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 모델 100+ - 가장 강력한 100가지 경영 기술의 핵심지식 총망라
폰스 트롬페나스.피에트 하인 코에베르흐 지음, 유지연 옮김 / 와이즈베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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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경제경영에 관련된 서적을 많이 읽게 된다. 그 안에서 세상을 보는 나만의 프리즘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단 '가장 강력한 100가지 경영 기술의 핵심지식 총망라'라는 책소개에서 눈길을 끌었다. 한 권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면 그 또한 소장 가치가 있으니 두고두고 읽으며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 책《경영의 모델 100+》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폰스 트롬페나스피에트 하인 코에베르흐. 폰스 트롬페나스는 암스테르담 자유대학의 다문화 관리 교수이다. 2011년 <HR 매거진>이 선정한 경영 사상가 20인에 포함되었으며, 2015년 <Thinkers50>이 서정한 세계적인 경영 구루 50인 중에서 33위를 기록하였다. 피에트 하인 코에베르흐는 레이든 실무중심대학에서 홍보 및 소셜 미디어 분야를 강의하고 있으며,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코에베르흐 커뮤니케이션 앤드PR에서 매니징컨설턴트를 맡고 있다.

 

먼저 이 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왜 필요한지 머리말을 보면 솔깃해진다.

오늘날의 학생과 관리자들은 광범위한 연구 결과와 다양한 경영이론을 참고할 수 있다. 이러한 참고 자료는 경영학의 여러 측면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핵심 요소를 설명하고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한 이론을 읽고, 이해하고, 탐구하고, 배움으로써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문가가 되는 과정을 촉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는 학술지를 통해 발표되었을 당시 과학적으로는 타당해 보였으나 경영에 즉각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를 끄집어내어 강력한 여러 가지 핵심 모형과 이론을 한 권으로 집대성하고자 했다. (4쪽)

여러 조직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주요 경영 분야를 다루고, 이를 통해 다양한 직무 영역과 폭넓은 비즈니스 부분에 걸친 미래 경력의 토대를 제공한다는 이 책은 그 설명만으로도 솔깃하다. 한 권으로 전해주는 경영 이론의 알짜배기 핵심 정보다.

 

이 책은 총 9부로 나뉜다. 1부 '지속가능성', 2부 '혁신과 기업가 정신', 3부 '전략과 포지셔닝', 4부 '문화의 다양성', 5부 '고객', 6부 '인적자원 관리', 7부 '벤치마킹과 성과', 8부 '리더십과 커뮤니케이션', 9부 '실행 모형'으로 구성되며, 뒤이어 '결론'으로 마무리 된다. 각각의 부에는 모형 1부터 100까지의 내용이 이어진다. 저자들은 책 전반에 걸쳐 선정된 모형과 비교할 만하거나 상반된 모형들을 함께 제시했기 때문에 독자들은 100가지 이상의 모형을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도 100+가 되는 것이다. 저자들이 선정한 경영이론과 모형은 실제 경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되었으며, 엄격한 학계의 검증을 거쳤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본문 내용과 삽화 출처까지 포함하면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이다. 하지만 100가지 모형이 짤막하게 담겨 있어서 겉보기와는 달리 경영 이론의 핵심을 눈에 확 들어오게 짚어준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대해 가이드 라인을 잡고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먼저 머리말과 서문을 읽고 이 책의 필요성과 구성 등의 전반적인 특징을 파악하고, 결론을 읽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일 마음의 자세를 잡아야 한다. 이 부분들을 읽다보면 본문에서 어떤 내용을 먼저 펼쳐볼지 레이더망이 발동한다.

 

이 책이 제시하는 100가지 모형의 개요는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16쪽)

1. 삽화: 원래 이론을 각색하거나 해석하여 모형의 핵심 내용을 표현함

2. 문제 제기: 모형이 고안된 목적을 설명

3. 핵심 내용: 모형의 내용을 간략히 제시

4. 모형 활용 방안: 모형 활용에 대한 일반적, 구체적 지침

5. 결과: 모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일반적인 결과

6. 해설: 모형의 한계에 대한 논평

7. 참고문헌: 학문적으로 가치 있는 세 가지 참고문헌 목록

 

각각의 모형은 위에서 언급한대로 순서를 따라 구성되어 있어서 깔끔하게 정리된 이론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본문의 내용은 차근차근 씹어먹듯 천천히 알차게 소화시켜야 한다. 경영 이론의 핵심을 담은 백과사전같은 책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상이한 관점을 갖고 있기도 한데, 이 책에서는 그것을 '코끼리'의 각기 다른 부분을 나타낸다고 표현한다. 두꺼운 책이어서 부담된다면 이 책을 슬슬 넘기다가 '문제 제기'에서 언급하는 문제에 궁금해질 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어나가도 좋을 것이다. 또한 삽화를 보면서 호기심을 자극하는 그림 앞에 멈춰서서 글을 읽어나가는 것도 방법이다. 두꺼워도 지루한 책은 아니다.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며 경영에 관한 핵심지식을 전달해 주기에 유용하다.

 

이 책은 지속가능성, 혁신, 전략, 다양성, 내외부 참여,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수익성까지 여러 측면에서 개인과 조직의 발전을 위해 효과적인 모형과 이론을 적용하는 데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해 저술되었다고 이 책의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또한 머리말에서 저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 사람들을 언급하는데, 관리자, 자기계발을 추구하는 개인, 비즈니스와 경영 학도에게 특히 유용한 책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비즈니스 세계를 바라보는 새로운 프레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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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드를 파괴하라 - 창의력을 만드는 공간 혁신 전략
이동우.천의영 지음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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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자 하는 노력만 있으면 어떤 환경이든 상관없을까? 삶의 터전을 바꾸고 직접 경험해보니 그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같은 노력이어도 어떤 환경에 있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그렇기에 공간의 중요성을 그 어떤 때보다도 절감하고 있다. 이 책《그리드를 파괴하라》'창의력을 만드는 공간 혁신 전략'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살펴보고 미래의 방향을 세워야할 것이다. 혁신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시대에 꼭 알아두어야 할 비즈니스 전략을 이 책을 통해 배워본다.

 

이 책은 천의영, 이동우가 공동집필했다. 천의영은 도시건축가로 현 경기대학교 교수. 현재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 조직위원회 기획홍보위원장, 서울시 공공건축가, 경기도 도시계획위원 등 주요도시 건축 현장에서 공공, 산업, 학계의 창의적 연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동우는 저널리스트이자 이동우콘텐츠연구소 소장이다. 현재 SK그룹, 현대모비스 등 기업을 위한 경제경영 도서 리뷰 사이트 '이지큐션북'을 운영하고 있으며, 경제경영 작가 및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기업에서는 위기경영을 위한 공간과 조직문화 전략에 대해 강의를 하고, 사회학에 관심이 많아 개인 공간과 업무 공간, 건축과 기업문화에 대한 혁신을 연구하고 있다.

 

 

먼저 '그리드'라는 단어에 대해 짚어보아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리드의 뜻과 역사, 그리드가 자본주의에 끼친 영향 등을 기본적으로 알려준다. 그리드가 무엇인지 알아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드'는 무엇인가? 익숙한 한자어로 말하면 '격자'를 뜻한다. 한마디로 바둑판과 같은 모양, 선과 선이 만나 직각을 이루고 직각 형태들이 모여 방대한 그리드를 형성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피지배 계급을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또는 사물이나 현상을 관리하기 위해 그리드 구조를 사용해왔다. 그리드 구조는 기원전 수천 년경 중국에 등장했던 도시에서부터 그리스 로마시대, 가장 최근에는 미국의 전력 시스템으로 알려진 스마트 그리드까지 관리와 통제의 중요한 역할을 했다. (26쪽)

 

지금이 어려운 시대인 것은 맞다. 그러나 앞서가는 기업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일하고 있을까? 그들이 가진 공통점 중 하나는 열린 사고를 바탕으로 열린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 기업들은 그동안 관리와 통제의 대명사였던 그리드를 스스로 파괴하고 한 걸음 더 앞서기 위해 빠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 (17쪽)

이 책을 읽으면서 생생한 현장감에 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세계 곳곳의 기업 탐방을 다니는 듯 하다. 그것도 꼼꼼하고 알차게 설명해주는 가이드와 함께 말이다. 그렇기에 배경지식의 유무에 상관없이 흥미롭게 몰입할 수 있다. 펼쳐지는 이야기에 시선집중하다보면 몰랐던 사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한 공간을 무한 루프로 만들고 있는 애플, 열린 가변 공간을 추구하는 구글, 몰링형 업무 공간을 만든 페이스북,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밀라노의 텐코르소코모 등 사진과 설명을 통해 보게 되는 이들 공간은 지금까지의 고정관념을 뛰어 넘는다.

 

그리드의 역사와 그리드 파괴의 현재 모습을 지켜보며 미래를 예상해본다. 좁게는 기업 경영인들이 적용하며 혁신을 추구할 수 있겠지만, 넓게 보면 그 영역을 보다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4장에서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까지 시야를 넓히는 데에 도움을 준다. 그리드 속에는 지배와 피지배라는 인간관계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하고, 탈그리드에는 수평적 조직과 자유라는 이념이 포함되어 있으니, 이것은 결과적으로 인류가 의도한 것이 맞고, 지금까지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구조가 등장하는 셈이다. (296쪽)

 

이 책에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도록 하는데 도움을 주는데, 특히 브레인스토밍과 멀티태스킹에 대한 이야기도 짤막하지만 흥미롭게 실었다. '브레인스토킹이 성과를 가져온다는 착각에서 벗어나라'를 보면 우리의 창조성에 대한 오해를 직시할 수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행위 자체만 창조 행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개인들의 노력이라는 점이다. 또한 창조는 특별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또한 오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창조는 그렇게 비범한 사람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수없이 많다. 멀티태스킹을 하는 대신 '집중력'을 잃어버리고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할 것이다. 이 책은 멀티태스킹은 거짓말이라고 강조한다. 연구 결과를 예로 들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데 속이 시원한 느낌이다.

 

"그리드를 파괴하라"는 주제로 실제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업 사례를 기반으로 주장을 펼쳐나간다. 메타포적인 의미로서의 그리드뿐만 아니라 물리적인 공간의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어느새 수긍하게 될 것이다.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다양한 방식으로 이 책에 담겨있으니 말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아예 모르는 것보다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시작이라고 본다. 그리고 아는 것은 변화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이 책에서 공유한 사례들이 변화의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지금 그리드를 파괴하고자 고민하는 기업들에 실질적인 안내서 혹은 마음의 확신을 얻을 수 잇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400쪽)

 

이 책의 저자는 이야기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경영과학과 혁신이론이 기업의 미래를 지켜줄 것이라고 믿어왔으며, 당신도 이런 사회에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만, GAFA의 업무 공간과 상업 공간의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것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을 것이라고. 맞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이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지금껏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로 초대받는 느낌이었다. 이 책은 지금까지의 생각을 깨부수고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해준다. 공간에 대해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짚어주어 정신이 번쩍 드는 느낌이 나게 해준 데다가, 막연하고 뻔한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사례가 가득하다. 게다가 읽는 재미도 있기에, 이 책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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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명화 하루 명언 - 하루를 위로하는 그림, 하루를 다독이는 명언
이현주 지음 / 샘터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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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명화와 명언을 차근차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화로워질 때가 있다. 이런 때에는 긴 설명으로 피로해지는 것보다는 짧은 말의 여운이 좋다. 많은 것을 읽으며 정보를 제공받는 것보다는 마음에 들어오는 그림을 감상하고 명언 하나에 멈추는 순간이 필요하다. 이 책《하루 명화 하루 명언》은 지친 일상을 어루만져주는 친구같은 책이다. 책장에 꽂아놓고 틈틈이 손을 뻗고 싶은 책이다. 조금씩 음미하며 읽다보면 꼭 간직하고 싶은 그림과 명언을 얻게 될 것이다.

 

"하루하루 같은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언젠가부터 매순간 위로가 필요합니다. 많은 이들의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거대한 담론과 행동이지만, 나 한 사람의 삶을 위로하는 것은 짧은 순간 찾아드는 기쁨이 아닐까요." (저자의 말 中)

저자의 말 첫머리에서 이 책이 주는 의미를 짐작해본다.

 

이 책의 지은이는 이현주. 다양한 예술책과 음악책, 에세이를 만들고 쓰는 작업에 참여했다. 음악, 미술, 문학이 만나는 글쓰기로, 일상과 예술 사이 접점을 찾고 싶어 하는 독자의 지성과 감성을 깨우고자 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챕터로 나뉜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구성해놓은 것이 특이사항이다. '새벽, 잠 못 이루는 당신에게', '아침, 일어나 시작하는 당신에게', '오후, 다시 살아가는 당신에게', '황혼, 조용히 사색하는 당신에게', '한밤, 내일을 준비하는 당신에게' 이렇게 한 권에는 하루가 담겨 있다. 얼핏보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우리는 매일 시작과 마무리를 반복한다. 커다란 틀에서 보면 우리 삶이 하루에 담겨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보게 되는 삶과 죽음은 순환이다. 생명의 순환을 명언과 그림을 통해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도록 도와준다.

 

조근조근한 말투로 들려주는 저자의 이야기 또한 그림과 명언 감상에 힘을 실어준다. 전시회에서 도슨트 설명을 듯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 이야기에 귀기울이게 된다.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서는 충분히 감상하라고 여유 시간을 준다. 방안에서 누리는 나만의 호사, 충분히 쉬어도 괜찮다는 위안이 된다.

인간이란 실은 강제로라도 쉬어야 하는 존재입니다. 휴식을 통해서 우리는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고, 받아들인 정보를 통합할 수 있습니다. 머릿속은 몸이 움직이지 않을 때도 계속 활동합니다. 정말 그 무엇도 생각하지 않고 휴식에 몰두했을 때 뇌는 개별 활동을 멈추고 더 크고 중요한 생각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들은 한가로울 때 이루어졌다'는 버나드 쇼의 말은 진리입니다. (170쪽)

 

우리 내면에는 혼자만의 공간이 있다. 그곳에서 우리는 마르지 않는 샘을 길어 올린다. _펄 벅

 

각자의 마음에 담기는 그림과 명언은 제각각일 것이다. 포스트잍을 붙여놓고 다음에는 어떤 느낌인지 또다시 보기로 했다. 이 책이 주는 잔잔한 느낌이 좋다. 책을 통해 편안한 위안을 받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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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코의 보물상자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샘터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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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작가가 모리사와 아키오라는 것만으로도 이 책을 선택했다. 그의 소설을 읽으면 은은하고 잔잔한 감동과 일상의 소박한 향기를 느끼게 된다. 편안한 마음으로 쓱쓱 읽어나가다보면 깨알같은 웃음을 주기도 하고 잔잔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멈추게 되었다. 분명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의 소설이 맞나? 자꾸 되묻게 되었다. 의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이전에 읽었던 그의 소설들 때문이었다.《무지개 곶의 찻집》《스마일, 스미레》《붉은 노을 맥주》《푸른 하늘 맥주》《쓰가루 백년 식당》을 읽어보았는데 이 책《미코의 보물상자》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분위기가 아니어서 살짝 당황스럽다. 그의 소설이 주는 비슷한 느낌에서 많이 벗어난 이 책이 처음에는 낯선 느낌이었다.

 

소설의 처음은 유사성매매와 간병 일을 하는 '미코'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올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의 이름은 사치코. 치코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첫 장에서 딸을 아끼는 마음을 느끼다가 갑자기 유사성매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첫 번째 반전이었다. 노골적이며 선정적인 묘한 분위기 속에서 역시나 문화적 차이를 느낀다. 일본 소설 중 이해할 수 없는 문화적 차이 때문에 읽다가 만 소설이 종종 있었는데, 이 책이 그럴 뻔한 소설이었다.

 

하지만 여러 인물들의 시선으로 미코의 어린 시절과 나이 든 모습까지 살펴보며 미코의 삶의 조각을 맞춰본다. 지나치게 긍정적인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비관적인 것도 아닌, 살아가는 노곤함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오히려 현실적일 수 있다는 느낌은 저자 후기를 보며 역시나 모델이 된 인물이 있다는 것을 안 후에 맞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유흥업소에 나가고 힘든 간병 일을 하면서도 밝고 예의 바른 데다 행복하게 웃는 여성이었다는 실제 모델. 이 소설은 픽션이고 스토리도 캐릭터도 거의 대부분 작가가 창작했다고 하지만 '제리탄'이 경험한 현실을 살짝살짝 흩뿌렸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생명력을 얻었다는 생각이 든다.

 

미코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미코에게 말했다.

"미코 눈은 왜 달려 있을 것 같니? 매일 작은 보물을 찾기 위해서란다. 뭐든 좋아. 발견했을 때 마음이 조금이라도 즐거워진다면 그게 바로 미코의 보물이야."

미코는 어릴 때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물상자를 선물 받았다. 할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건데, 한 변이 30센티쯤 되는 네모난 상자로 옛날 일본 가구처럼 까만 쇠장식이 달려 있고, 뚜껑을 열면 뚜껑 안쪽에 할머니가 소중히 간직했던 손거울이 붙어 있다. 그 안에는 학교 갔다 돌아오는 길에 길가에서 주운 반짝반짝 빛나는 돌멩이, 선생님이 예쁘게 접어준 종이, 곱게 물든 단풍잎, 바다처럼 푸른 유리구슬 등을 넣어두었다.

"똑같은 잡동사니인데 쓰레기로 보이는 사람도 있고 보물로 보이는 사람도 있다면, 이왕이면 보물로 보이는 눈을 가지는 편이 좋잖아요. 그러면 더 행복해질 수 있대요."(255쪽) 미코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이 한 마디 말에 담겨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어떤 모습의 삶이든 의미를 살려내는 꿋꿋함을 전달받을 수 있다.

 

제목에서 주는 잔잔한 느낌을 기대하고 읽었지만, 이 소설은 마음이 아프다. 상처도 삶이라는 것을, 견뎌내든 이겨내든 흘러가든 살아가야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음이 조금 무거워진다. 그러면서도 다 읽고 나면 묘하게 마음이 가라앉아 결국은 잔잔해진다.

"사람의 마음은, 아무리 상처를 입혀도 상처 입지 않게끔 만들어져 있어."

"마음은 상처 입는 게 아니라 연마되는 거거든. 거칠거칠한 사포 알지? 사포로 문지르면 따끔따끔 아프겠지만 한 번 두 번 문지르다 보면 결국 반들반들 빛이 나잖아."(280쪽)

 

미코의 직업도, 미코의 보물상자도 소설의 배경이 되는 부수적인 조각이다. 하지만 작은 조각들이 모여 미코라는 인간 존재를 보여준다.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엄마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보물을 알려주는 장면에서는 괜시히 마음이 찡했다. 힘이 되는 존재가 자신의 가치를 되짚어줄 때 행복한 마음으로 눈물이 흐른다는 것이 감동이다.   

  

연기 변신을 하고 한껏 성장한 탤런트를 보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모리사와 아키오의 소설이면서 지금까지의 느낌과는 사뭇 다른 무게감을 느끼게 된 소설이다. 지레짐작하던 분위기가 확 달라졌지만 역시나 그만의 방식으로 마무리 지은 소설이어서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느낌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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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생각과의 대화 - 내 영혼에 조용한 기쁨을 선사해준
이하준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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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계획을 세우며 고전을 권장도서 순서대로 읽어보겠다고 욕심을 부린 적이 있다. 하지만 몇 권 제대로 읽지 못하고 뒤로 미루기를 여러 번 하게 되었다. 모든 고전이 나에게 와닿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누군가가 해석을 해주었을 때에 조금 알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고전 공부의 의욕은 뒤로 미루고, 책을 읽다가 알게 되는 고전을 찾아 읽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다. 이 책《오래된 생각과의 대화》도 그런 의미에서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이하준. 크리슈나무르티의《자기로부터의 혁명》을 읽고 처음으로 영혼의 조용한 기쁨이라는 것을 느꼈다. 수많은 저서 및 공저 중《철학이 말하는 예술의 모든 것》이 2014년 세종도서 학술부분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지금은 한남대 교양융복합대학에서 고전, 사회철학, 예술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있다. 학생들과 함께 고전을 '지금, 여기의 각자의 시점'에서 현재화하려 시도하며, 고전과 대화를 나누는 카페(스투디아 후마니타티스)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사람들은 인문 고전에 지나치게 큰 의미를 부여하는 우를 범한다. 그럴 필요가 없다. 고전은 만능열쇠가 아니다. 오늘날 고전이라 일컬어지는 것은 한 시대를 살았던 한 인간의 고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런 이유로 모든 고전은 나름의 한계가 있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시대와 우리의 삶 속에서 재해석하고 맥락화해아 한다. (12쪽)

지금껏 고전의 권위에 눌려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세계라고 인식했나보다. 그렇기에 오히려 가까이 다가갈 수 없고 늘 멀게만 느껴졌을 것이다. 저자는 그런 장막을 거두고 나만의 방식으로 소화해내도록 도움을 준다. 고전 읽기에 대한 막연함을 구체화시켜준다. 저자는 말한다. 고전을 읽는 것은 그저 '오래된 생각과 나의 생각 사이의 대화'라고 말이다. 고전을 읽는 이유는 '생각 따라 하기'가 아니며, 누군가의 신도가 되는 것은 더욱 아니라고 강조하며, 현대인이 고전을 어떻게 대하고 받아들일지 하나의 길을 제시해주고 있다.

 

이 책은 총 4장으로 나뉜다. 1장 '나에 관하여'에서는 쇼펜하우어의 고독, 니체의 초인, 데카르트의 사유, 밀의 자유, 아리스토텔레스의 습관, 에피쿠로서의 쾌락, 몽테뉴의 자아에 대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2장 '사랑에 관하여'에서는 프롬의 홀로서기, 칸트의 결혼, 헤겔의 가족, 프롬의 남과 여, 벡의 장거리 사랑, 아도르노의 사랑의 죽음에 대하여, 3장 '관계에 관하여'에서는 플라톤의 우정, 리스먼의 거리의 파토스, 러셀의 질투, 애덤 스미스의 공감, 칸트의 진실, 짐멜의 이방인을 다룬다. 마지막으로 4장 '삶에 관하여'에서는 루소의 숙명, 프롬의 실존, 프로이트의 딜레마, 몽테뉴의 단순함, 키케로의 늙음, 하이데거의 죽음에 관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이 책의 특징은 개인, 사랑, 관계 등 인간 존재라면 누구나 접한 일에 대해 다양한 고전 사상을 아우르며 사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을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들여다보며 나만의 생각을 구축하게 된다. 그저 문자 그대로의 글만 읽는 것이 아니라,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다보면 독서의 폭이 넓어진다.

자신의 관점으로 비판하지 않은 독서는 죽은 독서이며, 자기의 언어로 구축되지 않은 세계는 자신의 세계가 아니다. (43쪽)

 

특히 이 책을 읽으며 '충분히 아름답고 현명한 사람이 되는 법'을 흥미롭게 읽었다. 칸트의 진실을 다루는 장으로 관계에 관하여 이야기를 한다. 여기에는 '거짓말에 관한 몇 가지 철학적 조언'이 나오는데, 거짓말에 쉽게 현혹되는 것은 필요 이상의 과도학 욕구 때문이라는 것과 자기 편익을 위해 불필요하게 인내하고 관용을 베풀지 않았는지도 신중하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는 점에 깊이 반성해본다. 나의 미지근한 반응이 작은 거짓말쟁이들을 부추기지는 않았는지, 되짚어본다.

 

저자는 고전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입맛에 맞는 것을 읽으면 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나의 입맛이 어떤지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이름조차 모르던 음식을 보기 좋게 담아서 펼쳐보여주면 잘 모르던 나의 입맛을 찾게 된다. 그렇기에 이하준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우리의 일상 속에 생각보다 다양한 철학자의 사상이 녹아들어 있음을 깨닫고는 나만의 생각에 잠길 수 있다. 고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한꺼풀 벗겨내고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고요히 응시하는 시간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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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6-02-20 2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에 대한 통념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안겨준 작가에게 경의를 표하며, ˝자신의 관점으로 비판하지 않은 독서는 죽은 독서이며, 자기의 언어로 구축되지 않은 세계는 자신의 세계가 아니다.˝ 아포리즘, 하나 얻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