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2권도 함께 구매했어야 했다 ㅜㅜ


그는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숨 쉬는 공기 자체가 역겹고 비루하게 느껴졌다. 그는 생각했다. 루스가 사는 집의 품위 있고 고요한 분위기와 얼마나 다른가. 그곳의 분위기는 아주 정신적이었고, 여기는 아주 물질적, 천박하게 물질적이었다. - P62

루스에게는 이 상황이 흐릿했다. 그녀는 가슴으로 느끼는 경험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일에 있어 그녀의 경험이란 것은 전부 책들, 일상의 사실들이 예쁘장하게 바뀐 허구의 영역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녀는 이 거친 선원이 제 가슴 속으로 조금씩 파고들면서 언젠가는 폭발하여 자신을 불길에 휘말리게 할 어떤 힘을 단단히 채워 넣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녀는 진짜 사랑의 불이 어떤 것인지 알지 못했다. - P100

사랑을 순전히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희미하게 어른대는 불꽃 같은 것, 떨어지는 이슬방울이나 고요한 수면에 이는 잔물결처럼 가만한 것, 여름밤처럼 부드럽고 서늘한 것이 사랑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사랑이란 꽃향기와 엷은 빛이 가득한 천상의 고요 속에서 사랑하는 이를 온화하게 섬기는, 차분한 애정에 가까웠다. 화산이 폭발하는 것처럼 격렬한 사랑, 그 혹독한 열기와 황량한 잿더미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자신의 잠재력도, 세상의 잠재력도 몰랐다. 그녀에게 삶의 심연은 환상의 바다에 있을 뿐이었다. - P101

그는 남자였다. 왜 그가, 그녀가 사랑을 느끼는 그 남자가 될 수 없단 말인가? "그렇게 되는 건 나한테 달렸어." 그는 열렬히 중얼거리곤 했다. "내가 그 남자가 될 거야. 내가 나를 그 남자로 만들 거야. 내가 끝내주게 해낼 거야." - P141

너는 누구야, 마틴 에덴?

그런데도 너는 건방지게 책을 펴고, 고전 음악을 듣고, 근사한 그림을 감상하는 법을 배우고, 고상한 영어를 구사하고, 네가 속한 계급의 사람들은 아무도 하지 않는 생각을 하고, 노역자들과 리지코놀리로부터 자신을 억지로 떼어 내어 한 창백한 여인을, 너로부터 백만 마일은 떨어져 별들 속에 사는 여인을 사랑하지! 너는 누구지? - P147

"넌 글을 쓰고 싶었고 쓰려 했지만, 네 안에는 쓸거리가 없었어. 너한테 뭐가 있어? 얼마간의 유치한 생각들, 몇몇 설익은 감정, 소화하지 못한 수많은 아름다움, 크고 시커먼 무지, 사랑으로 터지려는 심장, 사랑만큼 크고도 무지만큼이나 쓸모없는 야망. 그러고도 글을 쓰겠다고! 그래, 이제야 넌 쓸거리가 생기기 시작한 거야.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싶었다지만, 아름다움의 본성에 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뭘 할 수 있었겠어?" - P153

"넌 삶의 본질적인 특성을 전혀 모르면서 삶에 대해 쓰고 싶어했어. 세상이 네게는 난해한 수수께끼나 다름없고, 네가 쓸 수 있는거라고 해 봤자 존재의 체계에 관해 네가 모르는 것뿐일 텐데도, 세상과 존재의 체계에 대해 쓰고 싶어 했어. 하지만 힘내, 마틴, 넌 이제 쓸 거야. 약간, 아주 약간은 알게 됐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바른길로 들어섰으니까. 언젠가는 운이 좋다면, 너는 알아야 할 모든걸 거의 다 알게 될 거야. 그러면 넌 글을 쓰는 거야." - P153

"죽은 사람들은 죽은 채로 가만있으면 좋겠어. 나와 내 안의 아름다움이 왜 죽은 사람들한테 지배당해야 해? 아름다움은 살아있는 것이고 영원한 거야. 언어는 왔다가 가는 것이고, 언어는 죽은자들의 먼지일 뿐이야." - P162

그는 자기가 루스를 사랑한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그녀는 존재하지조차 않았는데, 그의 혹사당한 영혼이 그녀를 기억할 시간이 없기 때문이었다. 다만 밤에 침대로 기어들어 갈 때, 또는 아침에 기어 나와 식사를 하러 갈 때, 스쳐 가는 기억 속에 그녀가 얼핏 모습을 드러낼 뿐이었다. - P203

"우리 어린 딸이 여자가 됐어요." 한 시간 뒤 모스 부인은 자랑스럽게 남편에게 말했다.

"그 말은.…." 그는 아내를 한참 쳐다보고 말했다. "그 애가 사랑에 빠졌다는 뜻인가?"

"아뇨, 그 애가 사랑받는다는 거예요." 미소와 함께 답변이 돌아왔다.

"실험은 성공했어요. 그 애가 마침내 깨어났거든요."

"그럼 그를 제거해야겠군." 모스 씨는 활달하지만 사무적인 어조로 말했다. - P227

"언제부터 나를 사랑했나요?" 그녀는 속삭였다.

"처음부터, 당신을 처음으로 본 바로 그 순간부터, 그때 나는 당신에 대한 사랑으로 미쳐 버렸고, 그 후로 점점 더 미쳐갔어요. 지금 나는 최고로 미쳐서, 거의 정신이상이에요. 너무 좋아서 머리가 돌아버렸어요."

"내가 여자라서 기뻐요, 마틴, 내 사랑.. 길게 한숨을 쉬고 나서 그녀는 말했다. - P240

수표와 풀 먹인 셔츠와 원고로 이루어진 은하수 한가운데서 그는 도끼를 되찾았다. 그리고 조를 죽이러 내려가려 했다. 그러나 그는 내려오지 않았다. 그 대신 새벽 2시에, 얇은 칸막이를 통해 그의 신음 소리를 들은 마리아가 그의 방으로 들어와 그의 몸에는 뜨끈한 다리미를 쑤시는 그의 눈에는 물수건을 대 주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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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9-12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잘 만들었지만

마틴 에덴은
딱 한 권으로 출간 해도 되능데
가격이 사악!^^

새파랑 2022-09-12 09:47   좋아요 3 | URL
한권으로 출간했더라면 손목이 아팠을거 같이요 ㅋ 그래도 양장이어서 괜찮은거 같아요~!!

페크pek0501 2022-09-13 1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난리 났어요. 저는 먼저 집에서 영화로 보려고 골라 놨어요.

새파랑 2022-09-13 13:52   좋아요 0 | URL
아 난리가 났군요 ㅋ 어제 서점가서 2권을 사려고 보니 없더라구요 ㅋ 인터넷으로만 판매하는거 같아요~! 영화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