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의 월간잡지를 보면 광고란에 '일본00기업과 기술 제휴!'라는 문구가 있습니다.이때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수준이라는 게 뻔한 시절이었고, 일본과 기술 제휴했다는 광고만으로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습니다.이런 기술 제휴는 식품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화학 조미료가 우리나라에 첫선을 보였을 때 일본의 '아지노모토 사와 기술 제휴'라는 문구가 광고에 들어갔습니다.이 회사는 일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조미료로 이미 일제 시대 때부터 유명했습니다. 마른 멸치로 국물을 내는 기법도 일제시대 때 일본에서 도입했으니 어느 정도 일본 조미료가 들어와도 될 기반이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다져져 있었지요.70년대 초반 여성잡지를 보면 구봉서 씨가 국자를 들고 조미료 선전을 하는데 그 옆에 큰 글자로 '아지노모토와 기술 제휴'라고 씌어있습니다.'아지노모토'는 우리말로 해석하면 '맛의 근본'이라는 뜻입니다.

 

  이제 우리나라 사람들도 일본 여행을 자주 가게 되는데 일본 라면 먹으러 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일본 라면과 우리나라 라면의 차이점이 일본 라면의 국물은 닭고기 스프를 많이  쓴다는 점입니다.우리나라에서도 처음 라면을 도입했을 때도 일본에서 기술을 전수받았기에 닭고기 국물을 썼습니다. 이때 라면회사에서 직원들을 동원했다는 것이 재밌습니다.직원들은 닭요리를 파는 식당을 돌면서 손님들이 남긴 닭뼈를 수거하여 국물을 냈다는 것입니다.지금 같으면 당장 난리가 났겠지만 60년대에는 소비자 운동이 있었던 것도 아니라서 유야무야 넘어간 모양입니다.하지만 닭고기 스프가 한국인들 입맛에는 맞지 않았는지 판매량이 시원찮았고 그래서 나온 것이 소고기 맛이 나는 스프가 있는 소고기 라면이었습니다.아무래도 한국인에겐 소고기 맛이 더 맞았던 모양입니다.

 

  나는 신문 경제면을 자세히 보는 편인데 특히 기업의 역사, 기업인들의 인터뷰를 즐겨 읽습니다.소설을 읽을 때도 경제와 관련한 대목을 주의해서 보는데 그것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일본의 법정추리물로 최고 걸작으로 꼽히는 다카키 아키마쓰 <파계재판>에는 법정에서 증인이 "자가용은 없고...SB카레 차라도 있으면 좋겠소.."하고 푸념하는 장면이 나옵니다.여기서 SB카레가 나오는데 이 카레는 우리나라에서도 00카레사가 "맛있는 SB카레!" 라고 선전한 바로 그 카레입니다.나는 이 SB카레가 무얼까 하고 궁금했는데 이 소설을 읽고 일본의 카레회사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음식의 교류는 문명 교류 중 대중들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칩니다.게다가 다른 학술분야의 교류보다는 접하기가 쉬우니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특히 경제학적 사고방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기업 교류라는 면에서도 많은 흥미를 줄 수 있으니 주목해볼 만한 분야입니다.소설 속의 요리나 식품기업에 대한 언급에서도 당연히 많은 것을 공부할 수 있는 것은 말할 나위가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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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2-02 0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지노모토회사는 미원을 처음으로 만든 회사로 알고 있어요. 이곳에서 보면 라면이랑 전자렌지에 데워먹는 덮밥류도 팔더군요. 음식에 대한 이야기는 늘 흥미롭죠. 사실 먹거리가 변하면 사람도 변하잖아요. 씹는 음식에 따라 골상이나 인상도 변하고. 삼양라면이 라면을 처음 들여오던 이야기, 우지파동에 얽힌 이야기, 전두환씨 wife가 벌였던 청보라면사업...갑자기 생각이 나네요.

노이에자이트 2013-02-02 23:35   좋아요 0 | URL
예.세계적인 업체죠.
우지파동은 기자들의 오보로 판명났지만...
청보 핀토스라는 야구단도 있었죠.

transient-guest 2013-02-04 15:10   좋아요 0 | URL
인천의 연고팀이었죠 아마? 삼미 슈퍼스타즈를 이은...청보 핀토스, 그리고 태평양 돌핀스였던가요?

노이에자이트 2013-02-07 21:28   좋아요 0 | URL
어렴풋이 생각이 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