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향의 수필 몇 편을 읽었습니다.20세기 초반에 살다간 사람들의 회고를 읽는 것이 취미입니다.지금과 비교해 보면 그 시절도 비슷한 면이 있는 반면, 과학기술 쪽으로는 전혀 다른 세상 이야기라서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하고 끄덕거릴 때가 있습니다.
나도향은 24살에 사망했습니다.하지만 이미 10대 때부터 글을 썼고, 20이 되자 마자 문단 동호회를 만드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그의 수필을 읽으면 지금의 20대 초반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성숙한 사색이 드러나 있습니다.연애에 대한 글을 읽으면 특히 그렇습니다.짤막하게 소개해 보도록 합시다.
---사탕 맛 같은 사랑보다도 밥맛이나 면맛 같은 사랑이라야 오래간다는 말은 내 말은 아니지만 잊어서는 안 될 말이다.
---남자여, 상대가 처녀이길 바라지 말라. 처녀성은 하루 밤만에 사라질 수 있다. 또 동정을 지킨 남자는 하나도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닌 까닭이다.
---연애 많이 했다고 사랑을 많이 한 것이 아니다.이성을 접해보지 못한 사람이라고 꼭 사랑을 못하는 것도 아니다.
---사랑이 죽음보다 강하다 하나 삶보다 강한 줄은 모르겠다.사랑을 위하여 죽느니보다 나는 더욱 살아보고 싶다.
나도향의 연애론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구절----- "사랑을 돈 주고는 살 수 없다.그러나 돈 없이 사랑을 할 수도 없다.이것이 현대인의 고통이며 비관이다"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절실히 와 닿는 말이지요.특히 남자의 경제적 능력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는...
위의 연애론은 1925년에 쓴 것이니 이로부터 1년 후 나도향은 저세상 사람이 됩니다.그런 것을 생각하며 이 수필을 읽으니 마음이 더욱 짠해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