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블루 in 그린』세러피
☸ 셋째 구비-고통을 정확히 드러내게 하다
어두운 감정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억압, 퇴출의 헛된 노력이 습관으로 쌓인 마음병 앓는 사람에게는 드러난 감정과 숨겨진 감정, 그러니까 몸 반응으로서 감정 사이가 어긋나는 현상이 일어납니다. 거듭되는 삶의 실패가 내면에 고착시킨 부정적 예기가 밖으로 드러낸 낙관적 소망을 제압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픈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무심코 비관적 소망을 드러내는 방어 전략을 씁니다. 두 가지 이득이 있습니다. 바라는 ‘대로’ 실패하더라도 덜 실망스럽고, ‘요행히’ 성공하면 갑절로 기쁘니 말입니다. 이런 삶이 지속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성취가 안 되거나, 되더라도 미미합니다. 마음병 앓는 이에게 거의 전혀 예외가 없습니다.
이 어긋남을 따뜻하게 받아 안는 일이 중요하다는 것은 앞 구비에서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해야 할 일은 유심히, 그러니까 대놓고 숨겨진 감정을 드러내는 일입니다. 이를테면 정면으로 작정하고 어긋나게 하는 것이지요. 부정적 평가 때문에 억압되어 있던 감정을 예술적으로 정확히 드러내면 됩니다. 무심코 하는 방어는 병적 증상이지만 유심히 하는 표현은 치료 행동입니다. 이 구별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억압되고 비틀린 표현을, 예술적으로 정확히, 연극배우가 연기하듯, 각가지 감정의 결은 물론 몸 증상까지 섬세하게 감지하여 낱낱이 표현함으로써 아픈 사람 스스로 그 억압과 비틀림에서 해방되도록 하는 전복이니 말입니다.
감정은 실제 사건과 연결되어 있는데, 그것을 생생하고 자세하게 떠올려야 더 좋은 치료 효과가 나타납니다. 특히 충격적인 외상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가령 성폭행처럼 큰 사건이라면 내부 장기의 느낌과 근육 상태는 물론 신체 발육 상태까지 고려하되 무리해서는 안 됩니다. 고통을 재현시킬 뿐만 아니라 증상을 심화시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떠올리는 것은 안 됩니다. 정확한 자기 언급self reference 없는 떠올림은 치료가 아닙니다. 자기 언급이 해방의 시공간을 창조하고, 그 해방은 감흥을 일으키고, 그 감흥이 자유의 세계로 나아가게 합니다. 반드시, 그렇다고, 그래서 아프다고 예술적으로 정확히 말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