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대구 자살 중학생 A군의 유족이 대구지법에 대구시 교육청과 D중, 자살학생의 담임교사,가해학생의 학부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습니다.작년 12월 자살사건이 난 이후 나는 이 유가족들의 소식을 관심을 갖고 시간별로 지켜보아왔습니다.이미 가해학생들은 수의를 입고 재판정에 섰습니다.자살학생의 부모는 학교 측에 손배소를 제기하겠다고 몇 차례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대구의 이 학교에서는 이미 작년 여름에 여학생 B양의 자살이 또 있었습니다.이 여학생의 부모도 이번에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여름에 일어난 자살사건은 전국적인 뉴스가 되지 못했습니다.학교 측은 그 당시 은폐에 급급하다가 결국 또다른 자살 사건을 불러온 것입니다.두 자살학생의 부모들이 소장에서 "피해학생과 유족이 몇 차례나 학교에 진정했는데도 학교 측이 제대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쓴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입니다.
여름의 여학생 자살사건에 비해 12월의 자살사건이 더 널리 알려진 것은 자살학생이 유서를 통해 집단 괴롭힘의 진상을 자세히 밝혔기 때문입니다.또 이 학생의 부모 모두 현직 교사인 것도 화제가 되었습니다.집단괴롭힘의 대상에 맞벌이 부부가 많으니 맞벌이 교사의 자녀 역시 집단괴롭힘의 대상의 예외가 아님을 보여주었지요.
특히 A군의 부모는 현직교사이면서도 자녀의 담임교사와 학교 측에 손배소를 제기하기는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음에 분명합니다.하지만 그들은 자기 아들의 사건이 앞으로 학교폭력 사건 처벌의 기준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소송 결심을 굳혔다고 하는군요.
같은 날 교총회장은 경찰청을 직접 찾아가 최근 경찰이 학생자살을 막지 못했다는 이유로 담임교사를 조사한 데 대해 우려를 전달했습니다.여기서 교총회장은 "학교폭력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교사를 입건하면 누구도 담임을 맡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교사들의 사기가 꺾인다...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부모가 경찰에 교사를 신고하는 것보다 학교나 교육청을 먼저 거쳐야 하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습니다.전교조와 곽노현 교육감도 이와 비슷한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집단괴롭힘으로 자살한 학생의 유족들은 학교 측에 아무리 진정을 해도 학교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말합니다.게다가 학생이 자살한 뒤에는 이를 은폐하기 위해 학교가 적극적으로 나서니 유족들의 상처는 더 깊어지지요.유족들은 가해학생의 학부모는 물론 학교와도 힘겹게 맞서야 합니다.은폐를 위해 가해학부모와 학교가 제휴하는 모습입니다.이러면서 학교는 큰 불신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우리 어른 모두의 책임이라는 논리는 도의적으로는 맞는 말입니다."메아 쿨파 메아 쿨파(내 탓이오. 내 탓이오)" 입니다.하지만 모두의 책임은 모두의 무책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법적 책임은 또다른 문제지요.교사 개개인은 힘이 없을지 몰라도 양대 교원단체는 우리나라 직능단체 중에서도 큰 조직입니다.교사 개인이 안 된다면 교원단체라도 학교폭력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나서야 되는데 아직까지 이런 움직임은 없습니다.게다가 학교폭력에 대한 교사의 책임문제가 쟁점이 되면서 담임을 기피하는 교사가 많다는 소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교사의 자녀도 학교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대구 사건이 보여주었는데도 왜 이러는지...
세간에 이런 이야기가 있습니다.
교사: 애들이 학교폭력에 대해서 우리에게 얘길 않는데 우리가 어떻게 압니까...
학생:우리가 선생님들에게 얘기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