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느리게 걷기 느리게 걷기 시리즈
이경원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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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말하는 관광, 나는 그렇게 통영을 여행했었다. 관광버스를 타고 몇몇 포인트를 찍고, 휙 지나가듯 그곳을 여행했다. 그래서 기억이 안난다. 기억에 남는 것을 애써 떠올려보면 '해저터널',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해저터널 이야기를 보며 웃게 되었다.

"진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게 보여?"

"당연하지. 가끔 큰 고기들은 유리창을 깨려고 달려드는 걸."

속된 말로 이건 '뻥'이다. (75p)

그때 나는 믿기지 않았다. 해저터널은 말 그대로 터널이었다. 온통 콘크리트로 된 지하도로 같은 느낌. 처음엔 잘못 온 줄 알았다. 다른 곳에 근사한 해저터널이 있을거라는, 물고기들이 투명하게 보이는 그런 낭만적인 공간이 있을거라는 순수한 생각을, 내 나이 스물 다섯에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같은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그 당시에는 여행 정보도 알아보지 않고, 여행사를 통해 다녀왔다.

 

 요즘 '느리게 걷기' 열풍이다. 책을 검색해봐도 '느리게 걷기'라는 제목이 붙은 책들이 많다. 통영,전주, 제주를 비롯하여 파리, 지중해마을, 런던 등지를 느리게 걷자는 책들이 봇물터지듯 출간되고 있나보다.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 관한 '느리게 걷기' 책들이 나올거라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다.

 

 이 책 <통영, 느리게 걷기>를 읽으며 깨달음을 얻는다. 그곳도 사람 사는 곳이고, 볼 거리, 먹을 거리, 역사 문화 공간 등 다양한 삶의 소리가 있는 곳이라는 것. 그것은 중요한 것이다. 그다지 얇지 않은 이 책을 읽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우동에 짜장 소스가 얹어 나온다는 통영의 별미 '우짜'도 이 책을 통해 처음 보게 되었고, 동피랑, 서피랑, 북포루 등 이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곳도 많다.

 

 '느리게 걷기' 시리즈가 다양한 곳을 소개하며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게 되면 좋겠다. 이 책을 보니 통영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는다. 기억에 남지 않는 여행은 단체를 따라다니며 여기저기 포인트를 급히 찍으면서 바쁘게 돌아다니는 여행이었다. 이제는 그런 여행보다는 쉼표가 있는 여행, 느리게 골목골목 걸어다니며 천천히 가는 여행을 하고 싶다. 바쁜 것은 일상 생활에서 충분히 하지 않는가. 좋은 날씨에 통영으로 가서 느리게 걸어보고 싶다. 통영에 여행 가고 싶어지는 바로 그 전 날, 이 책을 다시 꺼내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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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의 사랑이 남편을 죽였다
차란희 지음 / 푸른향기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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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기심이었다.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했다. 제목에 대한 궁금한 마음, 북한의 실상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 그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특별한 기대감이 아니었고, 꾸며지지 않은 실제 이야기를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 읽었다.

 

 가깝지만 갈 수 없는 곳, 그곳은 북한이다. 이렇게 책으로 접하게 되는 일반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이념, 사상, 그밖의 모든 걸림돌을 치우고, 그냥 사람 사는 세상을 보고 싶었다.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지 않을까.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고.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기 위해 이 책을 읽었다.

 

 "이 전화는 사용이 중지되었습니다." 아들의 목소리 대신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들이 남긴 편지와 받지 않는 전화가 연결되면서 불안이 온몸을 휘어 감았다.

'아들의 가출' 부분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외국인과의 결혼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들은 그런 현실 때문에 가출을 하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남편은 공금횡령의 누명을 쓰고 신경을 쓰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절묘한 제목이고, 안타까운 제목이다.

 

 이 책을 읽은 느낌은 일단 호기심 충족이라는 면에서는 성공이다. 왜 내 아들의 사랑이 남편을 죽였는지 알 수 있었고, 북한의 실상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너무 많은 것을 담았다는 것이다. 독자에 따라 반응은 다르겠지만, 좀더 솎아냈다면 좋았을거란 생각에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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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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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얼마나 현실적인 제목인가. 성선설, 성악설,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도,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하고 살아간다. 악의적인 거짓말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면, 세상 살기는 더욱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 너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내보이면 눈치없다고 수군거리거나 핀잔을 듣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아닌 척,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면서 살고 있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든지, "거의 다 왔어요." 등의 거짓말도 일상 생활에서 쉽게 듣게 되는 이야기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르면서 속아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람들의 그런 심리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그 소재가 눈길을 끄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한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저런 실험을 통해서 나온 결과들은 의외인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그런 것 자체를 실험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흥미로웠다.

 

 이 책을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열쇠장이가 주는 교훈'이라는 글이었다.

 

어느 날, 피터는 열쇠를 챙기지 않은 채 문을 잠가버린 탓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정식 허가를 받은 열쇠장이를 불러왔다. 이 사람은 피터가 그렇게 열려고 애써도 여지 못한 문을 불과 몇 초 만에 열어줬다.

문을 쉽게 여는 것을 보고 피터가 깜짝 놀라자 열쇠장이는, 자물쇠는 정직한 사람들을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하려고 달아놓은 장치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 중 1퍼센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지요. 또 1퍼센트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합니다. 나머지 98퍼센트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갑니다. 당신이 아무리 자물쇠로 문을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당신 집에 침입할 수 있습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줄 뿐이지요."

 이 글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1퍼센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98퍼센트 안에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는, 상황이 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니 말이다. 

 

 살다보니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 안하겠지.', '나같으면 그렇게 안할텐데...' 그런 말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사람마다 양심의 기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다르게 행동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야 '왜 저럴까?' 생각되는 것이지,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정작 그것이 피해 주는 행동이라거나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소한 일들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사람들과의 트러블이 대부분 사소한 일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거창한 일로 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좋았던 것은 솔직함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보니 인간에 대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나쁘게 보다가는 살아가기가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런 기대감을 내려놓고 보니 사람들이 보인다. 나 자신부터 먼저 살펴보게 된다. 나도 어떨 때에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합리화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리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한 사람도 아니다. 착한 사람들도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고 사는 세상이니(어쨌든 실험 결과로) 사람을 대할 때 사소한 거짓말은 못본 척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사람 살이 거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더 타인에 대한 잣대는 느슨하게 하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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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하는 건축 - 함성호의 반反하고 반惑하는 건축 이야기
함성호 지음 / 문예중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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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의 책을 읽을 때, 나의 반응은 두 가지다. 하나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저자도 알까?', 또 하나는 일반인인 내가 알 수 없었던 것을 조목조목 알게되는 경이감. 이 책을 읽은 나의 반응은 후자다. '이런 의미가 있겠구나.' 알 듯 말 듯, 감탄하면서 읽게 되었다. 여러 지식과 정보가 집약된 느낌, 약간 무거울 수도 있지만 적당한 무게감이다. 집중되고 흥미로운 느낌이 든다.

 

 이 책 <반하는 건축>은 시인이자 건축가, 건축평론가로 잘 알려진 함성호가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두 얼굴의 건축 이야기라고 한다. 나는 사실 건축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문외한이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관심이 생겼으니, 우리의 삶은 공간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는다는 깨달음에서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 건축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 무렵, 이 책 <반하는 건축>을 읽게 되었다.

시대에 반反하는 건축
공간에 반惑하는 건축
인문학적 관점으로 바라본 두 얼굴의 건축 이야기

책의 소개는 단순했다. 제목과 목차를 보고 내용을 읽어보았을 때, 생각보다 좋았던 책이 있고, 제목이 80%인 책이 있다. 이 책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좋았다. 흔히 전문가가 쓴 책은 전문가 자신의 시야에 갇혀서 일반인에게 읽기 난해한 책이 되기 쉽다. 읽으면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달랐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환희, 약간 어려운 듯한 느낌이 들면서 이 분야에 대해 더 알아보고 싶은 열망, 책 속의 인물이나 책 속에 인용된 문구를 보며 관련서적을 찾아 읽어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사진이 칼라였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눈에 띄고 재미있는 책이라는 표시를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어쨌든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고, 적당한 무게감의 책이었다. 꼭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관심있는 사람들이 읽어보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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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맛집 - 쇼핑보다 즐거운 미식 여행 여행인 시리즈 8
김동운 지음 / 시공사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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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콩은 경유지로 방문하게 되는 나라다. 인도 여행이나 베트남 여행이 목적이긴 했지만, 경유지에서의 즐거움도 쏠쏠했다. 홍콩 친구가 이런저런 것들을 안내해주어서 스스로 정보를 찾은 적이 거의 없지만, 다음 번에 가게 된다면 스스로 알아둔 맛집 정보를 들고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홍콩맛집>,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 지 궁금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 표지에 보면 '쇼핑보다 즐거운 미식여행'이라는 설명이 함께 있다. 여행을 할 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은 여행의 기억을 풍요롭게 해준다. 때로는 여행을 하다가 먹게 된 음식의 맛과 향으로 그 여행을 기억하기도 한다. 때로는 인간으로서 참아내기 힘든 맛의 음식을 기억하며, 그 여행지를 점수 매기기도 한다.

 

 눈이 즐거운 책이었다. 2박 3일이나 3박 4일의 여행을 한다면 다 먹지 못할 맛있는 음식들. 매 끼 열심히 먹어도 부족한 맛있는 음식들이 나열되어있는 책이다. 먹어보지 못한 홍콩 음식에 매료된다. 각 맛집에는 추천 메뉴가 소개되어 있어서, 그 집 자체보다, 음식에 대해 기억할 수 있어서 좋다. 만약 맛집을 찾지 못하거나 거리상 멀다면, 주변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대체하는 방법도 좋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들도 눈을 끌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초콜릿의 달콤함과 밀크티의 향긋함을 간직한 곳'이라는 표현이엇다. 빅토리아 하버를 배경으로 한 완차이, 재래시장과 고급 맨션들, 서민들의 일상생활이 어우러진 곳이 바로 완차이라고 한다. "완차이에서는 무겁고 화려한 것보다는 가볍고 소박한 것을 즐기자."라는 표현에 그곳에서 달콤한 케이크와 티를 한 잔 하며 쉬는 모습을 상상한다. 초콜릿의 달콤함과 밀크티의 향긋함을 떠올리며 이 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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