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호프가 쓴 희곡은 또 이렇게 매력이 있구나. <갈매기>는 너무 좋았다. 뜨레쁠례프의 정신적 고통이 절절히 느껴졌다.


<기념일>

쉬뿌친 : 꾸지마 니꼴라이치, 당신은 정말 알 수 없는 사람이오. 훌륭하고 멋진 사람이면서, 여자들한테는 뱃사람처럼 거칠게 구니 말이오. 정말 그렇소, 여자들을 왜 그렇게 미워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소

히린 : 저도 당신이 왜 그렇게 여자들을 좋아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 P46

히린 : 부인 어께 위에 있는 것은 머리입니까, 아닙니까?

메르추뜨끼나 : 나는 내 권리만을 바라는 겁니다. 남의 것을 원하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히란 : 부인, 어깨 위에 있는 것이 머리인지 아닌지 묻지 않았습니까? 더이상 부인하고 실랑이할 시간이 없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메르추뜨끼나 : 그려면 돈은?

히린 : 한마디로 부인 어깨 위에 있는 것은 머리가 아니라 바로 이것이로군요.

(정말 희극이다. ㅎㅎ) - P57

<갈매기>

니나 : 당신의 어머니는 괜찮아요, 두렵지 않지요. 하지만 뜨리고린 씨는...그분 앞에서 연기한다는 게 두렵고 부끄러워요...유명한 작가라서...젊으신가요?

뜨레쁠례프 : 그렇습니다.

니나 : 그분의 단편들은 정말 놀라워.

뜨레쁠레프 : (차갑게) 모릅니다. 읽지 않아서.

니나 : 당신의 희곡은 연기하기 힘들어요. 살아있는 인물이 없거든요.

뜨레블례프 : 살아있는 인물! 현실을 그대로 그려도 안되고 어떻게 돼야 한다고 묘사해도 안 됩니다. 현실을 꿈속에서 보듯 그렇게 그려야 합니다.

니나 : 당신의 희곡에는 움직임이 적어요. 낭독 같지요. 내 상각으로는 희곡에는 반드시 사랑이 담겨야 하는데...

(이러한 두 사람의 초반에 나눈 대화가 결국 결말로 이어진다.) - P73

무엇부터 시작할까요? 예를들어, 사람이 밤낮으로 달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강박 관념이 새입니다. 나에게는 그런 나만의 달이 있지요. 써야 한다, 써야 한다, 써야 한다 하는 하나의 생각이 밤낮으로 잠시도 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한 작품을 끝내자마자 곧바로 다음 작품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또 다음, 이렇게 말립니다...역마차를 갈아타듯 끊임없이 글을 씁니다. 다른 일은 생각조차 못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멋지고 화려한 것이 무엇인지 당신에게 묻고 싶군요.

(작가로써 글을 쓴다는 것의 어려움) - P100

대중들은 책을 읽으면서 <그래, 재미있고 재주도 있어...재미있기는 하지만 똘스또이에 비하면 아직 멀었어> 아니면 <괜찮은 작품이야, 하지만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이 훨씬 낫지> 합니다. 관 두껑을 덮을 때까지 계속 재미있고 재주도 있어야만 합니다. 그 이상은 없죠. 그리고 죽고 나면, 아는 사람들이 무덤 옆을 지나면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여기에 뜨리고린이 누워 있지. 괜찮은 작가였지만, 뚜르게네프보다는 못했지> - P102

이따금 사람들은 걸으면서 잠잡니다. 바로 그것처럼 지금 나는 당신과 이야기하면서도, 잠자며 그 여자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달콤하고 신비로운 꿈이 나를 사로잡았습니다...나를 그냥 놔두십시오... - P117

(갈매기를 보며) 기억나지 않는군요! 기억나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대 오른편에서 총소리가 들린다. 모두 놀란다. - P146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7-15 09: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희곡에서 희곡 얘기를 하다니 이런거 너무 좋아요! 틀을 깨는 거ㅋㅋㅋㅋ머리 위에 뭐가 있다는건지 궁금하네요. 그래도 꾹참고 저는 일단 다른 체호프 부터ㅋㅋ(๑✧◡✧๑)V

새파랑 2021-07-15 09:40   좋아요 2 | URL
미미님 체호프의 다른 책을 집에서 찾지 못하시면 이번달에 책 사시는거겠죠? 😉

미미 2021-07-15 09:42   좋아요 2 | URL
어제 못찾을거라고 장담하시길래 찾고야 말았어요ㅋㅋ다 뒤졌는데 아주 가까운 곳에 있더라구요😭

새파랑 2021-07-15 20:45   좋아요 2 | URL
앗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네요 😐 과연 7월에 책을 살건지 안살건지 흥미진진 하네요~!

scott 2021-07-16 00:58   좋아요 2 | URL
미미님 7월!
리뷰만 올리신다에 한표 ✋🤚✋🤚✋🤚✋🤚

새파랑 2021-07-16 06:39   좋아요 2 | URL
이제 더 이상 미미님께 책을 사실거라는 말을 하면 안될거 같아요. 너무 의지가 강하셔서... 그냥 몰래 사는지 안사는지 관찰만 해야겠어요 😏

미미 2021-07-16 09:23   좋아요 2 | URL
🙆‍♀️🙆‍♀️🙆‍♀️🙆‍♀️🙆‍♀️

서니데이 2021-07-15 20: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의 인물들 이름이 된소리가 많아서, 창비에서 나온 번역서 같은 느낌이예요.
열린책들도 러시아어를 그렇게 표시하는 군요.
새파랑님, 오늘도 더운 하루 잘 보내고 계신가요.
시원하고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새파랑 2021-07-15 20:46   좋아요 3 | URL
러시아 사람이름은 너무 어려운 거 같아요 ㅜㅜ 넵 에어컨 빵빵 켜고 좋은 저녁 보내세요~!!

scott 2021-07-16 01: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체호프
.역마차를 갈아타듯 끊임없이 글을 쓰다
그리 일찍 세상을 떠났네요 ㅠ.ㅠ


새파랑 2021-07-16 06:40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너무 일찍 떠났더라구요 ㅜㅜ 완전 매력적인 체호프 아저씨 😢

독서괭 2021-07-16 15: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침없이 나아가는 희곡 순례!

새파랑 2021-07-16 15:54   좋아요 1 | URL
이번주는 2편 읽었어요 ㅋ 1편만 읽었어야 하는데 😐 불금에는 뭘 읽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중입니다 😊

잠자냥 2021-07-16 16:00   좋아요 1 | URL
아아니, 불금에 술 마실 궁리가 아니라, 뭘 읽을까 고민하는 이 채콴자 0_o

독서괭 2021-07-16 16:02   좋아요 1 | URL
서로를 채콴자라 부르는 이 채콴자님들..

새파랑 2021-07-16 16:06   좋아요 1 | URL
전 아직 잠자냥님 수준의 채콴자는 아닌데요 😐 이번주에 많이 마셔서 오늘은 자제하려구요 ^^ 근데 장담은 못함....

희선 2021-07-17 0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몇해 전에 체호프 희곡 <갈매기> 영화로 만들었더군요 갈매기가 좋으셨다니... 영화는 어땠을지...


희선

새파랑 2021-07-17 08:28   좋아요 1 | URL
<갈매기>가 영화도 있나보네요. 완전 재미있을거 같아요. 찾아봐야 겠어요. 희선님도 모르시는게 없는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