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in 그린』세러피
☸ 첫째 구비-두 팔 벌리다
진부한 말이지만 진정한 상담이 이루어지려면 마음이 열려야 합니다. 물론 열림의 결은 같고도 다릅니다. 의뢰하는 사람은 자신의 곡절을 스스로 평가, 억압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야기할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의뢰 받는 사람은 의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선입견 없이, 자신의 지식을 전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들을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그리고 의뢰 받은 사람은 가르치거나 깨우치려고 덤비지 않고 공감의 말부터 건넬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의뢰한 사람은 지나치게 기대지도 말고, 어디 무슨 말 하는지 보자, 하지도 말고 맑은 마음으로 들을 준비를 해야 합니다. 두 팔을 벌리고 마주섭니다. 신뢰 내음을 맡는 순간 입을 엽니다.
☸ 둘째 구비-맞장구치다
가령, 제가 어떤 사람과 언성을 높이며 싸우고 있습니다. 그때 마침 친한 친구가 지나가다 이 광경을 보았습니다. 다가와서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지지해준다면 화가 더 날까요, 덜 날까요? 임상 현장에서 물었더니, 많은 사람들이 더 난다, 고 대답했습니다. 싸움의 기세를 잡은 것과 화가 더 나는 것을 혼동했기 때문입니다. 덜 난다, 가 답입니다. 마음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와서 이야기할 때, 듣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두운 감정에 휩싸인 채 하는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들어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공감하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 어떤 토도 달지 않고 정서적 지지를 보내는 것입니다. 맞장구치는 것입니다.
맞장구치는 것은 공포·불안, 우울의 어두운 감정을 해석·평가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느끼며 알아차리며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로가 있습니다. 하나는, 인간인 한 피할 수 없는 아픔이 있다는 진실에 저항하지 않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불가피하지 않은 경우라도 반드시 그만한 곡절이 있다는 진실에 유념하는 것입니다. 불가피하든, 선택이든 어두운 감정 그 자체로 악은 아닙니다. 허나 우리는 어둠을 악으로 인식합니다. 아픔을 괴로움으로 받아들인 경험이 윤리적 인식으로 둔갑한 탓입니다. 오류지만 현실입니다. 우리에게는 어둠을 악이라 혐오하는 격정도 분명히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해독解毒이 가능합니다.
인기 높은 자기계발서나 마음 수련 단체들은 대개 부정 감정을 내다 버려라, 부정 감정을 기억하고 일으키는 대신 긍정 감정으로 채우라고 가르칩니다. 저 유명한 긍정주의입니다. 이 긍정주의는 세계의 진실을 반 토막 이하로 만드는 위험한 사기술입니다. 정녕 부정 감정에 휘감기고 싶지 않다면 그 답을 긍정주의에서 찾아서는 안 됩니다. 긍정주의 또한 긍정 감정에 휘감기는 격정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이 격정에서 놓여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해독입니다. 해독하려면 오히려 이 격정을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맞장구쳐야 합니다. 맞장구치면 공포·불안, 우울의 격정을 덜 수 있습니다. 그 오솔길에서 치료의 큰길이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