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시피씨의 결혼 서문문고 178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 서문당 / 197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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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여자가 정직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불행하기 때문에 사랑해, 되찾은 양으로서가 아니라, 길을 잃은 양으로서 사랑한단 말이오."


그동안 희곡 읽기를 소홀히 했다는 기분이 들어서 주말에 선택한 책은 "뒤렌마트"의 <미시시피씨의 결혼> 이었다. 금방 읽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머리속에 계속 <미국의 목가> 리뷰를 어떻게 쓸지에 대한 고민이 섞여서 그랬나 보다.


"뒤렌마트"야 워낙 유명한 희곡 작가이고,  민음사에서 출판된 그의 작품 <뒤렌마트 희곡선>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다보니 이 작품집도 많은 기대를 갖고 읽었다.


이 작품집에는 <미시시피 씨의 결혼>, <로물루스 대제> 두편의 작품이 포함되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미시시피 씨의 결혼>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로물루스 대제>는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로물루스 대제>의 경우 서로마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로물루스 아우구스트스"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각색한 작품인데, 아무래도 역사적 지식이 짧다 보니 나에게는 좀 공감이 힘든 부분이 있었다.


<미시시피 씨의 결혼>은 행복한 결혼 이야기가 아닌 부부간의 배반을 다룬 작품이다. "아나스타샤"의 남편인 설탕공장의 주인 "프랑수아"는 어느날 심장바비로 갑작스럽게 죽게 된다. 그의 장례를 치루고 난 후 어느 날 "미시시피"라는 검사가 찾아오게 되고, 남편의 죽음에 대해 추궁하게 된다.


사실 "프랑수아"는 아내인 "아나스타샤"의 독약에 의해 살해된 것이었고, 표면적인 살해의 이유는 남편이 바람을 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모두 알고 그녀를 방문한 "미시시피"는 그녀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자기와 결혼해 달라고.


알고보니 "프랑수아"가 바람을 핀 상대는 바로 "미시시피"의 아내였고, "미시시피" 역시 바람을 핀 자신의 아내를 독약으로 살해했던 것이다. 하지만 "미시시피"는 자신의 살해는 윤리적인 판단에 의한 처형이었다는 괴변을 늘어놓는다.

[부인은 무서운 충동에 못 이겨 살인을 했지만 나는 윤리적인 판단에 의해 살인을 한 거요. 부인은 남편을 살해한 것이지만, 나는 내 아내를 처형한 것이오.]  P.34



결국 "미시시피"의 반강제적인 협박에 못이겨 "아나스타샤"는 그와 결혼을 하게 되고, 이후 외줄을 타는 것과 같은 긴장감이 가득한 결혼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과연 "미시시피"와 "아나스타샤"가 숨기고 있는 또다른 것은 무었일까? 작품을 읽어갈 수록 그들의 원래 모습과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과연 결혼이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인간의 내면에 감추어진 본래의 모습은 실제와 얼마나 이율배반적인지를 느끼게 된다.


"미시시피"는 작품의 결말 부분에서 사람은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고 주장하였으나, 모든 걸 단정지을 수는 없는 법이다. 어떤 사람은 죽으면서까지도 진실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여자는 나의 전 세계였네. 내 결혼은 무서운 실험이었네. 나는 세계를 얻으려고 싸웠고, 승리했네. 사람은 죽으면서까지 거짓말은 못하는 법이야.]  P.124



사랑과 복수, 그리고 진실과 거짓과 관련된 인간의 모순에 대해 적나라하고 그리는 작품인 <미시시피씨의 결혼>, 재미있고 풍자적인 희곡 작품을 읽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이었다.

장바구니에 있는 다른 희곡작품도 읽어봐야 겠다. 이제 집에 안읽은 희곡 작품이 <마리안의 변덕> 딱 한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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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14 2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
주말 왼 .🖐 3리뷰 ^^

새파랑 2021-11-14 23:08   좋아요 4 | URL
왼손도 쓰다보면 잘 됩니다 ㅋ 앗 오늘 생각해보니 세편의 글을 썼네요 😅 이제 다른 책으로 ㅎㅎ

페넬로페 2021-11-14 23: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왼손으로 3 리뷰 쓰기~~
이것이 실화인가?
뒤렌마트의 희곡도 좋을것 같아요.
제목에 미시시피가 들어 있는 영화도 있는데 내용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새파랑 2021-11-15 00:17   좋아요 4 | URL
이건 블루투스 키보드로 썼습니다. 왼손 엄지손가락 ㅋ 처음 접하시면 이 책 보다는 민음사의 <뒤렌마트 희곡선> 추천드려요~!!

미시시피는river 아닌가요? 😅

mini74 2021-11-15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기요 혹시 천수관음 아니신가요 ㅎㅎ 새파랑님 👍

scott 2021-11-15 00:14   좋아요 3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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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님은 AI북플계 황금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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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15 00:17   좋아요 3 | URL
천수관음이 뭔지 잘 몰라서 일단 찾아보겠습니다 😅

새파랑 2021-11-15 00:19   좋아요 3 | URL
아 ㅋ 손이 천개 군요 🤣

미미 2021-11-15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번째 이야기가 더 재밌었는데 철학적이기도 하고요. 거의 콩트처럼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ㅎㅎ 새파랑님 글 하루 3개? 왼손투혼에 부끄러워지네요. (人 •͈ᴗ•͈✿ฺ)👍👍

새파랑 2021-11-15 11:45   좋아요 2 | URL
역시 역사 철학 전문가 미미님 👍👍 밀린 글을 몰아서 쓴거였어요 ^^
미미님 항상 응원하고 있습니다~!!

coolcat329 2021-11-15 14: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희곡읽기를 게을리 했다...이 부분에서 헉! 했습니다.ㅠ
진짜 천수관음이신데요...ㅋ

새파랑 2021-11-15 16:28   좋아요 0 | URL
정말 희곡에 약간 관심이 줄어들어서요 😅 천수관음처럼 양손에 책을 들고 열심히 읽겠습니다~!!

희선 2021-11-16 0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미시시피 씨 무섭네요 자기 아내를 죽이고 자기 남편을 죽인 사람과 결혼하자고 하다니... 그렇게 하는 결혼이 좋을지, 별로 안 좋을 것 같은데... 아나스타샤 힘들었겠습니다 남편을 죽이기는 했지만, 안됐다는 생각도 듭니다


희선

새파랑 2021-11-16 08:00   좋아요 2 | URL
그런데 읽다보면 아나스타샤가 더 무서워요 😅 희곡의 반전? 재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