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김왕석,<사냥꾼 이야기>를 통해서 몽골견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커다란 덩치로 가축들을 늑대로부터 지키기 위해 늑대와의 싸움도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개. 개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과장이 많아서 맹수와도 싸우는 개 운운 하면 이제 적당히 새겨들을 정도지만 가끔 몽골을 다룬 자연 다큐멘타리에 나오는 야성적인 몽골견을 보면 정말 늑대와도 싸울 정도의 체격과 야성을 그대로 지니고 있구나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몽골의 유목민과 함께 사는 몽골견은 도심지 아파트촌에 사는 개와는 전혀 다릅니다.작은 애완견을 보면 이런 동물의 조상이 늑대라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습니다.하지만 몽골견은 황량한 몽골의 초원을 마음껏 뛰어다닙니다.겨울에 얼어죽은 몽골가젤 같은 동물의 사체에 독수리가 달려들면 몽골견도 끼어들어 독수리떼를 쫓으며 사체를 뜯어먹습니다.마치 배고픈 늑대가 먹는 것처럼.여우 같은 약골 동물은 몽골견의 서슬에 눌려 그런 잔치에 끼어들지도 못합니다.
몽골인들은 생김새도 한국인과 비슷하고 유전적으로도 비슷하다고 하지만 집이나 음식은 전혀 딴판입니다.지금도 유목민 생활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에 그렇지요.양이나 소를 지켜주는 개는 그들에게 동물 그 이상의 존재입니다.그들은 개를 나중에 인간으로 환생하기 전의 동물로 봅니다.몰골인들은 불교신자들이기 때문이지요.당연히 개에 대한 정이 깊습니다.개를 사랑하기도 하거니와 개가 죽으면 무덤을 만들어 줍니다.
그런데 개가 인간이 환생하기 직전의 동물이라는 몽골인들의 사고방식은 우리나라에도 있었습니다.우리나라 전설에 어머니가 개로 환생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연히 불교설화의 영향을 받은 이야기입니다.그래서 불교가 융성하던 고려 때만 해도 개를 도축하는 것이 흔하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하는 이들이 있지요.
전혀 다른 생활양식을 지닌 몽골인과 한국인들이 개에 대한 설화에 비슷한 것이 있다는 점은 대단히 많은 관심을 끕니다.그 연관성에 불교라는 종교가 있고...아마 인류학이나 비교종교학 신화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도 이런 이야기에서 뭔가 실마리를 찾으려 할지 모르겠습니다.
광주에도 티벳 마스티프 기르는 사람이 있더군요.강아지인데도 덩치가 어마어마합니다.몽골견도 이 계통이죠.하지만 몽골견은 아직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혹시 다른 지방에서 몽골견을 본 적이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