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 우리는 왜 부정행위에 끌리는가
댄 애리얼리 지음, 이경식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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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제목에 끌렸다. 거짓말하는 착한 사람들, 얼마나 현실적인 제목인가. 성선설, 성악설, 그런 것들을 다 떠나서도,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의 거짓말은 하고 살아간다. 악의적인 거짓말로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선의의 거짓말이라는 명목으로 정당화하기도 한다.

 

 세상 사람들이 모두 솔직한 마음을 드러낸다면, 세상 살기는 더욱 힘들어질 지도 모른다. 너무 솔직하게 모든 것을 내보이면 눈치없다고 수군거리거나 핀잔을 듣기도 한다. 사회생활을 하려면, 싫어도 좋은 척, 힘들어도 아닌 척, 당연하다는 듯이 그러면서 살고 있다. "언제 밥 한 번 먹자."라든지, "거의 다 왔어요." 등의 거짓말도 일상 생활에서 쉽게 듣게 되는 이야기다. 알면서도 속아주고, 모르면서 속아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다.

 

 사람들의 그런 심리에 집중하며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일단 그 소재가 눈길을 끄는 것이기 때문에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있을지 궁금한 생각에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다. 이런 저런 실험을 통해서 나온 결과들은 의외인 것도 있었고, 아닌 것도 있었다. 그런 것 자체를 실험을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흥미로웠다.

 

 이 책을 보며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열쇠장이가 주는 교훈'이라는 글이었다.

 

어느 날, 피터는 열쇠를 챙기지 않은 채 문을 잠가버린 탓에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는 여기저기 수소문한 끝에 정식 허가를 받은 열쇠장이를 불러왔다. 이 사람은 피터가 그렇게 열려고 애써도 여지 못한 문을 불과 몇 초 만에 열어줬다.

문을 쉽게 여는 것을 보고 피터가 깜짝 놀라자 열쇠장이는, 자물쇠는 정직한 사람들을 정직한 상태로 계속 남아 있게 하려고 달아놓은 장치일 뿐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 사람들 중 1퍼센트는 어떤 일이 있어도 절대 남의 물건을 훔치지 않지요. 또 1퍼센트는 어떻게든 자물쇠를 열어 남의 것을 훔치려 합니다. 나머지 98퍼센트는 조건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 동안에만 정직한 사람으로 남습니다. 이 사람들은 강한 유혹을 느끼면 얼마든지 정직하지 않은 사람 쪽으로 옮겨갑니다. 당신이 아무리 자물쇠로 문을 꼭꼭 잠가도 도둑이 털려고 마음먹는다면 얼마든지 당신 집에 침입할 수 있습니다. 자물쇠는 문이 잠겨있지 않았을 때 유혹을 느낄 수 있는, 대체로 정직한 사람들의 침입을 막아줄 뿐이지요."

 이 글을 보며 웃음이 나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은 1퍼센트의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98퍼센트 안에 들어가는지 안 들어가는지는, 상황이 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니 말이다. 

 

 살다보니 '양심이 있으면 그렇게 안하겠지.', '나같으면 그렇게 안할텐데...' 그런 말들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사람마다 양심의 기준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니, 다르게 행동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게야 '왜 저럴까?' 생각되는 것이지,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은 정작 그것이 피해 주는 행동이라거나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사소한 일들도 수두룩하다. 문제는 사람들과의 트러블이 대부분 사소한 일에서 일어나는 것이지, 거창한 일로 싸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좋았던 것은 솔직함이다. 솔직하게 까놓고 보니 인간에 대해 큰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 사소한 일로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나쁘게 보다가는 살아가기가 힘들 것이다. 오히려 그런 기대감을 내려놓고 보니 사람들이 보인다. 나 자신부터 먼저 살펴보게 된다. 나도 어떨 때에는 이 정도는 괜찮다며 합리화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리 나쁜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착한 사람도 아니다. 착한 사람들도 이런저런 거짓말을 하고 사는 세상이니(어쨌든 실험 결과로) 사람을 대할 때 사소한 거짓말은 못본 척 넘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으로 사람 살이 거의 다 비슷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금더 타인에 대한 잣대는 느슨하게 하는 것이 속편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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