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트노이의 불평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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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22073

"나한테는 이만하면 됐다라는 게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나 자신이 제의를 거치듯 불평불만에 탐닉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바로 이런 것 때문에, 정신분석을 받는 환자들이 일반 대중에게 악명을 얻게 된 거지만요."


삼십대 중반의 필립 로스를 미국의 대표작가로 수직 상승시킨 작품이자 발간 당시 금서로까지 지정되었다는 문제작인 <포트노이의 불평>. 생각해보니 그의 작품들 중 국내 출간된 작품은 대부분 중후반부의 작품이고, 내가 읽은 그의 작품도 대부분 중후반 작품이었다. (굿바이 콜럼버스 빼고)


데뷔작인 <굿바이 콜럼버스>가 1959년 출간이고, 문제작인 <포트노이의 불평>은 1969년 출간이며, 이후 주커먼 시리즈의 시작인 <미국의 목가>는 1997년 출간인데, 약 2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길래 이렇게 내용이나 문체가 확 바뀐걸까?


개인적으로 <포트노이의 불평>은 최근에 읽은 가장 쇼킹한 작품이었지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아니다. 일단 내용 자체가 정말 쇼킹하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이런 작품을 썼다면? 출판되자마자 작품과 작가는 매장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제목 그대로 불평에 불평이 이어지고, 포트노이의 성도착증이 여과없이 그려져 있다. 저게 가능해? 저거 범죄 아니야? 이런 생각에 헛웃음만 나왔다. (재미있어서 웃은게 아니었다.)

[나는 일 년짜리도, 일년 반짜리도, 또 몇 달짜리 사랑도 해 보았어요. 부드러우면서도 관능적인 사랑이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죽음처럼 불가피한 일이에요. 시간이 지나면 욕정이 시들해져요. 결국에는 도저히 결혼으로 발을 내디딜 수 없더란 겁니다. 그런데 왜 결혼을 해야 하는 겁니까?] P.152



인상적이었던건 다른 유대인 작가의 작품과 다르게 유대인인 필립 로스가 스스로 유대인에 대해 자아비판하는 내용들이었다. 세계의 경제를 쥐고 있지만 미국에서도, 이스라엘에서도 이방인처럼 취급받는 재미 유대인이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유대인의 삶과 사고방식을 까는 모습이 통쾌하게 느껴졌다.

["네가 네 인생을 못마땅해하는 거 말이야! 왜 그러는데? 너처럼 자기 인생을 못마땅해하는 건 다 쓸데없는 짓이야. 너는 너 자신을 네 독특한 유머 감각의 표적으로 삼으면서 뭔가 특별한 쾌락,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아. 난 네가 진짜로 네 인생을 개선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지 않아. 네가 말하는 건 죄다 어떤 식으로든 비틀려 있고, 이런 식으로든 저런 식으로든 '우습게 되어버려. 하루종일 똑같아. 이런저런 소소한 방식으로 모든 게 아이러니거나 자기평가절하지. 자기평가절하 맞나?"] P.386



필립 로스에 대한 애정이 있었기에 완독했지, 만약 처음 읽는 필립 로스의 작품이었다면, 중간에 덮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필립 로스를 전작하고자 하는 분이 아니라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작품이다.


Ps 1. 필립 로스니까 이런 작품을 쓸 수 있을거란 생각이 든다.


Ps 2. 그래도 이 책에 대한 평가는 엄청나다. 다만 내 취향과 안맞는 것일뿐.

- 재미로 치자면 미국 소설 가운데 세 손가락 안에 들 작품 (시카고 선타임스)

- 이 작품을 즐기면서 조금도 죄책감을 느끼지 말기를. <호밀밭의 파수> 이래 이런 기쁨을 주는 미국 소설은 처음이다 (뉴욕 타임스)

- 이 책을 읽으면서 웃음을 터뜨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유머 감각을 잃은 것이다 (위크)

★ 타임 선정 100대 소설
★ 뉴스위크 선정 100대 명저
★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100대 영문소설
★ 가디언 선정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소설 10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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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5-23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평가의 향기가 풍기는 글이네요^^*
어느정도길래 새파랑님이 추천하고 싶지 않다고 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어떤 방식이든 할말 다하는 사람은 장수하는것 같아요ㅎㅎ

새파랑 2022-05-23 11:13   좋아요 1 | URL
서평가라니요 ㅋ 전 너무 허접해서 불가능합니다 ^^
내용이 좀 상당히 쎄고 엽기적입니다 ㅋ 저는 이렇게 썬건 안맞더라구요 ~!!

잠자냥 2022-05-23 1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이 책 때문에 필립 로스를 싫어하게 되어서 여태 극복 못하고 있답니다.

새파랑 2022-05-23 12:2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안읽으셨더라면 좋았을텐데 아쉽네요 ㅜㅜ 이 책은 극호 극불호로 나뉠거 같아요 😅

얄라알라 2022-05-23 11: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필립로스, 자동 완성 단어처럼 바로 떠오릅니다. ^^

새파랑 2022-05-23 12:26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 이 책을 읽고 애증의 필립 로스가 되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5-23 1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얼마나 쇼킹하면~~
그래도 평단의 평가는 좋은데요.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으니 일단 필립 로스의 다른 작품 먼저 읽고 젤 나중에 읽어보는걸로요^^

새파랑 2022-05-23 18:17   좋아요 1 | URL
이 책 페넬로페님은 절대 좋아하실 수 없는 책입니다. 좀 많이 안맞으실거 같아요 😅 사실 너무 쇼킹해서 평단의 평가가 좋은거 같아요 ㅋ

coolcat329 2022-05-23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은 초기 작품인가보네요. 근데 얼마나 파격적인 내용이면 출간 당시 금서로 지정됐을까요.
필립 로스 팬이라서 읽었다~부럽네요 😁

새파랑 2022-05-23 18:33   좋아요 2 | URL
아마 제가 이 책을 필립 로스의 첫번째 책으로 읽었다면 그냥 버렸을겁니다 ㅋ

그레이스 2022-05-23 21: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필립 로스니까....^^

새파랑 2022-05-24 08:38   좋아요 2 | URL
애증의 필립로스입니다 ㅋ 이제 남은 읽을 책중에 좋은게 있을지 의문입니다 ㅜㅜ

독서괭 2022-05-27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필립로스 애정하시는 새파랑님에게도 별셋을 받는 작품이라니... 안 읽는 편이 좋겠네요^^; 혹시 작가에게도 약간 묻어버리고 싶은 작품..?

새파랑 2022-05-27 06:25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은 이 책을 읽으시면 필립 로스를 엄청 싫어하시게 될겁니다 ㅋ 좀 많이 그렇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