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음부 을유세계문학전집 8
마누엘 푸익 지음, 송병선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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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어느 대기업가와 결혼해 행복해진 것처럼 보이는 미모의 여배우(실재의 헐리우드 여배우 헤디 라마를 모델로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류가 흐르는 울타리에 둘러싸인 대저택, 대정원의 안쪽에 연금되어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느 파티에서 만난 남성으로부터 자신의 비밀에 대해 듣게된 여배우는 그곳으로부터 도망칠 결심을 한다.

1975년, 어떤 이유로부터 조국을 피해 멕시코의 한 병원에 입원한 여성이 쓰는 일기와 그녀를 문병하러 오는 친구이자 애인같은 여성의 이야기. 조국에서의 생활, 자신에 대해, 가족 에 대해, 정치, 예술, 연애, 생과 사에 대해 말해 나간다.

가까운 미래, 극심한 지각변동으로 미국이나 프랑스가 바다 밑바닥으로 가라앉아 버린 시대, 국가기관인 섹스 치료국에 근무하는 여성 W218은 어느 날, 이상을 그림으로 그려낸 듯한 남성과 알게 된다. 밀회를 거듭해 마침내 남성의 뒤를 쫓아 외국으로 향하지만, 그곳에서 보게 되는 것은...

3개의 이야기가 교대로라고 할까, 뿔뿔이 흩어져서 진행되는, SF과 같으면서도 스파이 소설과도 같고, 한편으로는 서스펜스 소설과 닮아있는, 1930년대, 70년대, 가까운 미래와 다른 시대에서의 이야기가 동시 진행으로 얽혀가는 형식. 생각컨대 같은 히로인이 3개의 각각의 시대에서 격렬한 연애를 한다는 느낌.

이것은 연애의 불가능성에 대한 소설이다. "연애=남녀의 의사소통"이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말하듯 이 소설은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사의 음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순수한 연애 소설이다. 왜일까. 연애란, 커뮤니케이션 그 자체가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입원해 있는 여성의 일기와 이야기에는, 저자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정치 상황에 관한 화제가 꽤 자주 등장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서는 질척거리는 진흙밭을 지나는 것처럼 다소 걸음이 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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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
모리미 도미히코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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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아, 정말 오랜만에 한판 신나게 웃었다. 어쩐지 시간탐험대라는 유명한 티비 에니메이션을 떠올리게 하는 소설이였다.(모르겠다구요?) 혹시 돈데크만이라는 이름을 대면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아무튼 엉망진창 대소동. 다다미 넉장반 세계일주는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인물들이 좌충우돌하며 꾸려가는 유쾌한 이야기이지만,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뒤죽박죽인 소설은 절대 아니다. 만화적 상상력을 십분 발휘해서 그려낸 패러렐월드는 매우 기발하고 독창적이며,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틀이 잘 잡힌 소설이라는 느낌. 결정적으로, 대박 웃기다. 굳이 표현하자면 묘하게 가슴 설레는 포복절도 청춘 코미디라고나 할까. 이런 스타일의 유머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열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모리미 도미히코라는 작가가 어떤 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인지 이 한편으로 충분히 잘 알 수 있었다. 일단 추천부터 한방 날리고, 개인적으로는 퓨전 사극을 연상케하는 이 작가의 독특한 문장이 소설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고양이라면>, <어육완자>, 그리고 <해저 2만리>

"대학 3학년 봄까지 2년간을 돌이켜보건데 실익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노라고 단언해두련다."  대학에 들어오기 직전에는 혹시 있을 지도 모르는 이성과의 장밋빛 교제에 가볍게 투지를 불태우기도 했었지만, 어느 사이엔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악명 높은, 사랑의 훼방꾼이 되어 있었다. 이렇게 되어버린것은 모두, 나의 숙적이요 맹우이자, 타기할 한 사내, 오즈의 탓이다.

약자에게 채찍을 휘두르고, 강자에게 알랑거리고, 제멋대로고 오만하고 태만하고 청개구리같고 공부도 하지않고 자존심은 터럭만큼도 없고 타인의 불행을 반찬으로 밥을 세공기 먹을수 있다는 오즈와 얽히는 바람에, 꿈많던 캠퍼스에서의 생활이 모두 꼬여버리는 주인공. 염원하던 검은머리 아가씨와의 로맨스도 물건너간지 오래이다. 처음 대학에 입학하던 때로 돌아가 모든걸 다시 시작하고 싶다고 절규하지만, 그러나 또다른 인생에서도 여전히 우울한 회색빛 캠퍼스 생활속에서 우왕좌왕해 버리고 마는 21살 청춘의 이야기.

인기없고 별볼일 없는 남자의 비뚤어진 마음이라고 할까, 그런 음침하고 침울한 소재를, 어떻게 이렇게까지 재미있게(혹은 괴상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주인공은 시종일관 싫다 싫다를 연발하고 있지만, 그 싫어하는 오즈와 함께 벌이는 소동이란 것이 하나같이 시시껄렁하면서도 얼마나 재미있는지. 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들에게 절실하게 하고 싶어지는 말이 있었다. 바보냐 너! 신선흉내를 내는(흉내인지 진짠지...) 자유인 히구치, 요염하지만 취하면 위험해지는 치과보조사 하누키, 그리고 쿨하고 발랄한 아가씨 아카시등등, 모든 등장 인물이 괴상하다는 표현이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개성이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주인공의 숙적이자 맹우인 오즈의 캐릭터는 단연 최고! 그렇지만 절대로 가까이 지내고 싶지는 않다! 

남자들의 순진한 마음을 살짝 어루만지는 요소들이 있어서, 혹시 연애 스토리로 이어지는것 아닌가 생각했더니, 이상한 데서 주인공의 자존심이 발동한다. 긍지를 잃지 않는다고나 할까. 결정적인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 날뛰는 거시기한 친구를 애써 무리하게 억누르는 부분, 정말이지 설마 그 친구와 대화로 타협을 시도하는 장면까지 등장할줄이야.(생각하니까 다시 웃음이 터지네요) 과묵하고 고상한 가오리씨를 앞에 모셔두고 오기로 버텨내는 장면등에서는, 주인공의 그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만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눈에 띄는 부분은, 각각의 에피소드가 실은 하나의 평행우주 안에서 구현되고 있는 것이라는 설정. 주인공이 대학에 입학하는 부분까지는 동일하지만, 그 곳을 분기점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의 상황들이 전개되는데, 그 뒤의 미래가 서로 다르면서도 미묘하게 같은 길을 더듬어 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 기발하면서도 재미있다. 더이상 바보 같을 수 없는 일만 잔뜩 벌이고 있지만, 그 중 어느 길을 선택해도, 결국에는 반드시 오즈와 엮이게 된다는 점에서, 운명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된다.

성취된 사랑의 뒷 이야기를 듣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아무래도 당사자가 이야기 하기를 꺼리는 것 같아 단념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쉽다. "무늉했어요. 무늉했어요." 한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카시를 부디 행복하게 해주길 바래!
"만약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나는 다른 2년간을 보냈을 것이다. 적어도 지금처럼 꼬이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다. 잘하면 환상의 지보라 불리는 '장밋빛 캠퍼스 라이프'를 이 손에 거머쥘수 있었을지 모른다." 과거의 어느 시점으로 돌아갈수만 있다면 새로운 인생, 갈망하던 폼나는 인생을 만들어 갈 수 있을것 같은 마음은 누구에게라도 있는 것. 그렇지만, 인생에 리셋 버튼이 없는 이상 묵묵히 지금을 살아 갈 수 밖에 없다.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고 거기에 집착하지만 그 시점으로 돌아가기면 하면 무조건 지금보다 나으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현실에 충실하자. 자칫하면 언젠가 다시 오늘의 선택을 후회할날이 올지도 모른다. 어제에 집착해서 내일을 망치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얼간이의 반열에 오르는 길이 아닐까.  때로는 어깨의 힘을 빼고, 부족한 자신을 인정해 주는 것도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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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예언자 1 오드 토머스 시리즈
딘 쿤츠 지음, 조영학 옮김 / 다산책방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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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 쿤츠의 작품. 얼마전에 나왔던 '남편'에서는 납치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게 뛰어다니던 가장이 주인공이였다면, 이번에는 죽은자의 영혼의 모습을 볼수 있는 청년이 주인공이다. '살인예언자'는 '오드 토머스' 라는 이 청년이 활약하는 시리즈 중 첫번째 이야기에 해당한다.

나에게 초능력이 있다면... 하는 상상은 누구라도 몇번쯤은 해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보면 그런 특별한 능력은 책임감과 대가가 따르게 되는 것 같다. 언뜻 보기에는 평범한 청년이지만, 오드 토머스에게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존재를 보는 능력이 있다. 죽은자의 영혼뿐 아니라, 심지어는 앞으로 일어날 죽음의 냄새를 맡고 쫓아다니는, 사악하고 검은 영혼의 모습까지도 보인다. 어느 날, 오드는 이 사악한 영혼들을 몰고 다니는 남자가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엄청난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동안 자신의 특별한 능력을 살인사건의 해결을 위해 사용해 온 오드는, 이 끔찍한 범죄와 거기에 말려 들어가게 될지도 모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사력을 다해 싸워 나간다.

살인 예언자는 SF나 호러의 범주에도 들어갈수 있겠지만 일단은 스릴러 소설이다. 영매 탐정이라고나 할까, 사후세계가 있다는 가정하에 상상해낸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그리고는 있지만 그것이 현실속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서 그다지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제멋대로인 아버지, 정신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는 어머니, 사랑하는 연인, 주인공에 대한 넘치는 애정을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선명하고 깊이있게 그려져 있다. 오드 토머스가 마을을 덮쳐오는 전대미문의 대참사를 막을수 있느냐 없느냐,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가 관건인 이야기이지만, 오히려 클라이막스는 안타까운 마지막 전개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초반에는 오드의 생각이나 속마음을 이야기하는 장면이 많아 좀 진행이 더딘감도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템포가 빨라진다. 한장면 한장면 쉽게 연상되는 묘사와,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유머(특히, 엘비스 프레슬리 유령)들이 좋다. 다음편이 정말로 기대되는 시리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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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와 소름마법사 1
발터 뫼르스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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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는 코양이다. 고양이가 아니라 코양이(차모니아 일대에 서식하는 변종 고양이의 일종). 외모는 고양이와 비슷하지만 사람은 물론 모든 짐승들의 언어를 할줄 알며, 결정적으로 간이 두개이다!!! 이부분에서 엄청 웃었다. 간이 두개라는데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 술을 잘 못마시는 것을 보면 확실한데, 이 책의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이것은 그저 웃기기 위한 설정인것 같다. 지금까지 에코는 여느 애완동물들처럼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왔지만 어느날 주인 부부가 죽고 난 이후로는 슬레트바야의 길바닥을 전전하며 구걸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도저히 배고픔을 견디다 못한 에코는 우연히 만난 소름마법사 아이스핀과 모종의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그 계약에 따르면 소름마법사 아이스핀은 소름보름날까지 에코에게 세상에서 가장 좋은 음식과 호화로운 생활을 보장하고 그 대신에 소름보름날이 되면 에코는 자신의 지방, 즉 코양이지방을 아이스핀에게 내어 주어야 한다. 그렇다면 죽어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렇게 길바닥에서 굶어 죽으나, 실컷 호위호식을 하다가 죽으나, 죽는건 마찬가지. 당연히 에코는 호사롭게 살다가 죽는 쪽을 택한다. 그런데 언뜻 들으면 코양이 에코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처절하고 안타깝게 느껴지지만(실제로 안타까운 상황이긴 하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무겁지 않다. 오히려 유머러스하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소설 자체가 유머러스한 환상동화 정도로 생각하면 좋을것 같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에코는 아이스핀의 저택으로 들어가 극진한 대접과 함께 생전 듣도 보도 못한 환상적인 음식들을 맛보게 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목숨을 내어놓아야 한다는 불안감이 스물스물 고개를 치켜들면서, 에코는 아이스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한다.

마녀와 마법사가 나오는 이런 이야기는 어렸을 적에 정말 좋아하던 류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 읽어도 변함없이 재미있다. 꿈과 상상의 세계를 동경하는 것은 나이를 불문하고 모든 인간의 본성이 아닐까 싶다. 고양이도 아니고 코양이라는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특이하고 코믹한 존재들이 다수 등장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단어를 거꾸로 이야기하는 버릇이 있어서 책읽기 짜증나게 했던 수리부엉이 피요도르를 비롯해서, 어설프고 어딘가 미덥지 않은 소름마녀 이자누엘라, 박쥐처럼 천장에 모여사는 가죽쥐들, 기관하나로 위처럼 소화도하고 간처럼 해독도 하며 콩팥처럼 노폐물을 걸러내는데다가 뇌처럼 생각까지 하는 위간신장을 가진 똥처럼 생긴 크닐쉬, 소름마법사의 실험용 생명체 라이덴 인조인간등등, 특이한 외모와 이름을 가진 캐릭터들이 우글우글하다. 특히 라이덴 인조인간이 나올때는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는지, 뭐 별다른 역할이 있는 캐릭터는 아니고 그냥 까맣고 조그만 인형같이 생긴 것으로 모르모트처럼 소름마법사의 실험용으로 사용되기 위해 만들어진 생물. 에코는, 소름마법사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어하는 소름마녀와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살아남기 위한 공동의 작전을 개시한다. 과연 에코는 소름마법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있을까.

권선징악이라고 하기에는 악역캐릭터인 소름마법사도 인간적으로 그렇게 완전한 악역처럼 보이지는 않는다. 살아오면서 딱한 개인사도 가지고 있고, 죽을 날짜를 정해주기는 했지만 에코에게도 살갑게 대해주는걸 보면, 이 책에는 진정한 악역캐릭터는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아, 지금 생각하니 진정한 악역이 있다. 사악한 최후의 강적. 그건 직접 확인하시라.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는 비록 인연이 없었지만 코양이 에코에게도 곧 멋진 사랑이 찾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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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1 - 청소년 성장 장편소설 아사노 아쓰코 장편소설 1
아사노 아쓰코 지음, 양억관 옮김 / 해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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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사랑하는, 공을 던지고 때리고 받아내는 쾌감에 매료되어 있는 중학생들의 이야기. 한참 감수성이 예민할 무렵의 소년들이 야구라는 단체 스포츠를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소설 정말 아동문학이 맞는겁니까? 앞표지에 떡하니 붙어있듯이 수많은 아동문학상을 휩쓴 사실을 보면 분명 맞긴 맞는것 같은데, 그냥 단순히 어린이 소설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너무 넘치는 소설이다. 모르긴 몰라도 이 아동이라는 의미가 우리나라의 아동과는 조금 다른 의미이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말하는 청소년세대까지 포함하는 보다 넓은 의미의 단어일 것이라고 멋대로 추측해 본다. 확실히 하나의 논제에 너무 집요하고, 모든 것을 매사에 너무 깊게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을 보면 그 또래의 성장소설이 맞긴 맞다. 그렇지만 이거 어른이 읽어도 재밌잖아. 읽는동안 코끝이 찡해지거나 때로는 짜릿한 느낌이 등골을 훑고 지나가는 기분을 몇번이나 경험했는지 모른다.

배터리라는 아주 특별한 관계

창피하게도, 처음에 제목만 봤을 때는 건전지를 말하는 줄 알았다. 사실은 야구에서 공을 던지는 투수와 그 공을 받아주는 포수가 이루는 짝을 뜻한다. 어떻게 보면 마치 연애 소설과도 같은 느낌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난 천재 투수 '다쿠미'와 그 공을 받는데서 무한한 기쁨을 느끼는 포수 '고'. 두 사람이 배터리를 이루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서로를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왠지 그런 뿌듯하면서도 감동적인 감상에 젖어들게 된다. '아아, 이제서야 겨우 최고의 반려자를 찾아냈어.' 그런 느낌이다. 

야구에 있어서 포수라는 포지션은 투수의 '아내 역할' 이라고 흔히들 말하지만, 이 소설에서의 고라는 소년은 정말로 그런 역할에 딱 맞는, 눈빛만으로도 생각이 통하고 의지가 되는 존재이다. 반면에 투수인 하라다 다쿠미는 유별날 정도로 자아가 강하고 상대를 배려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다루기 힘든 야생마같은 소년. 그렇게 언뜻 보기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년들이지만 둘은 서로를 최고의 파트너로 인정해 간다. 때로는 반목하면서도 그럴때마다 더욱 더 서로를 가장 필요한 존재로 인식해 간다. 그 느낌은 마치 서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 연인들과도 흡사하다. 

그것은 친구와의 우정이 아니다. 단순히 파트너라는 표현과도 조금 다르다. 야구를 하고 있는 사람, 그 중에서도 투수와 포수라는 한정된 포지션에만 허락되는 특별한 관계. 서로를 인정하고 전적으로 신뢰하면서 발전해가는 그런 관계가 진심으로 부럽다. 활활 타오르는 불꽃처럼 가장 타오르는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 두 소년의 위태위태하면서도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는, 무한한 신뢰 관계가 이대로 쭉 계속되면 좋겠다. 그렇게 바라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이다. 가슴이 뜨거운 소년들의 성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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