폭력을 쓰는데 주저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총을 사용하는데도 거리낌이 없다. 무엇보다도, 금융권 유력인사의 자제인 그의 이름은 돈이 전부인 이 쪽 세계의 특성상 엄청난 힘을 발휘하곤 한다. 그 외에도 회사에 걸려오는 전화를 도맡아 받는 에스페란자라는 아가씨가 있는데, 비서, 경리 업무를 맡고 있는 이 아가씨는 전직 여성 프로레슬러 챔피언(챔피언이 맞던가?)출신이기도 하다.  

이 드림팀이 실력발휘를 해서 운동선수와 관련된 사건들을 해결해나가는 패턴은 전작인 위험한계약과 동일하다. 시리즈물인만큼 전작과 큰 차이는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조금 더 재미있어진 정도. 두번째작이니까 드라마로 치자면 2화쯤 되려나. 일단 위험한계약이 맘에 들었던 독자는 대부분 그대로 좋아할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번 작에서 마이런은 프로농구팀의 구단주로부터 선수로서 계약하자는 황당한 제의를 받는다. 부상으로 운동을 그만둔지 10년이나 지난 마당에 느닷없이 NBA선수로 뛰라니! 그러나 사실은 그 계약은 위장전술. 마이런은 행방불명되었지만 비밀에 부쳐지고 있는 팀내 에이스 선수를 찾아내기 위해서 팀동료들로부터 정보를 얻어내야 한다. 사건의 조사와, 언제 경기에 투입될지 모르는 벤치멤버로서의 역할을 병행해야 하는 마이런의 이중생활.  

위기상황이라 할지라도 결코 잃는 법이 없는 등장인물들의 유머러스한 대사도 여전하다. 그런데 만약에 내가 커피나 콜라를 마시면서 읽고 있었다면 몇번이나 책위에 뿜어내게 만들었을 게 분명한 센스넘치는 대사를 구사하면서도, 정작 등장인물들은 거기에 무덤덤하다. 마치 그게 유머나 말장난이 아니라 상황에 맞는 평범한 대사였다는 듯이. 나는 자지러지지만 책속에서는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태연한 걸 보면, 이 책의 작가인 할런 코벤은 원래 유머가 그렇게 몸에 베어있는 작가일 것 같다. 이 사람은 자기가 쓴 말이 얼마나 웃긴지도 모르고 있는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쨓든 그런 유머감각이 너무 좋다. 할런 코벤의 소설이 좋고 이런 유머가 있어서 마이런 볼리타 시리즈가 좋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폐허
스콧 스미스 지음, 남문희 옮김 / 비채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심플 플랜에 열광한 적이 있던 독자라면, 스콧 스미스라는 작가의 존재를 도저히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심플한 스토리이면서도 임팩트가있는 세계적인 스릴러의 걸작이다. 샘 레이미 감독에 의해 영화화 되기도 했다. 유감스럽게도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소설만큼은 너무나 인상적이여서 몇번이나 되풀이해서 읽었기 때문에, 몇년이 지난 지금도 한장면 한장면이 확실하게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이후로, 스콧 스미스의 차기작을 애타게 기다렸지만, 어떤 소식도 들려오지 않는 상태로,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 버렸다. 그리고 체념을 넘어서 이미 포기해 버린 지금, 그 전설같은 스릴러 작가는, 결국 돌아왔다. 상상도 못한 터무니 없는 소설을 들고서 부활한 것이다. 두번째 작품을 쓰려고 몇번이고 시도하다가, 여의치 않자 각본 쪽으로 옮겨 갔었던 작가는, 그렇지만 그 각본조차도 어느 것하나 완성시키지 못한채 다시 소설쓰기를 시작하고, 그렇게 탄생한 소설이 바로 이 작품 폐허라고 한다. 심플플랜과 폐허 사이의 그 안타깝고도 지루한 공백기간이 무려 13년이다.

폐허는 공포다. 확실하게 소름끼치고 무섭다. 그렇지만 그 공포는 호러라는 장르에 따라다니는 초현실적인 두려움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너무나 현실적이서, 몸서리쳐질 정도로 실감나는 데서 오는 두려움이다. 이 작가의 점착력 강한 디테일 묘사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병적이라고 까지 느껴질 정도이다. 비단 그것은, 안구에 들러붙어 버릴 것처럼 생생하고 집요한 장면 묘사 뿐만 아니라, 각각의 상황에 따르는 인물들의 심리변화와 행동 하나하나에도 해당된다. 마치 일행 안에 내가 은근슬쩍 끼여있는 것처럼 착각해버리게 만드는 생생함은, 이야기 속의 사소한 일 하나에도,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촉각을 곤두 세우고 반응하게 한다.

불가항력인 극한의 상태에서 의외의 방향으로 움직이는 인물들의 불가해한 마음과 돌출행동으로 인해서, 이야기가 이상한 방향으로 비틀리고 꺾이면서 느끼게 되는 광기와 스산함은, 어떤 종류의 천재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 작은 것에서 부터 비롯되지만, 일어나는 일들이 하나 하나 겹치고 쌓여 가는동안, 점점 깊은 곳으로 빠져들어가는 등장인물들의 공포, 이성이 결여되어 가는 불안정한 심리상태. 그 부분의 묘사로 말할 것 같으면 이미 도저히 평범다고는 할 수 없다. 정말로 작가는 심리학을 전공한 것은 아닐까. 대작가인 스티븐킹이 그 월등한 재능을 극찬했다는 사실에 납득이 갈 수 밖에 없다.

폐허는, 휴가를 온 대학생들이 휴양지에서 알게 된 친구의 동생을 찾기 위해 정글의 외딴 곳에 있는 페허로 들어가, 그 곳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존재를 마주하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치게 되는 일종의 집단 공포소설이다. 멕시코, 마야족 원주민의 부락 안쪽에는, 인디아나 존스가 등장할 법한, 고대의 폐허가 잠들어 있다고 한다. 그 곳은 너무나도 이상한 곳이다. 수상하고 불길한 징조들. 몇 차례에 걸친 이 곳 사람들의 이유를 알 수 없는 제지. 과연 그 곳에는 무엇이 있는 것일까. 무엇이 얼마나 위험하기에 이 들은 일행의 앞길을 막아서는 것일까.

폐허라는 제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말 그대로 폐허 그 자체를 상상하게 하는데, 실제로 등장 인물들이 맞부딪히게 되는 것은 폐허라고 하기보다는 어느 특수한 자연 환경과, 그 곳에만 존재하고 있는 불가사의하고 강력한 정체 불명의 적이다. 뜻밖일 정도로 독창적인 적을 상대하고 있는 동안, 등장 인물들은 그들 스스로 가혹한 상황을 만들어 간다. 외부의 강대한 적이라는 존재 이상으로, 자멸이라는 말이 어울릴 것 같은 내부의 적 쪽이 더 벅차게 느껴지는 점은, 그 심플 플랜의 작가 스콧 스미스의 건재함을 확인한 듯해서 자꾸만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게 한다.  

특별히 호러 그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심플 플랜을 쓴 작가의 차기작이라는 사실에 집착해서, 소설 여기저기에 스콧 스미스다운 부분을 발견해 내는 기쁨을 느끼면서 읽어 내려갔다. 압도적인 흡입력과 탄탄하고 안정된 구성, 심플하고 일관성있는 스토리, 다큐멘터리를 방불케하는 실감나고 생생한 묘사. 넘칠정도로 기대에 부응해주는 짱! 재미있는 소설이였던 것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스콧 스미스와의 판타스틱한 재회에 자축이라도 하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섀도우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없어지는 거야.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없어지면 그뿐이야. 그게 다야.

모자 간의 이런 대화가 오고 간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오스케의 엄마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아빠인 요이치로와의 둘만의 생활이 시작된지 며칠 후, 이 번에는 오스케의 소꿉친구인 아키의 엄마가 남편의 직장인 사가미 의과대학 연구동의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재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이어서 일어나는 사건들. 교통사고를 당하는 아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빠 요이치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딛고 아빠와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년 오스케의 고뇌,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경악스러운 진실. 

섀도우는 본격미스테리대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2007년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순위에서 3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순위에서 이 소설을 발견했을 때 마치 이상형의 이성을 발견한 것처럼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표지 이미지나 소개된 간략한 줄거리를 읽고 난 것 뿐인데, 어쩐일인지 유독 이 작품에만 자꾸 시선이 갔었다. 정말 재미있겠다, 읽고 싶다는 등의 생각을 하는 동안 점점 상상이 부풀어 올라서, 실제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에는 정말이지 동경하던 해외스타를 눈 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설레이는 기분이였다. 손에 넣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리고 보니, 우와 역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걸작이다.

감상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훌륭하다. 바로 이거야!!! 하고 무심코 소리쳐 버리고 말 것같은 소설이다. 스토리는 뭐랄까 영화 올드보이 같은 느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천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오는 것 같은 분위기로 덮여있다. 어떤 의미로는 공포소설같이 음침하기도 해서, 읽으면서 즐거워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끌려들어가는 이야기인 것 만은 확실하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모든게 수상하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밝혀내야 하는 것인지 시종일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의문의 핵심이 불명확하고, 진상이 드러날때까지 좀처럼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에도 반해버렸다.

섀도우에는 서술트릭이라는 테크닉이 사용되는데 이른바 서술트릭이라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생각을 이야기속의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현혹하는 서술방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서술트릭을 이용한 미스테리 소설들은 줄거리를 미리 이야기 하거나 때로는 서술트릭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버린 것만으로도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지만, 섀도우의 구성은, 줄거리상 어지간한 부분은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확실하게 속아넘어가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브루스윌리스가 유령이다!' 같은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것만은 어쩔수가 없다. 

초반에는 미스테리가 아니라 그저 통상적인 보통의 소설이라고 생각되어질 만큼 얌전하게 진행되지만,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반부의 이야기. 중반정도까지 진도가 나가면 점차로 이야기의 방향이 보여온다. 분명 진상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일부의 사건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추측도 할 수 있었다. 서서히 수상한 범위가 좁혀져 가면 어찌되었든 줄거리가 대충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것이.......

후반부에 들어서 하나의 진상이 밝혀진 순간부터 모든것이 뒤집혀져 버린다. 경악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연실색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평범한 묘사나 배경설명인 줄 알았던 것들이, 이것도 저것도 모두 복선. 혼란스러워져 온다. 앞서 했던, 미스테리같지 않다는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완벽한 본격 미스테리. 도중에 진상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서 보니, 그 진상의 조각조차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모든게 예상외. 다시 한번 읽어보니 모든 장면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것처럼 보여진다. 

본격미스테리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을 읽고 나서, 비현실적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는 듯하지만,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듯한 그 독특한 분위기가 이 장르의 소설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현실속의 이야기인것 같으면서도 반면에 어딘가모르게 뒤틀려 있는 세계, 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반응. 섀도우는 모든 면에서 '아, 본격미스테리가 여기까지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였다.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도 꼭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샨보이
아사다 지로 지음, 오근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철도원, 칼에지다 등 심금을 울리는 이야기들의 작가, 아사다 지로 최신 단편집.
다리밑 구두닦이 노인과 중견기업 사장의 이야기를 그린 표제작 슈샨보이타인에 대한 배려와 안타까운 향기로 가득 찬 7편의 주옥같은 이야기들...

인섹트
다소 악취미를 가지고 있는 시골뜨기 청년과 사랑에 목말라하는 어린 소녀의 이야기. '도쿄의 예절' 에 익숙치 못해, 소외감을 맛보는 청년의, 외로운 결단이 가슴을 울린다.

쓰키시마 모정
쓰키시마 모정의 무대는 에도시대의 유명한 유곽지역인 요시와라, 때는 1900년대 초. 고향 마을에서 요시와라로 팔려 온 소녀 미노는 어느덧, 요시와라의 기세루에서 이코마라는 가명의 기녀로 서른의 나이를 맞이했다. 돈을 주고 이코마를 유곽에서 빼내주겠다는 낙적이야기가 두번이나 무위로 돌아가고 나서, 뒤늦게 찾아온 3번째 기회. 자유의 신분이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들떠버린 이코마. 그러나 , 그런 이코마의 앞에 드러나는, 슬픈 비밀...

'난 당신 덕분에, 겨우 사람이 될 수 있었어.'
단골손님의 단념과 배신으로, 행복과는 인연이 멀었던 미노가, 간신히 목전에 둔 진정한 행복. 그런 상황에서의 미노의 결단은 고상하고, 고귀하고, 그리고 안타깝다.
'나 말이야, 이 세상에서 깨끗하게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는 걸 절실히 알게 되었어. 그렇다면 내가 깨끗한 일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거야.'

슈샨보이
표제작. 미스터리 터치가 가미된 감동적인 이야기. 60명이나 되는 동료들을 정리해고 하고 나서, 스스로 사표를 제출하고 은행을 나온 쓰카다가 재취직한 자리는, 자수성가한 어느 중견기업 사장의 운전기사. 사장의 인품을 존경하던 쓰카다는, 어느 날, 구두를 닦으러 일부러 인적이 드문 다리 밑까지 찾아가는 사장의 뜻밖의 행동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전쟁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외톨이로 불탄 잿더미 위를 방황하고 있던 소년을, 남자는 데려다 길렀다. 남자는 아이에게,
'세상 탓을 하지 마라. 남 탓도 하지 마라. 부모 탓도 하지 마라.'
'하지만 내 탓도 아니에요.'
'아니. 네 탓이야. 남자라면 모든 게 자기 탓이야.'
아무도 동정따위 해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등을 돌려보아야, 되는건 아무것도 없다. 차라리,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면 화도 사그러든다. 그런 무뚝뚝하고 서투른 애정이, 마지막에 등장하는 편지에서 한층 가깝게 전해져 온다. 눈물이 샘솟게 하는,
'고맙다, 고마워'
어떤 신파극을 보고서도 이렇게까지 가슴이 아렸던 적이 있었는지... 울지 않고 있을수가 없다.

제물
오래 전, 괴롭힘을 당하던 끝에 전 남편에게서 도망쳐 나왔던 하츠에가, 그 전 남편의 장례식을 찾아가는 이야기. 뿌리친 과거와 다시 마주보았을 때, 하츠에의 가슴을 꿰뚫는 것은.... 입밖으로 낼 수 있었던 말은, 단 한마디. 하지만, 그 한마디의 무게감이 가슴을 내리 누르기 시작한다.

눈보라 속 장어구이
전 제국 육군출신의 사단장과 전쟁을 겪지 못한 일직 부관. 배경은 1960년대 후반 훗카이도 자위대 주둔지. 눈이 퍼붓는 한밤 중에, 장어구이를 안고 주둔지로 돌아온 사단장이 들려주는 경험담. 인간의 존엄과 최고의 맛을 내는 뱀장어를 둘러싼, 안타까운 이야기에, 또 다시 가슴이 아련해져 온다.

망향
장례의 형태는 고인의 인품을 말해준다고 한다. 그 인생을 말해주는 게 아니고 품성을 말해준다는 의미다....라는 서두로 시작되는 망향역시 따뜻한 감동이 떠도는 한 편이다. 의대에서 해부학을 가르치는 마사코 에게 '할머니의 임종'이라는 비보가 날아든다. 마사코는, 거식증을 일으키는 엉뚱한 사유로 낙제위기에 처해있는 자신의 학생과 함께, 고향으로 향하는데...  차례차례로 나타나는 뜻밖의 조문객들로 인해서,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생전의 할머니의 성품을 엿보게 된다.

해후
젊은 나이에 시력을 잃은 도키에의 애달픈 사랑이야기. 불행한 성장사, 그리고 빛을 잃어 가는 눈이 가져온 아픈 추억.... 그 슬픈 시절을 넘기고, 지금은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도키에의 사랑하는 이를 위한 배려가 순간, 안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행복을 찾아내 가는, 도키에의 강함과 씩씩함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7편의 작품이 모두,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그 그려지는 방식이 너무나 제각각이다. 7가지 모습의 서로 다른 배려심이 어느 것 하나랄 것 없이 가슴을 아련하게 만든다. 진부한 신파극이라고 할 수 있을만한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맛있고, 그 여운이 아주 오랫동안 지속되는, 아사다 지로의 진면목을 맛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절대로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읽지 말아야 할 책이다. 사람들의 눈을 신경쓰지 않고 거리낌없이 울 수 있는 사람이라면 별개겠지만, 이런 이야기는 역시, 조용한 혼자만의 공간에서 내키는데로 실컷 울고, 느끼면서 읽는 편이 제격이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 - 나와 다른 별종들과 함께 일하는 직장처세전략
패트리샤 아데소 지음, 윤성호 옮김 / 미래의창 / 2008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두 내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적어도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직장동료만큼은 나와 통하는 사람이였으면 좋겠다. 하루중 대부분의 시간을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소유자라서 사사건건 충돌을 일으킨다고 한다면 그보다 곤욕스러운 것이 또 있을까. 스트레스도 여간 스트레스가 아니다. 

일처리 방식이 맘에 안든다, 근무태도가 못마땅하다, 하는데서 더 나아가서 사고방식 자체가 이해가 안되고, 어떻게 저런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수 있는것인지 그럴땐 정말이지 외계인, 회사에 출근하다라는 이 책의 제목처럼 상대방이 외계인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 정도이다. 이렇게까지 극명하게 성격이 대비되는 최악의 동료가 있다면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시키 않고는 앞으로의 직장생활이 험난한 가시밭길이 될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이 책에서는 개인이 가진 성격유형을 11가지로 나눈다. 그리고 각 유형별로 서로 상반되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보여주고 그 해결안, 혹은 적절한 타헙안을 제시해준다. 흔히들 사람의 성격이란 얼마나 외향적이냐 내성적이라고 판단되며 외향적인 사람이 보다 적극적이고 사교적이며 내성적일수록 소심하고 우유부단하다고 단순화 시켜서 생각하기 쉬운데, 11가지의 성격유형에서 보여주는 성향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한사람의 성격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

같은 외향형의 사람이라도 외향적이면서 사고형이냐 행동형이냐에 따라서 차이가 있을수 있고 논리형이냐 감정형이냐로 또 대비되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식으로 11부분이 모두 모여서 만들어내는 사람의 성격이란 그야말로 천양지차라고 해야 할것 같다. 그 11개의 유형중에서 상대와 서로 반대되는 성향을 지녀 마찰을 빚는 부분을 진단하고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과 각 성향이 지닌 장단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낼수 있는 최선의 방법들을 제안한다.

11번에 걸쳐서 내 성향들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무리 좋은 어드바이스라 하더라도 공감이 가지 않는다면 무용지물. 쪽집개처럼 정확하게 집어낸 내 모습과 반면에 외계인같기만 하던 동료의 모습을 정확하게 묘사한 설명과 예시들을 보는 동안, 동료에게는 오히려 내가 외계인일수도 있겠구나 하고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고, 비록 많은 노력은 필요하겠지만 성격차이로 인한 동료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개선해 나갈 방법을 찾게 된 것같아 만족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