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평점 :
N22046
"넌 슬픔을 쫓는 사람이야? 아니면 그냥 그 책이 좋은 거야?"
인생을 살다보면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순간이 있다. 몰랐으면 했던 사실이 다소 충격적인 것이라면 우리는 그 충격을 극복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그 충격은 완전히 사라지지도 않는다.
<우린 괜찮아>의 주인공인 "마린" 역시 차리리 몰랐으면 했던 사실을 마주하고 나서 큰 충격을 받은 20대 소녀다. 어린시절에 바닷가에서 어머니의 실종사고를 경험한 그녀는 이후 외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그녀에게 있어서 어머니의 상실은 큰 충격이었겠지만, 자식을 잃은 외할아버지 역시 큰 충격일 수 밖에 없었다.
[파도를 타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면, 바다가 냉혹할 뿐 아니라 자신보다 수백만 배 강하다는 걸 알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거기서 살아남을 정도로 노련하고 용감한 불사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가 보다. 항상 누군가는 죽는다. 단지 누가, 언제 죽느냐의 문제일 뿐.] P.43
외할아버지 밑에서 "마린"은 나름 행복하게 살아간다. 외할아버지와는 서로의 침실을 들여다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하며 잘살아간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엄마에 대한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에 대한 물건 역시 남아있는게 없었다. 엄마라는 대상이 서로에게 아픈 기억을 서로에게 떠올리기 때문에 없었던 일처럼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마린"은 외로움을 느끼고, 이러한 아픔을 극복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다.
["하루를 마치면 그걸로 잊어라. 너는 네 할 일을 했다. 약간의 실수와 어리석음은 피할 수 없었다. 최대한 빨리 그것들을 잊어라."] P.50
그래도 그녀에게는 "메이블"이라는 친한 친구가 있다. "마린"은 "메이블"과 자매처럼 다정하게지내고, 그러한 친밀감은 더 깊어져 서로는 친구 이상의 관계와 감정을 갖게 된다. "마린"은 "메이블"이 있기에 그렇게 외롭지 않았다.
[메이블이 말한다. "아무 걱정 마."
메이블이 말한다. "약속할게."
메이블이 말한다. 나도 사랑해."] P.50
할아버지도 나름의 외로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는 "버디 할머니"라는 여자친구가 있었고, 할머니와 계속적으로 편지를 주고 받는다. 할머니는 귀엽게도 자신이 젊은 시절 입었던 예쁜 드레스도 할아버지에게 보낸다. 그런데 특이하게 단 한번도 만난 적은 없단다. "마린"은 만약 자신이 없었다면 할아버지는 "버디 할머니"를 만나러 갖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로맨틱한 감정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지. 버디가 보낸 드레스도 그렇고,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에게 아주 깊은 유대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어. 그렇게 되면 로맨스는 하찮아질 뿐이야. 그건 결코 육체적인 감정이 아니란다. 영혼의 감정이지. 그건 한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감정이야.] P.149
그런데 또한번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교 입학이 얼마 안남은 시기였던 그때, 집에 와보니 할아버지가 없었다. 전날에 왠지 이상함을 느꼈던 "마린"은 할아버지에게 어떤 사고가 일어났음을 예감을 한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할아버지의 지인들이 대신 경찰에 신고를 해준다. 그리고 "마린"은 그동안 한번도 들어가보지 않은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마린"은 왜 그동안 할아버지의 방에 들어가려고 안했었는지 후회한다.
[과거의 우리가 현재의 우리를 흘긋 본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P.226
바닷가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바닷가로 들어가는걸 봤다는 목격담이 나오지만 할아버지가 발견된 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할아버지 방에서 본 것들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은 "마린"은 살고 있던 집을 무작정 떠난다. 그리고 아직 입학이 몇일 남아 있지만, 자신이 입학할 학교가 있는 뉴욕으로 무작정 떠나 버린다. 가장 친한 친구였던 "메이블"을 포함한 누구와의 연락도 끊고 살아간다. 도대체 어떤 충격적인 사실이 있었기에 그녀는 과거를 모두 지우려 했던 걸까?
[할아버지가 나를 단 한 순간도 사랑하지 않았을까 봐 두려웠다.] P.253
하지만 "마린"을 진정으로 아꼈던 "메이블"은 그녀의 연락 두절에도 불구하고 "마린"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메이블"은 겨울방학이 시작하는 날, 아무 곳에도 갈 곳이 없었던 "마린"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방학동안 그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 위해 "마린"이 다니는 학교 기숙사를 찾아간다.
[나는 왜 그렇게 하겠다고 하지 않을까? 나는 왜 그들에게로 날아가서 그때 사라져 버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들의 용서를 받고, 문에 내 이름을 써놓은 방의 침대에서 자지 않을까?] P.129
그동안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고, 오랜만에 만나는 "메이블"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마린", 하지만 그녀는 "메이블"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조금씩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과거의 충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경험한 충격적인 사실을 "메이블"에게 털어놓게 된다. 과연 그녀는 과거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당신에 대해 나는 아주 묘한 감정을 갖고 있어요. 마치 내 왼쪽갈비뼈 아래 어딘가에 끈이 묶여 있어서 당신 몸속에 있는 그와 비슷한 끈과 단단히 묶인 것 같아요. 당신이 떠난다면 그 끈은 끊어지겠죠. 그러면 내 안에서 피가 흐를 것만 같아요."] P.272
2018 프린츠상 수상작이자 미국 청소년 권장도서인 <우린 괜찮아>는 사춘기를 지나 이제 성인이 되려는 순간 가족을 모두 잃고 방황하는 "마린"의 마음 치유기를 다룬 소설이다.
어린시절 부모님을 잃고, 그런 부모님을 마음속으로는 애타게 그리워하지만 결코 밖으로 표현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소녀의 마음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누구나 가까운 사람을 상실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꼭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 아니더라도, 친했거나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 역시 우리에게 큰 상실감을 주기도 한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그 상실감에 빠져 있을수는 없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상실감을 극복해야 한다. 언제까지 우울한 과거에 매달려서는 제대로 살 수 없으니까.
"마린" 과 "메이블"의 관계처럼 내가 힘들때 나를 위로해 줄 단 한사람이라도 있다는 건 구원받는 일이다. 반대로 타인이 힘들 때 내가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주변사람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