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도 잘 쓰고 특등사수인 거구의 사나이 잭 리처! 인기 소설가인 리 차일드가 창조해낸 이 사나이는 거기에 머리도 좋고 매력까지 넘칩니다.당연히 영화계에서는 이 소설을 영화화하면 잭 리처 역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을 집중했는데 드디어 톰 쿠르즈가 잭 리처를....그러자 이미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안 어울린다..."고 볼멘소리를 하기 시작합니다.톰 쿠르즈는 아무리 잘봐줘도 거구의 사나이는 아니기 때문입니다.소설 원작을 영화로 어떻게 해야 잘 살린다는 말을 들을까에 대해서는 정답이 없습니다.게다가 소설을 이미 읽었다는 사람들 중에서는 은근히 잘난 척하는 사람들도 있고요."나는 소설 읽었거덩! 너거들은 읽어보기나 했냐? 저건 저렇게 하니 원작의 감동을 못살리는 거야~" 하면서...
뚸어난 두뇌로만 사건을 해결하는 탐정으로는 모자라서 주인공이 직접 주먹도 쓰는 소설로 대실 해미트가 쓴 <피의 수확>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죠.아가사 크리스티가 창조한 뚱보 탐정 포와로라든가, 역시 여류추리소설가인 조세핀 테이가 창조한 안락의자 탐정인 글렌트 경감 같은 주인공과는 다른 역동적인 사나이들...하지만 20세기의 대실 해미트보다 더 오래전에 코난 도일은 미국을 배경으로 <공포의 골짜기>를 통해 하드보일드 냄새 풍기는 활극물의 맹아를 보여주었습니다.그러고 보니 잭 리처의 조상님이 꽤 멀리까지 거슬러올라가는 것 같군요.
자! 이렇게 직접 주먹도 휘두르고 총도 휘두르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로 몇 년 전 것을 꼽아본다면 '맨 온 파이어'가 있습니다.이 영화에서는 '아이엠 샘'에서 숀 펜의 딸 역을 했던 다코타 패닝을 내세우고 그녀를 지켜주는 아저씨로 덴젤 워싱턴을 내세웠습니다.이 영화의 원작은 A.J.퀜넬의 <크리시>시리즈 중 제 1권입니다.잭 리처가 거구인데 톰 쿠르즈가 단구라서 미스캐스팅이라고 툴툴거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맨 온 파이어'의 원작소설에서 주인공 크리시는 백인이고 배경도 이탈리아입니다.게다가 원작에서는 꼬마소녀가 살해당하죠.까다로운 사람들은 다코타 패닝이 '아이엠 샘'에 나올 때보다 덜 귀엽다고 시비를 걸기도 했다는데...하긴 그런 사람들 비위 다 맞추다가는 영화 못만들죠.
원빈이 김새롬을 위해 목숨을 걸어가며 주먹 총 칼을 총동원하여 복수해주는 우리 영화 '아저씨'가 '맨 온 파이어' 와 줄거리 뼈대가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그러고 보니 하정우 주연의 '추적자'에서는 김유정이 연쇄살인의 희생자인 여자의 딸로 나오죠.두 영화 모두 미성년자 관람불가의 폭력장면이 많이 나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잭 리처 시리즈는 지금도 번역본을 구할 수 있지만 크리시 시리즈는 절판입니다.1999년 시공사에서 시리즈 다섯권이 완역되어 나왔는데 번역본에는 부록으로 크리시가 각권에서 쓴 무기를 자세히 해설하여 밀리터리 매니아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주기도 했습니다.얼마전 인터넷을 보니 일부 사이트에서 크리시 시리즈 전 5권을 10만원 넘게 판매가를 정해놓았더군요.어건 좀 너무하더라고요.
*** 리 차일드 아저씨는 톰 크루즈가 잭 리처 역을 맡는 데 대해 만족했다 합니다.
***퀸넬 아저씨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처럼 은둔 생활로 일관했는데 2005년 경 별세했다네요.
***원작을 살리려다가 영화가 이상하게 될까봐 영화인들은 고심하죠.그런 말 있잖아요.수술은 성공리에 끝났는데 환자는 죽었다는...
***이번의 잭 리처 영화는 시리즈 중 <원 샷>을 영화화한 것입니다.우리나라 사람들이 술 마실 때 하는 원 샷은 콩글리시죠.원 뜻은 무시무시합니다.'한 방'이라는 뜻이죠.주먹이나 총 한 방이라는 뜻.일본어로 '잇뽕'입니다.김두한이나 시라소니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소설에 잘 나오는 일본어 단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