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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아픔 - 박경리 생명 에세이
박경리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박경리의 <토지>를 읽겠다고 벼르고 별렀는데, 2012년 현재까지도 읽지 못하고 있다. 일단 그것은 올해의 계획으로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하고, 가볍게 박경리 님의 에세이로 시작해본다. <생명의 아픔>, 2004년 에세이다.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요즘 생명이나 환경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어서일까.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옛날 우리 도자기의 경우 꽃병 같은 것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를 보며, 꽃의 생명까지 존중하는 마음 씀씀이를 배웠다.
"분재는 일본에서 성행하는 것이었고 한마디로 생장을 억제하고 불구로 만든 나무를 보고 즐기는 것인데 나는 그것을 아주 싫어했습니다. (138p)" 이 글을 보고, 분재가 왠지 싫은데 왜 싫은지 파악조차 안되던 내 마음을 정확히 짚어주는 것 같아서 더 공감하게 되었다.
"달마대사 같은 성인은 소림사에서 9년 면벽하여 깨달음을 얻었다 하지만 범인은 가만히 있으면 생각이 정지된다. 노동은 심신을 상쾌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끝없는 생각 속으로 나를 끌어들인다. '노동'과 '글쓰기'와 '나'는 삼발이 같은 것이었다. 글을 쓰다 막히면 밖에 나가 풀을 뽑고 그러다 보면 생각이 떠오르고 막혔던 것이 뚫리는 것이었다. " (60p)
이 글을 보면서도 나의 일상을 생각해본다. 올해 '면벽'은 아니지만 겨울에 활동을 중지하고 깨달음을 얻으려고 했지만, 나같은 범인은 활동량만 줄어 괜히 살만 찌고 보름만에 정지한 기억을 웃으며 떠올렸다. 이 책은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어 건질만한 이야기들을 많이 보게 된 에세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