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in 그린』세러피
(2) 그린 약물-프로작이 제약회사 지상낙원 건설의 총아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라는 감언이설로 의료대중을 속인 결과입니다. 의료대중을 속인 밑바탕에는 우울증이 뇌질환이며, 뇌에 프로작만 공급하면 잘 낫는다는 백색의학의 개소리가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우울증을 뇌질환이라 하는 오류는 마음을 뇌라고 보는 백색과학에 젖줄을 대고 있습니다. 마음은 뇌가 아닙니다. 뇌는 마음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뇌도 마음입니다. 그렇게 피부도 소화기관도 심지어 세포도 놀랍게 분자도 마음입니다. 아니 특히 장 점막 바깥에 살고 있는 미생물도 마음입니다. 그린 약물은 바로 이 진실에 터합니다.
그린 약물은 뇌만을 표적 삼아 약을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보다 먼저 그런 효과를 내는 약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프로작은 뇌로만 가지 않아서 2개월가량 복용하면 소화기관을 망가뜨립니다. 프로작의 폭력성과 전혀 달리, 그린 약물은 무엇보다 장 점막 바깥에 살고 있는 미생물을 보호합니다. 그 미생물이 세로토닌의 95% 이상 생산을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린 약물은 장 신경을 안정시킵니다. 장 신경에서 대뇌중추로 향하는 정보 회로가 대뇌중추에서 장 신경으로 향하는 정보 회로보다 9배 많기 때문입니다. 그린 약물은 인간의 몸이 식물과 같지는 않지만 네트워크 구조·운동성을 지닌다는 진실에 부응합니다.
계界의 경계를 두고 갈라지지만 식물과 동물 간 생명 구조·운동성에는 연속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양자물리학 어법으로 말하면 모든 구분은 본질적이라기보다 상태함수 차이니까 동식물의 구분도 정도 차이입니다. 그 동물성 정도의 극단에 인간이 있습니다. 그 극단의 극단이 바로 질병입니다. 치료는 이 동물성의 극단의 극단을 적절한 식물성, 그러니까 분산 네트워크로 되돌려놓는 것입니다. 그린 약물만이 이 일을 온전히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그린 약물은 또 하나의 극단인 백색 화학합성물이 아니라 분산 네트워크인 식물 생명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거의 대부분 둘 이상 식물이 어울려 네트워킹이 증폭되므로 금상첨화입니다.
기왕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 얘기가 나왔으니 프로작을 거절하고 복용할 만한 그린 약물 하나를 대표적으로 말씀드립니다. 세로토닌이나 그 전구물질인 트립토판의 함량을 조절해 난치성 우울증을 치료하는 식물로 ‘묏미나리’가 있습니다. 동아시아 전통의학 약명은 시호柴胡로서 그 뿌리를 약으로 씁니다. 물론 시호 하나만 쓰는 처방은 전혀 없습니다. 시호를 주된 약재로 해서 적게는 네 가지, 많게는 열한 가지 약재를 함께 달이거나 가루로 만들어 복용하는 저명한 처방이 열 개에 달합니다. 그 중 함박꽃나무 뿌리(작약), 탱자나무 미숙과(지실), 잘 아시는 감초를 더해 만든 사역산四逆散이라는 처방은 이른바 반응성우울증을 아주 잘 치료합니다.
사역산은 물론 우울증만 치료하지 않습니다. 우울증은 대부분 다양한 통증을 동반합니다. (우울증을 염증으로 이해하는 최신 경해에 따른다면 아주 당연한 현상입니다.) 이 통증에 대처하는 데 시호 관련 처방 중 가장 탁월합니다. 이런 관점을 종합하면 사역산은 각종 심신상관질환에 광범위한 효과를 발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여성의 갱년기증후군이 나타내는 다양한 심신장애를 치료하는 데 매우 중요한 약물입니다. 우울, 불안, 불면이 뒤엉켜 있고 자신의 심장에 문제가 있다고 반복적으로 생각하는 갱년기 여성에게는 거의 성방聖方에 가깝습니다. 이 정도면 프로작을 딱 잘라 거절할 만한 근거로 삼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그린세러피는 백색의학처럼 세로토닌이나 노르아드레날린을 우울증의 단일 원인으로 지목하고 그 단일 물질을 합성해 쓰지 않습니다. 예컨대 도파민, 아세틸콜린, 감마아미노부티르산 같은 물질과도 관련시키며 비선형적·복합적 메커니즘을 염두에 둡니다. 의당 진단도, 그린약물 처방도 그런 이치를 따릅니다. 백색의학처럼 사람이 달라도 같은 화학합성물을, 그나마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던지지 않습니다. 우울증이라는 병명보다 그 병에 시달리는 사람이 저마다 다른 상태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는 점에 주의해서 세밀하게 약물을 조절하고 구성합니다. 그린약물 입장에서 보면 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는 약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