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이해할 수 없는 것에 강한 인상을 받는다. 그 속에는 아마 우리에게 이로운 것이 감추어져 있을 것이다. 논리적인 생각이다.˝


<그로칼랭>은 ˝로맹가리˝와 ˝에밀아자르˝가 동일 인물인지 몰랐다면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고 속을 수 밖에 없는 작품이었다. (그로칼랭은 ‘열렬한 포옹‘ 이라는 뜻이다.)


도시속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쿠쟁˝, 그에게 사람은 어렵고 사랑은 더 어렵다.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은 입안에서 맴돌고, 공상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용기내어 말을 건네고, 마음을 고백해 보지만 그에게 돌아오는건 냉소와 거절 뿐이었다.


그에게 유일한 위안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2미터가 넘는 거대한 비단뱀 ˝그로칼랭˝. 아무 조건없이 ˝쿠쟁˝을 좋아해주는 ˝그로칼랭˝과 함께 있을때에만 그는 행복을 느낀다.

[사람은 온전히 자기 입장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자기 입장에 있을 뿐더러, 곧 불안과 마주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감이라는 방법을 통해 다른 이의 입장이 될 수는 있다.]  P.98



그러나 자신의 전부인 ˝그로칼랭˝을 동물원에 보내고 난 후 그는 큰 상실감을 느낀다. 결국 ˝그로칼랭˝에 점점 동화되면서 그의 정신분열은 극대화된다. 외로운 대도시 한복판에서 그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 작품의 이야기는 절대 우울하지 않다. 오히려 기묘하고 유쾌하며, 예측불가능한 ˝쿠쟁˝과 ˝그로칼랭˝의 행동은 책을 읽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하지만 이러한 장면들이 오히려 ˝쿠쟁˝과 같은 사람이 가지는 외로움의 선명함을 더해준다. 왜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고독을 느끼는 걸까?


문장들은 생동감이 넘치고, 내용은 더없이 독창적인 <그로칼랭>, 나는 이 작품을 읽고나서 ˝로맹 가리˝는 문학의 천재라는 생각을 했다.



Ps.  지금까지 ˝로맹 가리(에밀 아자르)의 작품은 총 다섯편을 읽었는데(생각보다 얼마 안읽었다) 다 좋았고 작품마다 색깔이 뚜렷함을 느꼈다.

가장 독창적인 작품 : 그로칼랭
가장 감동적인 작품 : 자기만의 생
가장 좋아하는 작품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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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12-15 1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 주말에 인천에 갔다가 로맹 가리
의 <그로 칼랭>을 데리고 왔답니다.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나름 제가 전작하는 작가라 애정 뿜뿜!~

새파랑 2021-12-15 11:53   좋아요 3 | URL
재독이시군요~! 레삭매냐의 전작 작가라니 왠지 제가 뿌듯하네요. <그로칼랭> 왠지 B급 감성도 느껴지면서도 재미있더라구요 ^^

청아 2021-12-15 12: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벌써 5권이나 읽으셨군요! 그로칼랭이 ‘열렬한 포옹‘의 의미라니 로멘틱했는데 비단뱀!!ㅋㅋㅋ로맹가리의 재치는 정말 놀랍네요. 발췌문도 👍

새파랑 2021-12-15 12:13   좋아요 3 | URL
이 책의 주인공인 ˝쿠쟁˝이 비단뱀을 안고 자요 ^^ 책을 정신없이 읽는다고 밑줄도 별로 못그었어요 ㅋ 갠적으로는 유쾌한 책이었습니다~!

미미님 집에 로맹가리 모든 작품이 있을거 같아요 ㅋ

청아 2021-12-15 12:20   좋아요 3 | URL
거의 다 있어요ㅋㅋㅋ✌

페넬로페 2021-12-15 13: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첫 구절!
제가 죽어도 생각지도 못한 의미입니다.
전율!
그래서 저는 죽을때까지 책을 읽고 배워야하나봐요~~
독창적이고 유쾌한 이 작품,
꼭 읽어야겠어요^^

새파랑 2021-12-15 14:19   좋아요 4 | URL
리뷰를 잘 써보려고 했는데 점심시간에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어서 좀 짧게 썼어요 ^^ 문장들이 다 감탄이 나오고 정말 독특합니다~!!

프레이야 2021-12-15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 님 이제 로맹 가리인가요.
완전 응원합니다. 그로칼랭은 읽지 않은 작품인데 가장 독창적이고 유쾌하다고 하시니 어여 영접해야겠어요ㅎㅎ 바로 주문했어요 중고로.

새파랑 2021-12-15 14:20   좋아요 5 | URL
요새 로맹 가리, 필립 로스, 에밀 졸라, 소세키, 사강 책을 한권씩 돌아가면서 읽고 있어요 ^^ 완전 유쾌합니다 ㅋ <자기앞의 생> 유머버젼 이에요~!!

독서괭 2021-12-15 14: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자기앞의 생에도 꽤 유머러스한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훨씬 유쾌하다니 읽어보고 싶네요! 새들은 페루~는 예전에 있었는데 어디갔나..😨

새파랑 2021-12-15 16:28   좋아요 4 | URL
이 책은 읽다가 중간에 이게 뭐야? 이러실수도 있으니 참고하세요 ^^ 웃긴데 좀 엽기적인? ㅎㅎ 약간 안맞는 부분도 있을거에요~!!

coolcat329 2021-12-15 1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 꾸준히 돌아가며 전작읽기 도전하시는 모습 정말 멋집니다. 로맹 가리 페루 하나도 기억안나는데 이것도 다시 읽어야겠어요. ㅠ

새파랑 2021-12-15 16:29   좋아요 2 | URL
차라리 한 작가 책만 몰아서 읽을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 페루는 그 분위가가 너무 좋았어요~!!

mini74 2021-12-15 15: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외로움의 선명함. 이 문장이 마음에 콕 와닿습니다 ㅎㅎ 가장 독창적이라니 !! 전 자기만의 생과 페루만 읽었어요. 그로칼랭 기억해두지요. 1월에 보자 그로칼랭 ㅎㅎㅎ

새파랑 2021-12-15 16:30   좋아요 4 | URL
외로움의 선명함은 제가 창작(?)한 말입니다 ㅋ 그런데 어딘가에 이런 말을 쓴 책이 있겠죠? 이책 미니님 스타일일듯 ^^

희선 2021-12-16 0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이야기 본 적 있어요 그로칼랭 뜻은 이번에 알았네요 사람과 사람은 어렵기는 하죠 동물은 사람과 다르기도 하고, 그게 비단뱀이라니... 그렇게라도 덜 쓸쓸했다면 괜찮은 거 아닌가 싶은데 동물원에 보내고 쿠쟁이 이상해지는군요


희선

새파랑 2021-12-16 06:39   좋아요 3 | URL
2미터가 넘는 비단뱀하고 같이 살고, 그걸 가지고 밖에 돌아다니고 하는 설정이 너무 유쾌했어요. 사람보다 더 마음을 주는 비단뱀이라니 ^^

고양이라디오 2021-12-17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기 앞의 생> 정말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로맹 가리씨 작품을 더 만나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12-17 10:55   좋아요 1 | URL
<자기앞의 생>은 정말 명작인거 같아요. 로맹가리는 글 잘쓰시는분~!! 다른 작품도 꼭 읽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