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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식주의자
한강 지음 / 창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N23069
우리나라 소설은 너무 착하고 몸을 사린다고 생각한다. 이건 정말 나의 편견이다. 내가 우리나라 문학작품을 많이 읽은것도 아니고 잘 알지도 못하니까...그런데 편견인줄 알면서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최근에 읽은 몇몇 작품들에서 그런 인상을 강하게 받아서 그렇다. 그래서 한국문학을 막 찾아 읽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근 작품은 아니지만...) 이번에 읽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나의 편견을 완전히 깬 작품이었다.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세 단편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인데, 이야기의 독창성, 몰입감, 연결성이 엄청났다. 제목만 보고 진짜 '채식주의자'를 생각했는데, 제목만 '채식주의자'이지 실제 내용은 '육식거부자, 식물주의자'에 가까웠다. (??)
주인공이지만 단 한번도 화자로써 말하지는 않은 '정혜'는 왜 육식을 거부했을까? 그녀에게 육식은 어떤 의미였을까? 많은 의미가 숨겨져 있겠지만 독자마다 생각이 다를테니 따로 내 상각을 말하지는 않겠다. 다만 단순히 채식, 육식 문제는 아닌걸로...
원인제공자이면서 이상행동을 하는 '정혜'를 그냥 내버려둔 남편, '정혜'에 대한 삐뚤어진 욕망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마음과 행동을 유일하게 열어준 형부, 두 사람 모두 나쁜건 맞지만, 무작정 욕할 수 있을까? 남편이 떠나지 않았다면, 형부가 욕망을 숨겼다면 모든게 정상적으로 돌아갔을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미 비정상적으로 된것을 다시 정상으로 바꿀순 없다.바꾸기 위해 행해지는 폭력들이 오히려 상태를 악화시킬 뿐이다.그렇다고 '정혜를 저대로 치료도 안하고 놔두었어야 했을까? 솔직히 잘 모르겠다... 우리는 상대방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어디까지 소통해야 하는걸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P.61
그리고 가장 불쌍한건 모든 불행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정혜'의 언니인 '인혜'라 생각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들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P.165
Ps. 책을 다 읽고나서 필립 로스의 <포트노이의 불평>이 떠올랐다. 내용은 완전 다르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방향은 왠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