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잔의 작가가 누군지 아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요? 에드가 라이즈 버로우즈(1875~1950)! 더군다나 그가 타잔 시리즈만이 아니라 SF 분야에서도 이름을 날린 작가임을 아는 이는 더더욱 드뭅니다.우리나라에서는 기껏 <화성의 공주> 정도가 알려져 있죠.
버로우즈의 대표작은 타잔 시리즈이지만 진짜 재밌는 작품은 따로 있습니다.왕년에 계림문고와 함께 우리나라 어린이 청소년 소설 번역으로 이름을 떨친 계몽사문고! 지금은 속간이 안 된어 전설 속으로 사라진 작품도 꽤 있지요.그 중에 <지저 세계 펠루시다>라는 작품은 흥미진진한 줄거리와 신비로운 배경으로 많은 어린이들을 사로잡았습니다.땅 밑으로 들어간 주인공들이 이상한 도시에서 겪는 갖가지 모험 이야기인데 미인도 나오고, 고릴라 같은 야만인도 나오고, 탈출과 유괴가 이어져 숨쉴 틈없이 읽게 됩니다.집중력이 약한 어린이마저 사로잡는 이야기이니 버로우즈의 이야기 솜씨가 정말 빼어나구나 하고 감탄하게 되지요.
얼마전 우연히 인터넷에서 이 작품 서평을 검색하다가 수많은 한국의 네티즌들이 어린 시절 최고로 재밌게 읽은 펠루시다를 구할 길이 없겠는가 하고 안타까워하는 글들을 발견했습니다.아! 이 책을 재밌게 읽은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하지만 이 책은 이제 절판입니다.운이 좋으면 발품 팔다가 헌책방에서 건질 수 있을 정도지요.나는 이 책<1987년 번역본>을 고물상에서 다른 계몽사문고 몇 권과 함께 산더미 같은 폐지뭉치를 한참 뒤져서 찾아냈습니다.고물상에 들어서자마자 계몽사문고 몇 권이 보이길래 시작한 거사였습니다.작업용 장갑을 안 꼈더라면 손가락을 다칠 정도로 고생스런 작업이라 지금도 기억납니다.
어린 시절 재밌게 읽은 책은 어른이 되면 재미없을 거라는 편견을 버리십시오.여전히 재밌는 책도 많습니다.비록 어린이용으로 번역되어 완역본이 아닐지라도 재밌습니다.아마 이 글을 읽고 "오! 펠루시다를 고물상에서 구하다니!" 하면서 나를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지요.더군다나 그때 계몽사문고 6권과 다른 책 한 권을 합해 2000원에 구했으니까요.원래 고물상에서는 그렇게 싸게 살 수 있어요.그 대신 암벽 등반하듯이 폐지의 산더미를 기어서 오르락 내리락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