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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평점 :
N22013
프랑스 파리의 한 장소에서 두 사람이 만나 첫 눈에 사랑에 빠진다. 둘은 누구보다 뜨거웠고 함께 있는 순간만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그리는 미래는 달랐다. 20대 초반의 미국인 대학원생 남자 "샘"은 그녀와 함께 하는 미래를 꿈꾸었고, 30대 중반의 프랑스인 작가이자 유부녀인 "이자벨"은 단지 남자에게 자신의 작업실에서 오후 시간만을 할애할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 <오후의 이자벨> 이다)
["자네는 여자가 제시하는 규칙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돼, 규칙을 잘 지키면 상처받을 일은 없어. 그런 관계에서 남자가 상대 여자에게 사랑을 바라는 건 욕심이라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 P.45
남자는 그녀를 너무 사랑했기에 처음에는 오후 시간만 만날 수 있는 조건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녀를 더욱 차지하고 싶었던 그는 그녀의 생활을 궁금해 하고, 그녀와 더 많은 시간과 장소에서 함께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상생활에 그가 들어와서 혼란을 주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사랑은 이렇게 잠깐씩 보는게 더 맞고, 더 좋다고 한다.
[친절은 나와 거리가 멀어, 파리에서 지내는 건 자네의 생에서 마지막으로 맛보는 자유가 될 거야. 결국 자네도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미국인들처럼 삶에 순응하기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서 살게 될 테니까.] P.50
남자는 파리에서의 여행을 끝내고 미국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로스쿨에 입학하여 바쁜 나날을 보낸다. 아직까지 마음속에서 그녀를 털어 낼 수 없었던 그는 그녀와 팩스를 계속 주고 받으면서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간다.
[왜 우리는 늘 소유하지 않을 걸 가지려고 할까? 왜 우리는 오래도록 애써서 뭔가를 손에 넣게 되면 금세 질려할까?] P.97
하지만 그녀와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녀에 대한 생각이 조금씩 줄어들게 된다. 그리고 남자는 자신과 같은 변호사 일을 하는"레베카"라는 여자를 알게 되고, 그녀에게 호감을 느끼고 그녀와 가까워질 수록 이제 자신도 결혼을 하고 안정된 생활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미래? 사랑에 빠지면 눈앞에 있는 현실만 생각할 수 없게 된다. 필사적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할 미래를 꿈꾸게 된다. 실현 불가능한 미래에 대해 끝없이 집착하게 된다.] P.234
"레바카"와의 결혼을 고민하던 찰나에 갑작스럽게 "이자벨"이 남편과 함께 미국에 오게 된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과 함께 살자는 제안을 한다. 그 남자 "샘"이 항상 꿈꿔왔던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그녀가 먼저 제안한 것이다. 그는 이상의 "이자벨"이냐, 현실의 "레베카"냐를 사이에 두고 고민을 한다.하지만 그는 "이자벨"과의 삶을 밝게 그릴 수 없었기에, 그리고 현실을 생각해야 했기에 "레베카"를 선택한다. 그리고 팩스로 그녀에게 자신은 곧 결혼한다는 말을 보낸다.
[“나는 그동안 모험 대신 안전한 길만 택해왔어. 10년 뒤, 더 나이가 많아졌을 때 왜 마음 가는 대로 따르지 않았는지 후회하게 될까 봐.”] P.234
신혼 초 "샘"과 "레베카"는 행복하게 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둘 사이의 갈등이 등장하고, 어렵게 얻은 아들이 청각까지 잃게되는 사고도 겪게 된다. 알콜 중독에 빠진 "레베카"와의 더이상 정상적인 결혼생활이 불가능해진 "샘"과 "레베카"는 결국 이혼한다. 만약 "샘"이 "레베카"가 아닌 "이자벨"을 선택했더라면 그가 상상하던 미래를 만날 수 있었을까?
[인간은 얼마나 단순하면서 복잡한가? 어느 누구도 타인을 알수 없다는 말은 얼마나 잔인한 진실인가? 갈망하던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최면에 빠지게 한 사랑이 실패로 돌아갔을 때 우리는 얼마나 큰 상처를 받는가?] P.334
"샘"은 "레베카"와 이혼 한 후 프랑스 파리 지사로 가서 그녀와의 재회를 한다. 그리고 다시 예전처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 함께 할 수는 없이 '오후의 이자벨"로만 만날 수 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자벨"의 가족에게 사고들이 발생하여 둘은 그것을 계기로 다투게 되고, "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 과거의 반복이며 결코 완전하게 가까워 질 수 없었던 둘의 관계. 이제 나이가 많은 그들에게 세번째 재회의 순간이 올까?
[나는 당신이라는 사람을 완전히 알 수 없을 거야. 당신도 나라는 사람을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 인생의 가장 큰 미스터리 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야. 인생의 가장 큰 미스터리는자기 자신이야.] P.438
우리는 언제나 순간의 선택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한 책임도 본인이 질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후회해도 돌이킬 수는 없다. 그리고 어쩌면 미래의 그 후회는 과거에 갈 수 있었던 또다른 선택의 아쉬움이 만든 것일수도 있다.
우연한 계기로 읽게 된 책이었지만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이야기의 흡입력이 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었다. 가끔 어려운 고전을 읽다가 이렇게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재미있는 작품을 읽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인과 미국인의 사랑에 대한 관점의 차이와 현실 앞에서 사랑을 포기해야 했던 두 남녀의 선택과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프랑스의 자유연애는 다소 적응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