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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우 ㅣ J 미스터리 클럽 3
미치오 슈스케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야?
―없어지는 거야.
없어지면 어떻게 되는거야?
-없어지면 그뿐이야. 그게 다야.
모자 간의 이런 대화가 오고 간 지 3년이 지난 어느 날, 오스케의 엄마는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아빠인 요이치로와의 둘만의 생활이 시작된지 며칠 후, 이 번에는 오스케의 소꿉친구인 아키의 엄마가 남편의 직장인 사가미 의과대학 연구동의 옥상에서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재앙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연이어서 일어나는 사건들. 교통사고를 당하는 아키, 이상한 행동을 하는 아빠 요이치로... 엄마를 잃은 슬픔을 딛고 아빠와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초등학교 5학년 소년 오스케의 고뇌, 그리고 서서히 드러나는 경악스러운 진실.
섀도우는 본격미스테리대상 수상작이기도 하지만, 2007년 '이 미스테리가 대단하다' 순위에서 3위에 오른 작품이기도 하다. 순위에서 이 소설을 발견했을 때 마치 이상형의 이성을 발견한 것처럼 자꾸만 심장이 두근거렸던 기억이 난다. 표지 이미지나 소개된 간략한 줄거리를 읽고 난 것 뿐인데, 어쩐일인지 유독 이 작품에만 자꾸 시선이 갔었다. 정말 재미있겠다, 읽고 싶다는 등의 생각을 하는 동안 점점 상상이 부풀어 올라서, 실제로 번역되어 나왔을 때에는 정말이지 동경하던 해외스타를 눈 앞에서 직접 보고 있는 것처럼 설레이는 기분이였다. 손에 넣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리고 보니, 우와 역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걸작이다.
감상을 말하자면 한마디로 훌륭하다. 바로 이거야!!! 하고 무심코 소리쳐 버리고 말 것같은 소설이다. 스토리는 뭐랄까 영화 올드보이 같은 느낌?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천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오는 것 같은 분위기로 덮여있다. 어떤 의미로는 공포소설같이 음침하기도 해서, 읽으면서 즐거워지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끌려들어가는 이야기인 것 만은 확실하다.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모든게 수상하면서도 도대체 무엇을 밝혀내야 하는 것인지 시종일관 안개 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의문의 핵심이 불명확하고, 진상이 드러날때까지 좀처럼 긴장감을 늦출수 없게 만드는 치밀한 구성에도 반해버렸다.
섀도우에는 서술트릭이라는 테크닉이 사용되는데 이른바 서술트릭이라는 것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독자의 생각을 이야기속의 사실과는 다른 방향으로 현혹하는 서술방식을 말한다. 대부분의 서술트릭을 이용한 미스테리 소설들은 줄거리를 미리 이야기 하거나 때로는 서술트릭이 사용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아버린 것만으로도 재미가 반감되는 경우가 많지만, 섀도우의 구성은, 줄거리상 어지간한 부분은 미리 알고 있다고 해도 확실하게 속아넘어가는데 큰 장애가 되지 않을 정도로 치밀하고 정교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브루스윌리스가 유령이다!' 같은 결정적인 스포일러를 피해야 하는 것만은 어쩔수가 없다.
초반에는 미스테리가 아니라 그저 통상적인 보통의 소설이라고 생각되어질 만큼 얌전하게 진행되지만, 물론, 그것은 어디까지나 초반부의 이야기. 중반정도까지 진도가 나가면 점차로 이야기의 방향이 보여온다. 분명 진상은 이런 것이겠구나... 하고, 일부의 사건에 관해서는 많은 부분에서 추측도 할 수 있었다. 서서히 수상한 범위가 좁혀져 가면 어찌되었든 줄거리가 대충 손에 잡힐 것 같은 기분이 된다. 그것이.......
후반부에 들어서 하나의 진상이 밝혀진 순간부터 모든것이 뒤집혀져 버린다. 경악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연실색이라고나 할까. 그동안 평범한 묘사나 배경설명인 줄 알았던 것들이, 이것도 저것도 모두 복선. 혼란스러워져 온다. 앞서 했던, 미스테리같지 않다는 생각이 무색해질 정도로 완벽한 본격 미스테리. 도중에 진상을 간파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고나서 보니, 그 진상의 조각조차 붙잡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읽는 사람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모든게 예상외. 다시 한번 읽어보니 모든 장면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것처럼 보여진다.
본격미스테리의 범주에 속하는 소설을 읽고 나서, 비현실적이다,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기분을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는 듯하지만,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경계선에 놓여있는 듯한 그 독특한 분위기가 이 장르의 소설이 가진 특유의 매력이 아닐까하고 생각해본다. 현실속의 이야기인것 같으면서도 반면에 어딘가모르게 뒤틀려 있는 세계, 인물들의 비상식적인 행동과 반응. 섀도우는 모든 면에서 '아, 본격미스테리가 여기까지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을 느끼게 해 준 소설이였다. 미치오 슈스케의 다른 작품도 꼭 읽을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