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된 직장에 다니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없는 사람이, 불안정한 직장 다니면서 먹고 사는 데 지장있는 사람들 앞에서 자기 신세를 한탄하는 소리를 늘어놓으면 어떨까요? "이봐...우리도 알고 보면 고생한다고...그냥 놀고 먹는 게 아니야. 성질 같아선 지금 당장 명퇴신청이라도 하고 싶다고. 우리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모르는 모양인데 어쩌고 저쩌고..." 이런 식으로. 그러면 듣는 사람들은 꾹 참고 있지만 한 방 갈겨주고 싶을 겁니다.
형편이 어려운 사람인데 지인들 앞에서 호기로운 척하는 사람이 있습니다.그 지인들도 그가 요즘 돈에 쪼들리고 있다는 것을 다 압니다.그런데 사람이란 자기 형편이 쪼들리고 있을수록 그렇게 보이고 싶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도 있는 법입니다.회식비는 내가 쏜다며 무리를 합니다.그러고 나서 집에 와서는 내가 왜 그런 짓을 했지...그 친구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면서 후회를 합니다.
가난이 가져오는 손해는 이만저만이 아닙니다.게다가 가난하다는 것 자체도 괴롭지만 가난하다고 주변에 소문나는 것이 더 두렵습니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나를 가리키며, 저 사람 요즘 형편이 말이 아니라더군 하면서 수군대는 것 같습니다.길을 물어보는데 상대가 안 가르쳐주는 것도 내가 가난한 행색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가 보다고 지레짐작을 합니다.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도 "이게 좀 오래된 옷이지만 아직 입을 만해. 요즘 사람들은 왜 그렇게 옷 사는 데 돈을 함부로 쓰는지 몰라." 하고 자기가 허름한 옷을 입은 것에 대해 해명을 합니다.물론 이래놓고 속으로는 "아유...내가 왜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릴 하는 거야" 하고 자책합니다.
가난한 사람을 환영하는 곳은 없습니다.가난한 사람조차도 가난한 사람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예전엔 가난한 동네가 인심이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만 요즘은 그런 것도 아닙니다.서울의 노숙자들이 강남의 부자동네로 모여들고 있다고 합니다.쓸 만한 물건도 버리는 동네이니 조금만 발품 팔면 괜찮은 생활용품도 건질 수 있고, 인심 좋게 돈을 주는 사람도 더 많다는 것이죠.이쁜 여자가 마음씨도 곱다는데, 요즘은 부자동네 사는 사람이 마음씨도 좋은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