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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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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는 출생과 동시에 어머니 품에 안긴다. 결속을 향한 첫 움직임이 일어나는 이 시기에 어머니 피부에 서식하고 있던 박테리아가 아기 몸으로 대거 이주한다. 아기가 젖을 먹으면 아기 위장 점막 바깥은 유두 주변 피부와 모유에 들어 있던 박테리아의 세상이 된다. 이 박테리아는 아기 건강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젖을 먹으면 유산균, 비피더스균 같은 박테리아가 아기 위장 속으로 들어가 아기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이 된다. 호산성 유산균 박테리아는 장에 중요한 영양소 B1, 2, 3, 9, 12를 생산한다.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애시도필린 같은 천연 항생물질과 다양한 유기산, 장의 병원균 박테리아 감염을 막는 과산화물을 분비한다.
성인 몸무게 가운데서 0.5~1킬로그램은 위장관이나 피부 표면에 서식하는 박테리아의 것이다. 아기 몸 안팎을 치밀하게 둘러싸는 박테리아는 오래 전부터 인간과 더불어 진화해온 것으로, 인류 생태와 발전에서 결코 빠뜨릴 수 없는 중요한 일부다. 이들이 질병을 예방하는 면역계의 첫 번째 방어선이기도 함은 물론이다.
입, 콧구멍, 위장 점막이나 피부는 신선하고 비옥한 토양과 본질적으로 같다. 이 토양을 갈아엎어서 거기에 살던 식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아무것도 심지 않으면 새로운 식물이 들어설 수밖에 없다. 우리 몸 안팎을 가득 채운 박테리아는 우리 몸에 우호적인 존재다. 이들의 존재가 우호적이지 않은 박테리아 침입을 저지한다.
과도한 의료화 때문에 대부분 거기 얽매이는 산업적 출산이 위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과 공진화 관계를 이루는 박테리아가 기회를 채 가지기도 전에 병원에 서식하는 온갖 병원성 박테리아가 아기 몸을 덮칠 높은 가능성 때문이다. 아기를 어머니에게서 떼어내 육아실에 격리할 경우는 더욱 위험하다.(188~189쪽)
위 본문에는 출생과정 이야기가 누락되어 있다. 태아가 어머니의 산도, 그러니까 질을 통과하면서 이미 박테리아 세례를 받는다. 젖 먹을 때 들어가는 어머니 피부와 모유 속 박테리아보다 어머니 질 속 박테리아가 먼저 아기 피부와 위장을 접수한다. 이것이 박테리아와 한 개별 인간이 더불어 쓰는 창세기1:1 태초사건이다.
태초사건은 태산 같이 큰 영향력을 지닌다. 제왕절개수술로 출생하는 아기는 이 기회를 상실하고 바로 다음 단계, 그러니까 격리실의 위험 속으로 내던져진다. 2019년 작성된 관련 문서를 보니 제왕절개수술 비율은 2017년 통계로 45%이며 갈수록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담겨 있다. 심각하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테리아는 인간을 병들도록 하는 적이기 이전에 인간 생명의 필수불가결한 공동주체다. 공동주체이기 이전에 공생 혁명을 일으켜 인간생명을 구성한 조상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조상이라기보다 창조자다. 자신은 네트워크 생명구조가 아니면서 네트워킹 사건을 일으켰으니 그 자체만으로 보면 명실상부한 “무에서 유로”의 창조자다.
창조자를 처음 만나는 일을 우습게 여기는 일과 적으로 몰아 죽이는 일을 모두 병원에서 의학의 이름으로 의사가 자행하고 있다. 과학이랍시고 무신론을 주장하든 우주 밖의 허구 창조주를 신봉하든 참 창조자를 모독함으로써 현대인이 결국 떨어지고야 마는 허무주의에 대한 방어기제로 죽자 사자 돈을 좇은 결과다. 완결판 저주다.
저주를 풀어줄 주문은 낭·풀의 몸에 새겨져 있다. 모든 네트워킹 생명체의 “직접적인” 조상으로서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낭·풀의 도움을 받아 박테리아가 창조한 생명이치를 복원해야 한다. 인간의 몸도, 자연 환경도 항생제 중독에서 해방되는 길은 낭·풀에게 있다. 낭·풀을 보위하고, 치유 주체로 대우하며, 삶의 사표로 삼아야 한다.