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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수정^^)>의 젊은 시절 버젼. 불가능을 꿈꾸고 있다고 누가 말렸더라면.






결국 생각이란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 무언가를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설령 일이 틀어져서, 예를 들면 비실비실한 말때문에 옆길로 빠져 버린다 해도 아무튼 무언가를 하게 만든다. 결국 그런 류의 생각이란 설령 도중에 비참하게 좌초되고 만다 해도 언제나 좋은 생각이다. 적어도 조급해지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생각을 곧바로 나쁜 생각이라고 치부해 버렸으면 절대 조급해지지 않았다. - P12

쉬잔과 조제프는 부모가 식민지에 도착한 뒤 첫 두 해 동안에 태어났다. 쉬잔이 태어난 뒤 어머니는 교육공무원일을 그만두고 프랑스어 개인 교습만 했다.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아버지가 원주민 학교의 교장이 된 뒤에는 자식들을 키우면서 넉넉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 몇 년 동안이 어머니의 삶에서 이론의 여지 없이 가장 좋았던 행복한 시절이었다. 적어도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랬다. 어머니는 마치 꿈에 그리는 어느 먼 땅을, 어느 섬을 회상하듯 말했다. 늙어가면서 횟수가 줄어들기는 했지만 어쩌다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면 변함없이 열정적이었다. 매번 지난 시절의 완벽함에 또 다른 완벽함이 더해졌고, 남편에게는 새로운 장점이, 당시 생활의 편안함에는 또 다른 면, 즉 호사스러움이 더해졌다. 조제프와 쉬잔은 어머니의 말에 의심을 품게 되었다. - P22

남편이 사망했고, 전직 교사이고, 아이 둘을 부양한다는 조건 덕분에 어머니에게는 우선권이 주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땅을 불하받기까지 이 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 P23

첫해에 어머니는 불하지의 절반에 작물을 심었다. 첫 수확을 거두면 방갈로를 짓느라 들인 돈을 거의 메울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7월의 바닷물이 평야로 밀려왔고, 수확을 앞둔 작물들이 그 물에 잠겨버렸다. 어머니는 바닷물이 그해만 특별히 세게 들이닥친 거라 믿었고, 그래서 평야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음 해에 다시 시작했다. 바닷물도 다시 밀려왔다. 어머니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불하받은 땅은 경작 불가능한 땅이었다. 매해 바닷물에 침수되는 땅이었다. 물론 바닷물이 매해 같은 높이로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직접 덮치는 땅에 스며들어 죽이든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물은 작물을 전부 말려 죽이기에 충분했다. - P23

이 땅에서 무언가를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요…………. - P26

방갈로를 내세워 유예 기간을 얻어 낸 데 고무된 어머니는 캄토지국의 관리들에게 새 계획을 알렸다. 하지에 인접한 땅을 일구며 근근이 살아가는 평야의 농부들과 함께 바닷물을 막는 방조 제방을 쌓겠다는 계획이었다. 어머니는 모두에게 유익한 제방이 될 거라고, 태평양 쪽으로, 그리고 냇물 쪽도 7월의 바닷물이 닿는 경계까지 제방을 쌓겠다고 했다 - P27

갑작스러운 광적인 희망으로 마침내 오랜 마비 상태에서 깨어난 평야의 농부 수백 명이 온힘을 쏟아부어 제방을 쌓았는데, 그 제방이 태평양 파도의 단순하고 가차 없는 공격으로 단 하룻밤 사이에, 마치 카드로쌓은 성처럼 그대로 무너져 버린 광경을 어느 누가 비탄과 분노 없이 떠올릴 수 있겠는가? 또 어느 누가 도대체 그런 어처구니없는 희망이 왜 생겨났는지 밝히기보다는 그냥 모든 것을, 그 평야를 지배해 온 비참한 가난부터 어머니의 발작까지 모든 것을 운명적인 그날 밤의 사건 하나로 설명하고 싶은, 천재지변이라는 간략한, 하지만 매력적인 설명으로 만족하고 싶은 유혹을 이겨낼 수 있겠는가? - P28

어머니는 얼굴이 벌겋게 상기되었다. 어머니는 늙었고, 너무 많은 불행을 겪었고, 웃을 일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금처럼 웃음이 터지면 그 웃음은 어머니를 휘어잡아 위험할 정도로 흔들어 댔다. 어머니가 웃어도 그 웃음의 힘이 어머니에게서 나오는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보고 있기 거북하고 어머니가 제정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 P52

"물에 침 한 번 뱉는 것만큼 아무 표가 안 나요. 어떤 것도, 아무리 세심하게 배려한 것도 당신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하죠. 당신이 어떤 유형의 남자를 좋아하는지 알겠지만………." - P78

조 씨와의 결혼은 그들이 평야를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이 결혼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방조제방의 실패와 다름없는 또 한 번의 실패였다. 어머니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조제프가 결론을 맺었다. "절대 안 될거예요. 안 되는 편이 쉬잔한테도 낫고요." - P126

쉬잔 역시 이결혼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았다. 조씨에게도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그동안 조 씨는 그들이 결혼했을 때 쉬잔이 갖게 될 돈과 자동차에 대해 수없이 이야기했다. 이제 그런 대화는 소용없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조 씨가 조르는 짧은 여행과 그의 다이아몬드도 소용없었다. - P127

"어머니의 불행은, 결국, 뿌리칠 수 없는 마법 같은 거야." 카르멘이 다시 말했다. "마법을 잊어버리듯이 어머니의 불행을 잊어야 해. 그러려면 어머니가 죽든지 아니면 네가 남자를 만나야 해."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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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11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2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9-11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추석 잘 보내셨나요.
연휴가 빨리 지나가고 있어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좋은 주말 되세요.^^

새파랑 2022-09-12 09:08   좋아요 2 | URL
명절내내 모임이 있어서 정신없이 시간이가네요. 마지막 연휴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scott 2022-09-12 0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독서력은
태평양을 막고
알라딘 광활점 우주지점을 정복 할 수 있는!^^

새파랑 2022-09-12 09:09   좋아요 2 | URL
어제도 잠깐 시간이 나서 우주점에 갔습니다 ㅋ 하지만 독서력은 제로입니다 ^^

희선 2022-09-12 02: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명절 연휴에 책 보고 싶은 만큼 보셨는지... 남은 날도 책 보시면서 편안하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희선

새파랑 2022-09-12 09:45   좋아요 1 | URL
명절에도 그렇게 책은 못읽었네요 ㅜㅜ 명절 마지막날 잘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아 2권도 함께 구매했어야 했다 ㅜㅜ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숨 쉬는 공기 자체가 역겹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루스가 사는 집의 품위 있고 고요한 분위기와 얼마나 다른가. 그곳의 분위기는 아주 정신적이었고, 여기는 아주 물질적, 천박하게 물질적이었다. - P62

루스에게는 이 상황이 흐릿했다. 그녀는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일에 있어 그녀의 경험이란 것은 전부 책들, 일상의 사실들이 예쁘장하게 바뀐 허구의 영역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 거친 선원이 제 가슴 속으로 조금씩 파고들면서 언젠가는 폭발하여 자신을 불길에 휘말리게 할 어떤 힘을 단단히 채워 넣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진짜 사랑의 불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 P100

사랑을 순전히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희미하게 어른대는 불꽃 같은 것, 떨어지는 이슬방울이나 고요한 수면에 이는 잔물결처럼 가만한 것, 여름밤처럼 부드럽고 서늘한 것이 사랑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꽃향기와 엷은 빛이 가득한 천상의 고요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온화하게 섬기는, 차분한 애정에 가까웠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격렬한 사랑, 그 혹독한 열기와 황량한 잿더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잠재력도, 세상의 잠재력도 몰랐다. 그녀에게 삶의 심연은 환상의 바다에 있을 뿐이었다. - P101

그는 남자였다. 왜 그가, 그녀가 사랑을 느끼는 그 남자가 될 수 없단 말인가? "그렇게 되는 건 나한테 달렸어." 그는 열렬히 중얼거리곤 했다. "내가 그 남자가 될 거야. 내가 나를 그 남자로 만들 거야. 내가 끝내주게 해낼 거야." - P141

너는 누구야, 마틴 에덴?

그런데도 너는 건방지게 책을 펴고, 고전 음악을 듣고, 근사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고, 고상한 영어를 구사하고, 네가 속한 계급의 사람들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을 하고, 노역자들과 리지코놀리로부터 자신을 억지로 떼어 내어 한 창백한 여인을, 너로부터 백만 마일은 떨어져 별들 속에 사는 여인을 사랑하지! 너는 누구지? - P147

"넌 글을 쓰고 싶었고 쓰려 했지만, 네 안에는 쓸거리가 없었어. 너한테 뭐가 있어? 얼마간의 유치한 생각들, 몇몇 설익은 감정, 소화하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움, 크고 시커먼 무지, 사랑으로 터지려는 심장, 사랑만큼 크고도 무지만큼이나 쓸모없는 야망. 그러고도 글을 쓰겠다고! 그래, 이제야 넌 쓸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거야.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었다지만, 아름다움의 본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할 수 있었겠어?" - P153

"넌 삶의 본질적인 특성을 전혀 모르면서 삶에 대해 쓰고 싶어했어. 세상이 네게는 난해한 수수께끼나 다름없고, 네가 쓸 수 있는거라고 해 봤자 존재의 체계에 관해 네가 모르는 것뿐일 텐데도, 세상과 존재의 체계에 대해 쓰고 싶어 했어. 하지만 힘내, 마틴, 넌 이제 쓸 거야. 약간, 아주 약간은 알게 됐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바른길로 들어섰으니까. 언젠가는 운이 좋다면, 너는 알아야 할 모든걸 거의 다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넌 글을 쓰는 거야." - P153

"죽은 사람들은 죽은 채로 가만있으면 좋겠어. 나와 내 안의 아름다움이 왜 죽은 사람들한테 지배당해야 해? 아름다움은 살아있는 것이고 영원한 거야. 언어는 왔다가 가는 것이고, 언어는 죽은자들의 먼지일 뿐이야." - P162

그는 자기가 루스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존재하지조차 않았는데, 그의 혹사당한 영혼이 그녀를 기억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밤에 침대로 기어들어 갈 때, 또는 아침에 기어 나와 식사를 하러 갈 때, 스쳐 가는 기억 속에 그녀가 얼핏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 P203

"우리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한 시간 뒤 모스 부인은 자랑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그 말은.…." 그는 아내를 한참 쳐다보고 말했다. "그 애가 사랑에 빠졌다는 뜻인가?"

"아뇨, 그 애가 사랑받는다는 거예요." 미소와 함께 답변이 돌아왔다.

"실험은 성공했어요. 그 애가 마침내 깨어났거든요."

"그럼 그를 제거해야겠군." 모스 씨는 활달하지만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 P227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나요?" 그녀는 속삭였다.

"처음부터, 당신을 처음으로 본 바로 그 순간부터, 그때 나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버렸고, 그 후로 점점 더 미쳐갔어요. 지금 나는 최고로 미쳐서, 거의 정신이상이에요. 너무 좋아서 머리가 돌아버렸어요."

"내가 여자라서 기뻐요, 마틴, 내 사랑.. 길게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 P240

수표와 풀 먹인 셔츠와 원고로 이루어진 은하수 한가운데서 그는 도끼를 되찾았다. 그리고 조를 죽이러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새벽 2시에, 얇은 칸막이를 통해 그의 신음 소리를 들은 마리아가 그의 방으로 들어와 그의 몸에는 뜨끈한 다리미를 쑤시는 그의 눈에는 물수건을 대 주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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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2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잘 만들었지만

마틴 에덴은
딱 한 권으로 출간 해도 되능데
가격이 사악!^^

새파랑 2022-09-12 09:47   좋아요 3 | URL
한권으로 출간했더라면 손목이 아팠을거 같이요 ㅋ 그래도 양장이어서 괜찮은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9-13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난리 났어요. 저는 먼저 집에서 영화로 보려고 골라 놨어요.

새파랑 2022-09-13 13:52   좋아요 0 | URL
아 난리가 났군요 ㅋ 어제 서점가서 2권을 사려고 보니 없더라구요 ㅋ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거 같아요~! 영화도 기대됩니다~!!
 

녹색광선의 신작. 추석때 우선 1권을 읽어야 겠다.




나는 먼지보다는 재가 되리라

내 삶의 불꽃이 마르고 부패되어
숨 막혀 죽기보다는
차라리 찬란한 불길 속에서 타오르리라

졸린 듯 영원한 행성보다는
차라리 떨어지는 최고의 별똥별이 되어 이
내 모든 원자 하나하나가 장엄한 빛을 발하리라

존재가 아니라 사는 것이 곧 인간의 본분일지니
나는 생의 연장을 위해 주어진 날들을 허비하지 않으리
내게 허락된 시간들을 모두 쓰리라 - P7

그는 이해했다. 여기 지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잊고 굶주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것을 위해 살 만한, 자신을 내던질만한, 싸울만한, 아, 죽음도 무릅쓸 만한 어떤 것이 있었다. - P25

그는 경청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혀 있다는 것도, 자신의 눈에서 지극히 남성적인 본능이 뚜렷하게 내비친다는 것도 모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으나, 여자이기 때문에 그의 불타는 눈을 예민하게 의식했다. 이제까지 그렇게 쳐다보는 남자는 없었으므로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말을 더듬다 멈추거나 주장의 맥락을 놓치기도 했다. 그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그의 그런 시선을 받는다는 것에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위험하다고, 나쁘다고, 미묘하고 기이한 유혹이라고 그녀가 받은 교육이 경고했다. 그러나 그녀의 본능은 그녀의 존재 전체에 걸쳐 높고 맑게 울렸다. - P25

그는 평생 사랑에 굶주렸고, 그의 본성은 사랑을 갈구했다. 사랑은 그라는 존재의 본원적 요구였다. 그러나 그는 사랑 없이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왔다. 자신이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했다. 단지 사랑이 작동하는 장면을 보고, 그 광경에 짜릿함을 느끼고, 사랑이란 멋지고 고귀하고 찬란하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 P32

마침내 그 여자, 생각하지도 못했던, - 여자들 생각을 별로 하지도 않았지만 - 그래도 언젠가 만나리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여자를 만났다. 초저녁의 정찬에서 그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으며, 내비치는 아름다운 정신을 보았다. 그러나 정신을 내비치는 눈은 정신보다 더 아름다웠고, 정신에 표현과 형태를 주는 육체는 더욱 아름다웠다. 그는 그녀의 육체를 단순한 육체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지껏 아는 여자들에 대해서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어쨌든 달랐다. 그는 그녀의 몸을 병들고 무너져야 하는 몸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 P45

그러나 그가 그녀의 눈에서 본 것은 영혼,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영혼이었다. 그가 아는 어떤 남자도 여자도 그에게 불멸이라는 메시지를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것을 주었다. 처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불멸을 속삭였다.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직 영혼만이 지을 수 있을 듯한 연민과 상냥함이 담긴 미소를 짓는, 창백하고 진지하며 다정하고 예민한, 그가 결코 꿈도 꾸어 보지 못했을 정도로 순수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순수함이 한 방 먹이듯 그를 강타하며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선과 악을 알았으나 순수함은 존재의 한 속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로 인해 그는 순수함이 최상의 선함과 정결함이며, 둘의 합이 영원한 생명을 이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46

"루스" 그는 단순한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제껏 알지 못했다. 그 소리가 귀를 열광케 했다. 그는 도취되어 반복했다. "루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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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봤던 영화의 감동이 다시 느껴진다. 영화도 다시 봐야겠다.




이 이야기는
7할의 진실과,
1할의 편의적 상상과,
1할의 구성적 변경과,
1할의 이유를 알 수 없는 고백으로 이루어졌다.
말할 수 있는 바이다

시도 자기 생각을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아. 사람 마음속에 있는 살아 있는 진실을 드러내야 문학은 온전하게 힘을 내는 거고…. 그런 힘이 하나하나$모여야 세상이 변하는 거라고. - P59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나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 P64

부끄럽지. 부끄러운 일이야. 침묵하고 있는 나도 부끄럽고, 술에 취한 나도 부끄럽고, 일본으로 유학 가라고 권하는 나도 부끄럽네.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나? 부끄러움을 아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네. 부끄러움을 외면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지. - P71

바람이 어디로부터 불어와
어디로 불려가는 것일까, - P88

바람이 부는데
내 괴로움에는 이유가 없다 - P89

오늘도 기차는 몇 번이나 무의미하게 지나가고,

오늘도 나는 누구를 기다려 정거장 가차운 언덕에서 서성거릴게다.

아아 젊음은 오래 거기 남아 있거라. - P113

비밀리에 조선어 문학과 서적을 유통시키며…. 아…. 내가 정말 이렇게 못 해서 한스럽다. 징집령을 이용하여 황군 내 조선인 반군 조직을 결성, 활용할 군사적 계획을 지시했으며…. 아..… 이게 정말 이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았겠냐…. 내가 정말.… 그렇게 못 해서 너무 부끄러워서… 부끄러워서... 서명을 한다… 부끄러워서…. - P145

저는 서명하지 않겠습니다. 당신 말을 들으니 정말로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못 하겠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시를 쓰길 바라고 시인이 되길 원했던 게… 너무 부끄럽고…… 앞장서지 못하고 따라나서기만 한 게 또 너무 부끄럽고… 부끄럽고..…부끄러워서…. 서명을 못 하겠습니다. - P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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