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만 듣고, 리뷰만 봤던 고골의 단편집 읽는 중. 완전 재미있다. 역시 나는 러시아 작품이 좋다.






<코>

그는 손가락을 집어넣어 그 물체를 끄집어냈다. 코잖아! 이반 야코블레비치의 팔이 축 늘어졌다. 그는 눈을 비비고 다시 만져보았다. 코야, 정말 코야! 게다가 누군가 아는 사람의 코 같았다. 이반 야코블레비치의 얼굴에 공포가 어렸다. 하지만 이 공포도 그의 아내의 격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 코 ㅋㅋ) - P38

코발료프는 기지개를 켜고 책상에 세워놓을 수 있는 작은 거울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어제 저녁에 콧잔등에 솟아난 뾰루지가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있어야 할 코는 온데간데 없고 얼굴은 그저 편평하기만 한 게 아닌가! 놀란 코발료프는 물을 가져오게 해서 수건으로 눈을 닦아보았지만, 코는 정말 보이지 않았다. 자신이 자고 있는게 아닌지 손으로 더듬더듬 만져보았는데 꿈은 아닌 것 같았다. 8등관 코발료프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흔들어보았지만 코는 없었다. 그는 바로 옷을 가져오게 하여 입고는 경찰부장에게 직행했다. - P42

코는 커다란 깃을 높게 세운, 금실로 재봉된 제복과 영양 가죽으로 만든 바지를 입고, 허리에는 장검을 차고 있었다. 모자의 깃털 장식으로 보아 그가 5등 문관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그는 누군가를 방문할 모양이었다. 그는 좌우를 둘러보고는 마부에게 "마차를 이리 대"라고 소리 치더니, 그걸 타고 떠나버렸다.

(코에게도 계급이 매겨지는 이 아이러니란...) - P45

"당신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제가 보기에 모든 문제는 명백히 보입니다만....정 당신이 그러시다면......, 그러니까 당신은 제 코란 말입니다!" - P46

"세상에서 돈보다 더 훌륭한 건 없어. 먹을 것을 달라고 하지도 않고 공간도 조금밖에 차지하지 않으며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도 있고 떨어뜨려도 깨지지 않잖아."

(물질 만능주의에 계급사회에 대한 풍자...) - P56

"맙소사! 어떻게 이럴 수가! 왜 이런 불행을 겪어야 하는 거지? 팔이나 다리가 없다 해도 코가 없는 것보다 나을 거고, 귀가 없어도 보기는 흉하겠지만 그럭저럭 참을 만할 거야. 그런데 사람이 코가 없어서야 말이 되냐고. 새가 새가 아니고, 사람이 사람이 아닌 거지. 차라리 창문에서 뛰어내리는 게 낫지! 전쟁통에 잘렸거나 결투로 떨어져 나갔다면 할 말이라도 있을 텐데, 이건 뭐 땡전 한 푼 받은 것도 아니고, 아무 이유 없이 코가 없어졌으니...이럴 순 없는 거야, 이럴 수는"

(아 왜이리 웃기지...) - P57

그러나 세상에 오래가는 것은 없어서, 기쁨조차도 그 순간이 지나면 시들해지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더 별 볼일 없어져서 평소와 전혀 다를 바 없게 된다. 마치 돌이 물에 떨어져 생긴 파문이 결국 잔잔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코발료프는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했고, 곧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코를 찾았지만 이걸 제자리에 붙여 놓아야 했다. - P61

그러나 하나, 둘, 이것저것 고려하여 생각해 본다면, 심지어..., 하기야,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 곳이 또 어디 있겠는가? 어쨋든 간에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이야기에도 무언가 있는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세상에 이와 비슷한 사건은 일어난다. 드물지만 일어나는 법이다.

(하도 이상한 사건이 많아서 코가 없어진 이야기가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 P71

<외투>

여기서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대체로 전치사와 부사, 그리고 의미라곤 전혀 없는 조사 따위를 동원하여 사정 설명을 했다는 점을 알아둬야겠다. 설명하기 매우 곤란한 문제일 경우 그는 심지어 말을 끊지 못하는 버릇을 지닌 터라, 툭하면 "그러니까, 실은, 정말이지..."라는 말로 시작해 그 후로는 도통 무슨 애긴지 알아들을 수 없이 오리무중이었으며, 이미 모든 것을 말했다고 생각하여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조차 잊고 마는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 P85

페트로비치가 마침내 외투를 가져온 그날이 딱히...몇월, 며칠이었는지 모르겠으나, 분명한 것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일생 중에 가장 찬란한 날이었다.

(새 외투를 받은 그날은 가장 찬란한 날이었다...) - P92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새 외투가 생겼으며, 이제 ‘덮개‘는 없다는 사실이 어떻게 갑자기 청사 내에 알려졌는지는 알 길이 없다. 바로 그때 모두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새 외투를 보기 위해 경비실로 달려갔다. 그러고는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전하기 시작했다. - P94

아무런 방안도 없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중요한 인사에게 가보기로 결심했다. 이 중요한 인사의 직위가 무엇인지 아직 알려진 바는 없다. 알아둘 필요가 있는 것은 이 중요한 인사가 중요한 인사가 된 것은 얼마 되지 않은 일이며, 그전까지는 중요하지 않은 인사였다는 점이다.

(아 이런 재미있고 멋진 문장은 어떻게 쓰는 건가...) - P102

이 중요한 인사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가 벌써 쉰 살이 넘은걸 알아채지 못한 듯했다. 그가 만약 ‘젊은이‘라 불릴 수 있다 치더라도 그건 상대적인 경우인지라, 이를테면 이미 일흔 살이나 된 사람이 그런다면 있을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돈과 권력으로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 시대) - P105

비록 그의 생애 마지막일지언정, 외투는 빛나는 손님이 등장하여 짧은 순간 가련한 인생에 활기를 불어넣었지만, 황제나 세계의 정복자들에게 찾아온 그 불행이 그에게도 닥쳐온 것이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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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9-14 22: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제 러시아로 다시 돌아가셨군요!˃ᴗ˂

새파랑 2021-09-14 23:16   좋아요 2 | URL
고향에 온 기분이 듭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9-14 23: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 책 읽는 중!!! 작년에 코 보고 쉬다 어제 외투 봤어요!!!! 똑같은 펭귄판ㅎㅎ외투 너무 슬펐어요…

새파랑 2021-09-14 23:32   좋아요 2 | URL
찌찌뽕이군요~!!
코는 웃기면서 기발하고, 외투는 슬프면서 안쓰럽더라구~ 광인일기 읽는중인데 자야하는데 큰일이예요 😅

수이 2021-09-15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골은 천재로구나 하고 느낀 작품입니다 러시아 작품 좋아하시는군요 새파랑님 :)

새파랑 2021-09-15 12:13   좋아요 1 | URL
전 러시아가 왠지 친숙하더라구요 ㅋ 고골 작품 너무 좋아요 😆

scott 2021-09-15 12: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골은 현대 문학 장르의 스승이쉽니다
우리 모두 고골의 외투에서 나왔다!

새파랑 2021-09-15 13:06   좋아요 1 | URL
저도 도선생님이 말한 저 말이 너무 인상적이더라구요. 고골 작품 읽어보니 공감 ~!!

scott 2021-09-15 17:24   좋아요 1 | URL
낼 새벽!
리뷰 올리신다에 한표 !🖐ㅎㅎ

새파랑 2021-09-15 17:35   좋아요 1 | URL
오늘 저녁 약속이 있어서 가능할지 😅 감찰관 열독중입니다 ^^

서니데이 2021-09-15 2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펭귄북스네요. 전집은 서로 다른 표지지만 같은 전집류라는 디자인이 있는 것 같아요.
새파랑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9-15 21:44   좋아요 1 | URL
여러버젼이 있던데 전 팽귄으로 ㅋ 이제 집에 왔네요 ㅜㅜ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

페크pek0501 2021-09-16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투>을 읽고 슬펐어요.

새파랑 2021-09-16 11:55   좋아요 0 | URL
저도 좀 웃기면서 찡했어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