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좋은 마음이었다면 잊을리가 없으니까, 어쩌면 그 사람에게만큼은 처음부터 은혜에 보답할 만한 사랑이 생겨나지 않았는지도 몰라.˝


북플의 ˝소세키˝ 열풍에 힘입어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를 읽었다. 이 작품은 90퍼센트 ˝소세키˝의 자서전과 같은 작품이다. 어떻게 그가 성장했는지, 어떻게 그가 인간관계에서 아픔을 겪었는지, 어떻게 그가 작가가 되었는지가 너무 자세히 그려져 있다. 책을 읽으면서 너무 사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었는데, 다 읽고 해설을 읽으니 그의 성장배경이 책의 내용과 거의 일치한다고 한다. 이렇게 자신과 자신의 주변 인물을 있는 그대로 써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에르노˝나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작품을 읽을때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에도 그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약간 방향(?)이 다른 충격이긴 하지만.


영국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일본에서 학자로 살아가는 주인공 ˝겐조˝, 그는 학문과 독서에만 매달리지만, 가정에는 무관심하고 지나치게 가부장적이며, 부유하지도 않고 물질적인 욕심도 없으며, 모든 인간관계에 있어서 냉소적이다. 특히 아내인 ˝오스미˝와의 심리적인 간극은 그의 정신적 동요를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그의 냉소적인 성격 형성에는 어린시절 그를 둘러싼 친부와 양부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 그의 친부는 막내아들 ˝겐조˝를 ˝시마다˝라는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고, ˝겐조˝는 ˝시마다˝의 집안에서 곱게 자란다. 하지만 ˝겐조˝는 자라면서 이에 대한 불편함을 느끼고, 양부의 예정이 결코 순수한 목적만을 가진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부부는 겐조를 귀여워했다. 하지만 그 애정 속에는 이상한 보상심리가 있었다. 돈의 힘으로 아름다운 여자를 첩으로 둔 사람이 그 여자가 좋아하는 것은 뭐든지 사주는 것처럼 시마다 부부는 애정 그 자체를 목적으로 행동하지 못하고 그저 겐조의 환심을 얻기 위해 친절을 보였다. 그들은 그 불순함 때문에 벌을 받았다. 그러나 자신들은 그사실을 알지 못했다.]  P.114


그러던 어느날 양부인 ˝시마다˝는 바람이 나서 양모와 이혼하게 되고, 결국 친부에게로 파양되게 된다. 버려지고, 버려져서 다시 생가로 돌아왔지만, 이러한 과정은 그에게 큰 상처였음이 틀림없다.

이후 ˝겐조˝는 결혼을 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돌아온 이후 평범하고 가난한 학자의 삶을 살아가나, 우연히 만난 그의 양부 ˝시마다˝와 그의 귀국을 알게 된 양모 ˝오쓰네˝는 자신들의 궁핍과 어린시절 자신들이 키워준 핑계로 ˝겐조˝에게 금전을 요구한다. 그들 눈에는 유학을 마치고 온 ˝겐조˝가 많이 부유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학자인 ˝겐조˝는 그들에게 줄 돈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존심 때문인지, 연민 때문인지 그들을 매몰차게 거절하지는 못한다.

[˝집요하든 남자답지 못하는 사실은 사실이야. 설령 사실을 지워버린다 해도 감정마저 없애버릴 수는 없으니까. 그때의 내 감정은 아직 살아 있어. 지금도 살아서 어딘가에서 꿈틀거리고 있다고. 내가 없애더라도 하늘이 부활시키니까 어쩔 수 없어.˝]  P.272


버릴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그에게 달라붙는 양부의 모습에서 ˝겐조˝는 어떤 감정을 느꼈을까?  결국 돈이 없던 ˝겐조˝는 글을 써서 돈을 벌기로 마음을 먹고 글을 쓰게 되고, 이렇게 번 돈을 양부인 ˝시마다˝에게 주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이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것은 향후 그가 작가가 되는 계기가 되고, 그는 향후 일본의 대문호가 된다~!!)

[˝이 세상에 진짜로 끝나는 일이란 거의 없다고, 일단 한 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다양한 형태로 계속 변하니까 남도 나도 느끼지 못할 뿐이야.˝]  P.278



지금까지 ˝소세키˝의 작품은 이 책을 포함해서 5권을 읽었는데, 읽을때마다 느껴지는게 그의 작품은 참 잘 읽힌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재미도 있고, 여운도 많이 남고. 그는 어떤 인생을 살아왔던 걸까? 그는 어떤 눈으로 세상을 바라봤을까? 라는 궁금증이 있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Ps. 왜 제목이 <한눈팔기>인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가 학자의 길을 놔두고 돈을 벌기 위해 잠깐 소설을 쓰는 한눈을 팔았기 때문에 그렇게 지은건가? 라는 추측을 해보았다. 이후 그는 일본의 대문호가 되었기 때문에 그의 ‘한눈팔기‘는 대 성공 이었던 걸로. 가끔은 우리에게도 ‘한눈팔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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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09-26 20: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작품 속 주인공들의 모습이 그의 삶에서 보이는군요. 새파랑님 이번엔 소세키 깨기인가요 ㅎㅎ 저도 이 책 읽고싶어요. 찜 *^^*

새파랑 2021-09-26 20:16   좋아요 4 | URL
다양한 경험을 해야 글도 잘 쓰는거 같아요 ㅋ 저는 그래서 글을 못쓰는 걸로 😅 제가 소세키 책도 한번 다 읽어 보겠습니다 ^^

청아 2021-09-26 20: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도 새파랑님 추측이 맞는 것 같아요. 양부는 어쩌면 의도치않게 소세키가 대문호가 되게끔 몰아간 걸 수도 있군요. 역시 인생 새옹지마. 불행도 어쩔땐 마음먹기에 달린것 같습니다. 그의 인생이 증명하네요! 소름...한눈팔 꺼리를 좀 찾아봐야겠습니다ㅎㅎ

새파랑 2021-09-26 20:53   좋아요 4 | URL
원래 인생이라는게 한눈팔다가 어떻게 잘 풀리고 그러는거 아닐까요? 😆 미미님은 한눈팔기에는 읽으시는 책이 워낙 많으셔서 😅

그레이스 2021-09-26 21: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한눈팔기를 안읽었으므로 새파랑님의 소세키 읽기를 응원하는 댓글만 답니다~^^

새파랑 2021-09-26 22:04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은 순서대로 읽는거 같아요 ㅋ 전 일단 사논 책 먼저 읽겠습니다^^

붕붕툐툐 2021-09-26 2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파랑님의 한눈팔기는 어디일까 궁금합니다! 저는 소세키 책이 안 읽혔던 기억이 있어서 선뜻 다시 시작은 안되지만, 현암사 전집은 제 취향~😍

새파랑 2021-09-26 22:05   좋아요 2 | URL
저의 한눈팔기는 책? 😆 툐툐님의 한눈팔기는 명상과 등산일듯 ^^

scott 2021-09-26 22:12   좋아요 1 | URL
툐툐님 한 눈 팔기는
요기 우리들 서재방 ㅋㅋㅋ

새파랑 2021-09-26 22:24   좋아요 0 | URL
스콧님은 한눈팔새 없이 오직 책과 클래식과 브런치~!!

막시무스 2021-09-26 2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혹시 소세키 전작하신려는 건가요?ㅎ 한 작가 깊이 읽기 대단하시네요!

scott 2021-09-26 21:32   좋아요 3 | URL
하신다에 한표 .🖐 ^ㅅ^

새파랑 2021-09-26 22:06   좋아요 2 | URL
그냥 냅다 읽는 거지 깊이는 제로 입니다 😅

페넬로페 2021-09-26 22:0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나쓰메 소세키 작가가 어린시절 그런 이유로 불행을 겪은것 같기도 하지만
아마 그래서 더 감수성이 뛰어나 작가의 길로 들어설 수 있었던것 같아요.
소세키의 문, 다음으로 읽을 예정입니다.

새파랑 2021-09-26 22:11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이랑 그레이스님이랑 같이 소세키 읽기에 제가 동참한거 같아요 ^^ 전 지금 산시로랑 한눈팔기 두권 가지고 있는데 저는 이 책을 읽으려고 합니다 ㅎㅎ 소세키의 감수성 너무 부러워요 ^^

scott 2021-09-26 22: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작품에 빠지지 않는 [돈]의 문제!

이작품 백년전의 작품이지만 굉장히 현실적이고 속물적인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죠.
지금 읽어도 전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

새파랑님 다음주 부터 다시 희곡 읽기 시작 하신다에
한눈!🤲

새파랑 2021-09-26 22:25   좋아요 1 | URL
희곡 ㅜㅜ 이번주 희곡을 못읽었네요 ㅠㅠ 내일은 일단 희곡 읽기로 ^^

오거서 2021-09-26 2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한눈팔기는 생물학의 돌연변이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성공하면 대대손손 생존에 큰 도움이 되지만 실패하면 죽음을 초래하기도 하고요. 자연이 평온해 보여도 생명체가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 받는 환경. 진화 과정에서 생존에 성공한 인류는 변화를 꾀하는 유전자를 남긴 것 같고 후손인 우리들은 매일 한눈팔기를 시도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에요. ^^

새파랑 2021-09-26 22:27   좋아요 2 | URL
오거서님의 한눈팔기는 왠지 심오하게 다가오네요 😅
한눈팔기 = 변화추구 라고 보면 되겠죠?? 좋은 방향의 한눈팔기는 좋은 걸로~!!

오거서 2021-09-26 22:45   좋아요 2 | URL
저가 철학적 기초가 부족한 편이라서 심오까지는 아니구요. 한눈팔기가 본능 같은 느낌 아니면 생존 기술 같다는 것을 좀 그럴 듯하게 표현해 본 거에요 ㅎㅎㅎ 좋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희선 2021-09-27 0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눈팔기가 아주 안 좋은 건 아니겠지요 소세키 부모는 나이가 많아서 할머니 할아버지로 생각했다고도 하더군요 나중에 부모라는 거 알고 놀랐다고 하던데... 친척이라 해도 부모가 아닌 사람과 사는 건 별로 안 좋겠습니다


희선

새파랑 2021-09-27 06:43   좋아요 0 | URL
해설을 보니 자식이 많아서 입양을 보냈다고 하더라구요. 친부모의 애정도 그렇게 없었던거 같고. 어떻게 보면 외로웠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