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일 블루 아이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은선 옮김 / 오렌지디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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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넷플릭스에 동명의 미국 드라마가 올라가있는 소설 <페일 블루 아이>를 좋은 기회에 읽을 수 있었다. 안그래도 해당 드라마에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했다길래 언젠가 한번 몰아서 봐야겠다고 다짐하던 차였기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그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읽을 수 있는 기회를 어찌 마다할 수 있겠는가. (다만 받아들고 보니 엄청난 두께에 조금 놀라긴 했다. 얼마 전 <가장 나쁜 일>에 올렸던 리뷰처럼 요즘은 추리소설을 잘 읽진 않지만… 책을 공짜로 읽을 수 있다면 얘기는 또 다르지…☺️)



소설의 주인공 ‘랜더’는 전직 형사로서 미군의 사관학교에 벌어진 기이한 사건을 의뢰받고 조사에 착수한다. 군사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이라 함은 바로 나무에 목을 매단 어느 병사의 시체가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이상한 점은 그 시체의 발이 바닥에 닿아있었단 점과 누군가가 ‘심장을 도려냈다’는 것이었다…! 비밀 준수 의무 때문인지 다들 랜더의 사건 조사에 좀처럼 협조적이지 않을 때 ‘에드거 앨런 포’라는 생도가 나타나 그에게 이상한 말을 던진다. ‘범인은 시인이다’라고 말이다. 이를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 랜더는 포와 함께 협력하여 공동으로 수사를 진행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는 바람에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는 삼가도록 하겠다. 그러나 결말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던 반전은 그냥 ‘놀랐지?’하는 수준이 아니라 마음을 묵직하게 내려앉히는 여운을 던지는 결말이었다. 솔직히 600페이지가 넘어가는 두께의 작품인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긴장감 넘치는 건 아니다. 중간에 조금 지루한 부분들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술술 읽히는 작품이니 그 위기를 넘긴다면 깜짝 놀랄 만한 반전과 여운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나는 넷플릭스를 보러 가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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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이스트
다카야마 마코토 지음, 유라주 옮김 / 민음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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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작품을 읽게 된 데에는 조금 웃픈 비하인드가 있다. 민음사 하반기 패밀리데이 행사 때 다와다 요코의 <개 신랑 들이기>를 구입하면서 비슷한 판형과 디자인을 보고선 그녀의 다른 작품인 줄 알고 같이 구입했던 것이다. 막상 책을 받아들고 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 쓴 작품, 그것도 심지어 퀴어문학일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게다가 먼저 읽어본 <개 신랑 들이기>는 정말 나의 취향과 맞지 않는 책이어서 리뷰조차 쓰지 않았던 터라, 이 작품에 대해선 정말 ‘0’에 수렴할 정도로 아무런 기대감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지 않은가, 기대가 없으니 실망은 커녕 놀라움만 가득할 수밖에.



소설은 주인공 ‘고스케’의 아픈 과거를 본인이 스스로 톺아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고스케는 어렸을 때 여성스러운 성격 탓에 학교 폭력을 심하게 당했었고, 열 네살 때 어머니를 병으로 잃는 슬픔도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주인공은 도망치듯 그의 외딴 시골 고향으로부터 벗어나 대도시 도쿄에 상경하여 LGBTQ 커뮤니티 속에서 살아간다. 그런 고스케에게 그와 비슷한 아픔을 지닌 청년 ‘류타’를 만난다. ‘류타’ 또한 아픈 어머니의 병간호 및 병원비를 대기 위해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남들이 손가락질을 할 만한 일을 도맡아하며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고 있던 것이다.



고스케와 그의 개인 트레이너로 고용된 류타는 운동 외에도 시간을 같이 보내며 서로에 대한 마음을 키워나가지만, 어느날 류타는 고스케에게 느닷없는 이별을 통보한다. 당시에는 이유를 밝히지 않았으나, 고스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바로 류타가 하던 일이 ‘몸을 파는 일’이었던 것이다. 류타의 프로필이 등록되어있는 어플을 통해 다시금 류타를 만나게 된 고스케는 자신이 류타에게 지속적으로 얼마간의 돈을 지급할테니 그 일을 그만두고 헤어지지 말자는 제안을 건넨다. 류타 역시도 고스케를 마음에 계속 품어온 상태에서 헤어지자 말한 것이기에 고스케의 제안을 수락하며 다시금 두 사람은 사랑을 이어나간다.



(스포일러 주의)

그렇게 류타는 막노동에 뛰어들며 당당하게 고스케와 연애를 시작하는가 싶지만, 너무 무리한 탓이었을까, 결국 죽고 만다. 고스케는 자신 때문에 류타가 죽음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엄청난 죄책감과 후회에 휩싸인다. 소설의 제목이 ‘에고이스트’인 것도 이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에고이스트’란 자신의 이해득실만을 꾀하고 사회 일반의 이익이나 타인의 처지는 신경 쓰지 않는 사람, 즉 이기적인 사람을 뜻하는 말인데 고스케의 입장에서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자신의 사랑이 이어지기만을 생각해서 류타를 죽음으로 내몬 것이라는 생각을 아마 스스로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을 것이다. 그 심리가 이 작품에 너무도 애절하고 씁쓸하게 그려져있어 읽는 사람의 마음을 한없이 슬프고 무겁게 내려앉히는 여운을 던진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행동들이 어쩌면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을 소설이 너무도 절절하게 담아냈기에, 한동안 생각에 잠겨 소설의 여운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리고 고심 끝에 나는 고스케에게 이런 위로를 건네고 싶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류타 역시 고스케와의 사랑을 키워나가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선택을 것이라고, 고스케가 건넨 제안이 고스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류타 역시 제안을 기쁘게 받아들였을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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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적대지만 은밀하게 위픽
박소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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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에서 그리고 있는 ‘젊은 직장인들의 애환’이라 함은 바로, 권력과 꼰대력(?)을 모두 지니고 있는 고위 임원층과의 갈등인 것이다. 해당 작품에는 취업 박람회의 행사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이 진행되는데, 이 행사의 이름을 짓는 과정에서 본격적인 갈등이 치닫는다. 다름 아닌 회장님이 아이디어를 내는 바람에, 그 아이디어가 최악임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은 그저 좋다며 회장님이 최고라고 아양을 떨기에 바쁘고… 그렇게 말단 직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되는데… 그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는 책에서 직접 확인하길 바란다. (이곳에 그런 표현을 조금도 옮겨적고 싶지 않다.)



아직 직장에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읽었기에 다행이지, 만약 직장 생활에 찌들어있던 중에 책을 만났으면 PTSD(외상 스트레스 장애) 시달려야 했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책에는 앞선 한줄평에도 말했듯이 직장인들이 필히 겪어야 애환을 유쾌하지만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웃음과 슬픔이라는 양쪽의 극단적인 감정이 동시에 느껴지는웃프다 표현이 감상을 말하기에 가장 적확하다. 워낙 소설이 짧았기에 나의 감상도 짧게 남기도록 하겠다. 아무튼 약간의 실소 조소를 머금은 가볍게 읽을 있는 책을 찾는다면 ,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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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팔마스는 없다
오성은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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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이 소설에서 주요하게 다뤄지는 인물은 한줄평에도 언급했듯이 총 두 명이다. 마음속 깊은 곳까지 뱃사람 그 자체였던 ‘심만호 선장’과 뱃일이 맞지 않아 관두고 편의점 일을 하는 그의 아들 ‘심규보’. 소설은 심 선장의 알츠하이머 초기 증세를 심규보가 인지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선장은 자신의 배 ‘무성호’와 함께 사라진다.


이러한 전개 때문인지 신경숙 작가의 <엄마를 부탁해>와 비슷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읽어보지 않아서 잘은 모른다.) 하지만 <라스팔마스는 없다>는 해당 작품과 확연히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곧바로 들었다. 내가 알기로 <엄마를 부탁해>는 세 인물의 시점을 차례대로 바꾸며 전개되는 소설로 알고 있는 반면 이 작품은 심규보가 심 선장의 행적을 추적하며 그동안은 몰랐던 심 선장에 대해 차츰 알게 되는 구조로 전개되기 때문이다.


🗣 “ (…) 선원 대다수가 외국에서 긴 항해를 마치고 나면 우울증을 겪게 됩니다. 조용히 지나가는 분들도 계시겠습니다만, 그건 운이 좋은 경우입니다. 의처증에 힘들어하거나, 도착증세를 가진다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합니다. 당연한 건지도 몰라요. 바다가 드넓고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발을 딛고 선 곳은 한정적이잖아요. 그 좁은 배에서 몇십 명의 선원들이 구역을 나눠 살고 있었다고 생각해보면 미치지 않는 게 이상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 고통을 감수하변서 힘겹게 적응해왔던 뱃을을 쉽게 그만둘 수 있을까요. 세상에 무른 건 하나도 없습니다. 바다는 선원들을 쉽게 보내주지 않습니다. 그런 방식은 애초부터 없는 겁니다. 공짜란 없습니다. (…) ” (100p)


심 선장은 인생 전부를 뱃사람으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인물이다. 뱃일을 하던 중 아내를 떠나보내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와중에도 그는 자신이 지켜야했던 아들 규보가 있었기 때문에 무너질 수 없었다. 규보는 그저 어머니와 관련해서는 ‘냉혈한’이기만 했던 아버지를 떠올리며 오히려 그를 피하기까지 했었는데, 아버지와 같이 일했던 선원을 만나 뜻밖의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가슴이 미어짐과 동시에 새로운 사실 또한 하나 더 알게 된다. 그건 바로 아버지가 꾸준하게 글을 썼다는 것이었다. 규보는 아버지가 글을 썼다는 도서관에 가서 그 글을 보게 되며 다시금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면을 알게 되며 서사는 한층 더 깊어진다.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를 다루는 소설들은 읽는 동안 무조건적으로 가슴을 묵직하게 내려앉힌다. <라스팔마스는 없다> 역시 그러했다. 긴 말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길게 써놓고 이게 무슨 말;;) 많은 사람들이 본인의 아버지를 떠올리며 애틋한 마음으로 이 소설을 읽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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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기 사랑 이야기 거장의 클래식 2
찬쉐 지음, 심지연 옮김 / 글항아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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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한줄평에 적은 ‘놀라울 정도로 이정표가 없는 소설’이라는 표현은 뒷표지에 쓰여있어서 읽기 전에 어느 정도 각오는 했었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개연성이 없을 줄은 몰랐다… 이를테면 주인공의 남자친구와 넷째숙부가 알고보니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이였다던지… 현실에선 전혀 일어날 일이 없는 사건들이 서슴없이 벌어지는데, 근데 그게 또 되게 술술 읽힌다…! 보통 우리가 꿈을 꿀 때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지 않는가, 이 작품이 딱 그러한 느낌이었다.



글을 쓰기 다른 분들의 리뷰를 찾아보았는데 다들 줄거리를 설명하기를 꺼려하셨다. 또한 마찬가지다. 도대체가 작품의 내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요약하여 설명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일말의 감조차 잡히지가 않는다. 그래서 이번 작품의 리뷰는 줄거리는 생략한 짧게 쓰려고 한다. 말은 하고 싶다. ‘진짜 말도 안되는 일들이 연속해서 벌어지는데, 그와중에 가독성이 좋아서 쉽게 읽힌다.’ 나는 책을 읽는 방법으로뇌를 빼고 읽어라 것을 추천하고 싶다. 대체 인물들에게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지, 이런 생각을 하는지를이해하지 말고 그저받아들이기 한다면 작품은 정말 색다른 소설의 세계를 독자에게 선사할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 작가의 작품으로 <신세기 사랑 이야기> 만나게 되어 영광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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