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광선의 신작. 추석때 우선 1권을 읽어야 겠다.




나는 먼지보다는 재가 되리라

내 삶의 불꽃이 마르고 부패되어
숨 막혀 죽기보다는
차라리 찬란한 불길 속에서 타오르리라

졸린 듯 영원한 행성보다는
차라리 떨어지는 최고의 별똥별이 되어 이
내 모든 원자 하나하나가 장엄한 빛을 발하리라

존재가 아니라 사는 것이 곧 인간의 본분일지니
나는 생의 연장을 위해 주어진 날들을 허비하지 않으리
내게 허락된 시간들을 모두 쓰리라 - P7

그는 이해했다. 여기 지적인 삶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꿈도 꾸지 못했던 온화하고 경이로운 아름다움이 여기에 있었다. 그는 자신을 잊고 굶주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여기에 그것을 위해 살 만한, 자신을 내던질만한, 싸울만한, 아, 죽음도 무릅쓸 만한 어떤 것이 있었다. - P25

그는 경청하기도 했지만, 자신의 시선이 그녀에게 박혀 있다는 것도, 자신의 눈에서 지극히 남성적인 본능이 뚜렷하게 내비친다는 것도 모른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남자들의 세계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었으나, 여자이기 때문에 그의 불타는 눈을 예민하게 의식했다. 이제까지 그렇게 쳐다보는 남자는 없었으므로 당혹스러웠다. 그녀는 말을 더듬다 멈추거나 주장의 맥락을 놓치기도 했다. 그가 부담스러우면서도 그의 그런 시선을 받는다는 것에 야릇한 쾌감이 느껴졌다. 위험하다고, 나쁘다고, 미묘하고 기이한 유혹이라고 그녀가 받은 교육이 경고했다. 그러나 그녀의 본능은 그녀의 존재 전체에 걸쳐 높고 맑게 울렸다. - P25

그는 평생 사랑에 굶주렸고, 그의 본성은 사랑을 갈구했다. 사랑은 그라는 존재의 본원적 요구였다. 그러나 그는 사랑 없이 살아가야 했기 때문에 자신을 무감각하게 만들어 왔다. 자신이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조차 알 수 없게 되었고, 지금도 여전히 알지 못했다. 단지 사랑이 작동하는 장면을 보고, 그 광경에 짜릿함을 느끼고, 사랑이란 멋지고 고귀하고 찬란하다고 생각할 따름이었다. - P32

마침내 그 여자, 생각하지도 못했던, - 여자들 생각을 별로 하지도 않았지만 - 그래도 언젠가 만나리라고 막연히 기대했던 여자를 만났다. 초저녁의 정찬에서 그는 그녀 옆에 앉아 있었다. 제 손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고, 그녀의 눈을 들여다보았으며, 내비치는 아름다운 정신을 보았다. 그러나 정신을 내비치는 눈은 정신보다 더 아름다웠고, 정신에 표현과 형태를 주는 육체는 더욱 아름다웠다. 그는 그녀의 육체를 단순한 육체로 생각하지 않았다. 여지껏 아는 여자들에 대해서 단순하게만 생각했던 그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녀의 육체는 어쨌든 달랐다. 그는 그녀의 몸을 병들고 무너져야 하는 몸으로 이해하지 않았다. - P45

그러나 그가 그녀의 눈에서 본 것은 영혼, 절대 죽지 않는 불멸의 영혼이었다. 그가 아는 어떤 남자도 여자도 그에게 불멸이라는 메시지를 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그녀가 그것을 주었다. 처음 그를 본 순간, 그녀는 불멸을 속삭였다. 걸어가는 동안 그녀의 얼굴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오직 영혼만이 지을 수 있을 듯한 연민과 상냥함이 담긴 미소를 짓는, 창백하고 진지하며 다정하고 예민한, 그가 결코 꿈도 꾸어 보지 못했을 정도로 순수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순수함이 한 방 먹이듯 그를 강타하며 뒤흔들어 놓았다. 그는 선과 악을 알았으나 순수함은 존재의 한 속성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그녀로 인해 그는 순수함이 최상의 선함과 정결함이며, 둘의 합이 영원한 생명을 이룬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 P46

"루스" 그는 단순한 소리가 그토록 아름다울 수 있음을 이제껏 알지 못했다. 그 소리가 귀를 열광케 했다. 그는 도취되어 반복했다. "루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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